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힐링조차 기준이 되어버린 [사람]

글 입력 2021.04.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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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내 성격이 참 급하게 변했다는 걸 느낀다.

 

내가 처음 그 변화를 느낀 건 심장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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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파란불로 변하기 전까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까지, 블로그 포스팅이 업로드 되기 전 그 잠깐의 순간에, 가끔씩은 심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인터넷이 3G에서 5G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을 하면서도 내 심장은 언제나 계속 더 빨리를 외치며 가슴을 두드린다.

 

마치 어떤 문을 빨리 열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것처럼.


한 지인은 나의 이 원인 모를 증상에 대해 상황에 대해 "무심"해져보라는 처방을 내렸다. 상황에 대한 집착이 사람을 급하게 만든다는 설명과 함께.

 

맞는 말이긴 했지만, 나에겐 보다 근본적인 다른 이유들이 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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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 북 등 요즘 시대는 SNS 시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코로나 시국이 겹치면서 SNS는 비대면으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하며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SNS가 활성화될 수록 나의 마음은 계속 조급해져만 가는 것 같다. 피드를 새로고침하면 뜨는 새로운 게시물, 끊임없이 올라오는 새로운 패션, 음식, 여행지. 사람들은 늘 "알차게" 누구와 만났고 무엇을 먹고 있는지 등 늘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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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갔다 이리저리 오가는 수많은 활동의 소리들을 평화롭기 그지없는 아니 어쩌면 너무나 고요한 나의 방에서 관망할 때면, 갑자기 그들의 세상과 내가 있는 공간이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잠깐이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내가 뒤처지고 멍청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건 SNS 뿐만이 아니다. 느긋하게 볼 수 있었던 방송과 책들도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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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과 책들의 트렌드는 자존감, 자아정체성이다. 나 자신대로 살기,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등의 주제로 수 십권, 수 백권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들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분명 나 자신이라는 기준에 맞춰서 삶을 살라고 하는 좋은 내용들을 담았고 나도 그런 책들로부터 위안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위안들이 유행처럼 과하게 생산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자신대로 살지 못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럼 잘못된 건가? 여러 환경과 상황때문에 나아가지 못 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무능한 것일까?

 

결국 이 책들조차 하나의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언가 유행처럼 과도하게 생산이 되다보면 사람들은 이 기준에 맞춰야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강박증이 생긴다. 취미를 가지는 삶, 욜로 라이프 등 본래 자신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좋은 의도들이 어느 새 남들 다 하는 나도 해야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마 나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위한 직업이 아닌 남들 시선을 위한 직업, 그리고 그 직업을 얻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선호하는 것들을 준비하는 대학생, 그러한 대학생이 되기위해 자신의 만족이 아닌 부모와 학교의 만족을 위해 공부하는 고등학생. 그리고 자존감 높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SNS에 현실과는 다른 감정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두가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남들만을 위해 알차보이고 바빠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남들에게 알차보이는 삶을 위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계속 두근대던 심장은 이제는 진정으로 나 자신 스스로만 느낄수 있는 알찬 삶을 위해 한번쯤 속도를 늦추라고 외치던 건 아닐까.



[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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