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다. - 피넛 버터 팔콘

영화 <피넛 버터 팔콘>이 전하는 따뜻함.
글 입력 2021.04.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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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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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 착한 사람들, 잔잔한 파도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 비록 각본이 아주 훌륭하다거나 연출이 끝내 주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위안과 따뜻한 여운을 주는 그런 따뜻한 영화.


나는 인디 영화를 좋아한다. 인디 영화들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할리우드의 거대한 자본을 투입한, 돈 냄새나는 영화들 에서는 찾기 힘든 일상 속의 균열, 미세한 감정을 잡아내는, 삶을 다시 보게 해주는 마법.


‘피넛 버터 팔콘’도 그런 영화였다.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선댄스영화제에 나올 것 같은 색감과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은 매일 보는 삭막한 도시의 풍경에서 탈출해 영화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게 만들었다.

 

 

 

캐릭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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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잭 고츠아전)’은 다운증후군이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노인보호소에서 머물고 있다. 창창한 20세인 잭은 아직 늙지도 않은 자신이 요양원에 머무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도 없고, 부양할 친척도 없는 그에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요양원에서 보호해 주는 것이다.

 

그는 요양원 탈출을 계속 시도하고 결국 성공한다. 레슬러가 되고 싶은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은 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넥’ 이 운영하는 레슬링 학교이다. 그 과정에서 몰래 탄 보트에서, 불을 지르고 마을을 탈출하고자 하는 ‘타일러 (샤이아 라보프)’를 만나고, 처음엔 투닥거렸지만 곧 그들은 형제 와도 같은 사이가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명의 캐릭터가 ‘잭’과 ‘타일러’이다. 세상에 뛰어들려는 잭과 세상에서 탈출하려는 타일러는 그들의 특별한 우정속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둘의 연기가 출중해서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 그들의 케미스트리가 엄청나서, 나중엔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그들이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엘리너로 분한 다코타 존슨의 연기 또한 좋았다).

 

나는 타일러에게 매우 몰입을 했는데 이는 많은 부분, 연기파 배우 ‘샤이아 라보프’의 역량 이겠지만, 실제 그의 삶을 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캐릭터를 통해 그리고 잭을 만나며 실제로 배우는 내면에서 변화를 겪었고, 그러한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연기가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해진 것이다.

 

 


미국 남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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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미국 남부 고속도로와 농지, 전통적인 아침식사 메뉴와 포트 커피를 파는 오래된 레스토랑, 오래된 트레일러, 선창가 풍경 이런 것들이 주는 감성이 있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스크린에서 보길 추천한다.


도시를 벗어나, 외딴곳으로 떠나는 로드 트립이라는 점에서 <인 투 더 와일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떠올리게 했다. (언급한 이 세 영화는 로드 트립 무비를 좋아하는 필자가 애정 하는 영화이기에, 취향이 맞다 면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지켜줘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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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 보호소를 탈출하면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수 백 번도 더 본 오래된 비디오에서 나오는, 존경하는 전설적인 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 넥’이 운영하는 레슬링 학교다. 하지만 이미 그 학교는 10여 년 전에 운영을 중단했다. 잭의 꿈을 부서뜨리고 싶지 않았던, 타일러는 먼저 그 소식을 듣고 잭에게 둘러대고는 그곳을 떠난다. 곧이어 마법같이 ‘솔트 워터 레드 넥’ 이 등장해서 잭의 순수한 동심을 파괴해주지 않고 잭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해준다. 잭은 “봐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하며 정말 즐거워한다. 

 

나를 포함해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온도가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때 가장 센 남자였던 솔트 워터 레드 넥도 평범하고 열정을 잃은 남자가 돼버렸다. 그런 그 앞에 가장 찬란했던 때의 자신의 모습을 여전히 사랑하는 팬이 나타났고, 그는 그런 잭의 순수함에 놀라워했다. 그는 진실을 전하며 자신의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지할 잭에게 굳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려줘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그는 진실을 전하는 대신, 그것보다는 더 근사한 것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오래전에 잃어 버린 그 역할에 빠지며, 잭과 같이 행복감을 느낀다.


이것은 진실이 줄 수 없는, 가짜만이 줄 수 있는 마법이다. 나는 가끔 현실이 나를 속이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게 진실보다 근사하다면, 나는 기꺼이 속아줄 용의가 있다.

 

 


단점까지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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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그들과 함께 행복하고 고통스럽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일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볼 때 눈물에 헤픈 편이다. 이 눈물이란 건 심금을 울리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명작을 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가 형편없는 영화더라도 특정 장면에서, 인물과 깊이 감정이 통할 때 저절로 나온다. 즉, 내가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그 영화가 좋은, 혹은 별로 인 영화라고 단정할 순 없다.


나는 이영화를 보면서 정말 눈물을 흘렸으면 했다. 말이 이상하지만, 이영화를 시청할 때 나는 통쾌한 감정의 해소가 필요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눈물은 어느 정도 차오르려다가도 끝내 흐르지 않았다. 참 안타까웠다. 물론 눈물을 흘리라고 감독이 계획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안타까웠던 건, 어떤 감정의 역치를 넘지 않을 정도로만 영화의 감정선이 미미하게 갔다는 점이었다. 영화가 전체 관람가라고 해서, 감정까지 제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자면, 영화는 부담스럽지 않게 담백하게 말하고자 하는 걸 전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영화는 중간중간 타일러의 죽은 형과의 추억을 비춰준다. 그리고 엘리너는 타일러와의 대화를 통해 남편을 잃은 과부라는 정보를 준다. 아마도 그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뭔가를 잃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런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캐릭터 개인의 히스토리가 그저 이야기상의 도구로만 쓰이고 별 역할은 하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을 잃은 사람들이 우정을 맺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부가적인 개인의 역사는 과감히 잘랐으면 감정이 옆으로 퍼지지 않고 더 잘 모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영화에 가혹할 수가 없다. 왜냐면 이영화는 너무 착한 영화고, 나는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잠깐이나마 행복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실제 배우들, 샤이아 라보프와 잭 고츠아전이 촬영 이후에도 우정을 이어갔고 잭의 긍정적인 태도에 샤이아가 감명을 받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해 나갔다고 하는 이야기는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는 영화가 여전히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며 세상이 아직 살아갈 만 하단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어떤 때는 머리보다는 그냥 마음으로만 느끼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감독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영화들이 있다.

 

피넛 버터 팔콘이 그렇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이 대사를, 뻔하지만 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란 우리가 선택하는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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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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