[Review] 따뜻한 여름의 하이킹 - 피넛 버터 팔콘

글 입력 2021.04.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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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행 하이킹



땅콩 버터 하나로 플로리다까지 걸어가기.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이 하이킹 여행에 나선 이들이 있었다. 바로 잭과 어부 타일러.

 

양로원에서 탈출해 나온 잭은 레슬러라는 꿈을 마음에 품고 무작정 타일러의 배에 숨어들었다. 타일러는 자신이 있던 어촌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다 자신의 배에 숨어 있던 잭을 발견한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나 각자의 길을 갈 것만 같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둘은 친구에서 가족이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족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레슬러가 되고 싶은 잭은 보호소를 탈출해 과거로부터 도망쳐 나온 어부 타일러의 배에 숨어 들게 된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지만 타일러는 레슬러 ‘피넛 버터 팔콘’이 되고 싶은 잭을 동생처럼 보살피며 레슬링 학교가 있는 ‘에이든’으로 향한다.

 

이 여정에 잭을 찾아나선 보호소 직원 엘리노어가 합류하고 거리에서 잠을 자고 뗏목으로 강을 건너는 거친 여행이지만, 셋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피워간다. 하지만 타일러가 도망쳐온 과거는 다시 그들의 앞을 막아서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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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넛 버터 팔콘>은 레슬러가 되고 싶은 잭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친구가 된 세 사람의 여정을 그린 라이프 브라이트닝 무비로, 생의 대부분을 양로원에서 지낸 ‘잭’이 레슬러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속에서 과거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던 어부 타일러와 잭을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양로원 직원 엘리노어가 함께 동행하며 세 사람 사이에는 가족보다 더욱 끈끈한 우정이 싹튼다. 주연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 다코타 존슨, 잭 고츠아전의 열연과 뛰어난 앙상블은 세 캐릭터 사이에 흐르는 애정, 유대감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도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타일러는 슬픈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있었고 잭은 양로원에서보다는 밝은 미래로 어떻게든 뛰쳐나온 상반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 교차점에서 둘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타일러가 가진 것은 겨우 산탄총 하나와 돈 몇 푼.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땅콩 버터 하나 뿐이었다. 게다가 도망치는 와중에 얻어버린 혹 같은 존재, 잭은 귀찮았다.

 

뭐든 다 도와줘야 할 것 같았지만 레슬러라는 꿈에 꽤 진심이었던 잭의 눈빛에 타일러는 마음을 바꾸었다. 플로리다에서 어부로 살기라는 자신의 도피처로 향해 가는 동안 괜찮은 동반자를 얻은 것 같아서였다. 방향은 달랐지만 도망자라는 비슷한 신세도 둘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해주었다.




유대 혹은 우정 혹은 우애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수풀 속에 숨어 하루 종일 걷고, 물을 만나면 수영하여 건너가고, 뗏목도 만들어 플로리다로 열심히 흘러갔다.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게 먹고 자며 재미있는 나날들을 보냈지만, 굳이 열심히 흘러갔다 표현한 것은 전과 달라져 가는 둘의 삶에 활기가 어려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유대에서 친구의 우정으로, 친구의 우정은 점차 형제 간의 우애처럼 깊어져 갔다. 동행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서로의 꿈에 진하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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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가 어촌에서 방화를 저지르고 빚을 갚지 않은 일로 계속해서 그들을 쫓아온 어부들은 타일러의 과거에서 온 부채이자 죄책감이었다. 어부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몇 번이고 타일러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이야기의 큰 역경이 되지는 않았다.

 

땅콩 버터를 먹다 자신 안의 강한 레슬러에 눈을 떠 버린 피넛 버터 팔콘, 잭이 타일러의 도움으로 이미 충분히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피넛 버터 팔콘



피넛 버터 팔콘은 이제 잭이 되었다. 양로원에서는 엘레노어가 생활의 모든 부분을 케어하고 도왔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음을 깨닫고서 잭은 더 이상 더 강한 자아를 자신과 별개의 존재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레슬러가 되기 위해 찾아간 에이든에는 다행히 꿈꾸던 그의 영웅이 있었고, 주먹 한 방을 위해 링에 오르길 선택한 잭은 이미 ‘피넛 버터 팔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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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에서 세 사람은 플로리다에 도착한다.

 

플로리다는 극에서 종종 꿈의 장소로 묘사되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꿈꾸던 삶과 완벽히 같은 모습으로 살지 못하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이자 새로운 시작으로 향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충분한 행복과 자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삶의 막다른 곳이었을지도 모르는 바다로 흘러가며 새로운 가족과 더 나은 나를 발견했으니 이 정도면 플로리다 행, 땅콩 버터맛 하이킹은 꽤 달콤했고 성공적이었다.

 

 


따뜻한 여름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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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스토리 위에 얹어진 따뜻한 영상미도 영화를 아름답게 하는 데 충분한 몫을 해냈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여름의 미국 남부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추울 틈 없이 공기를 메워줄 바닷바람과 모래의 열기가 스크린 너머로 느껴졌다.

 

뗏목을 타고 호수를 지날 때, 바다에서 헤엄칠 때, 링 위에서 주먹을 날릴 때 그리고 마침내 플로리다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에 가득한 여름이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뜨겁게 물들이는 듯했다.

 

별다른 음악 없이, 극적인 갈등 없이도 인물들의 서사로 메워진 ‘꿈’과 ‘가족’의 이야기가 오랜 여운을 남길 듯하다. 여름의 따뜻한 온도로 살아갈 삶에 대해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피넛 버터 팔콘' 런칭 예고편

 
     
피넛 버터 팔콘
- The Peanut Butter Falcon -
  
 
감독
타일러 닐슨, 마이클 슈왈츠
 

출연

샤이아 라보프, 다코타 존스, 잭 고츠아전

 

장르 : 드라마

개봉
2021년 04월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7분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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