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 안녕?! 나야 [드라마]

글 입력 2021.04.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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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대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또 그때의 나는 어떤 태도와 성격을 갖고 살았던가. 아주 오랜만에 안개처럼 뿌옇고 희미한 기억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드라마 ‘안녕 나야'를 우연히 보게 된 이후부터 그렇게 되어버렸다. 

 

 

안녕나야_포스터1.jpg

 

 

여느 드라마와 다를 것 없이 타임슬립의 장르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사실 초반부터 나의 흥미를 자극하지는 못했다. 그저 우연한 기회로 넷플릭스를 켜고, 어김없이 아침밥을 입에 욱여 넣으며 시작된 만남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만난 드라마라기보다는, 음식을 먹으면서 곁들이기에 좋은 콘텐츠를 찾다 만난, 수동적인 무언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큰 기대가 없으면 오히려 반전의 효과가 큰 법이다.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계약직 판촉 직원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자들의 비애를 담아내는가 하면, 30대 중후반이 되어서도 불안정함을 떨쳐내지 못하는 주인공을 그려내며 학교를 졸업하고도 여전히 불안정한 20대, 나의 마음을 건드리곤 했다.

 

과거 마냥 빛나기만 했던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급속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극중 호수고 유명인사였던 주인공 ‘반하니'의 과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나름 꿈과 희망이 넘쳐흘렀던 시절이었다. 그래, 그 시절의 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마음을 쓰던 존재였구나. 싶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반하니'는 더더욱이나 그 과거가 화려하다. 만인의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하며 어디서든 늘, 당당하고 자신감있었다. 문제는, ‘있었다'에 있다. 17세의 반하니는 그랬겠으나 37세의 반하니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스꽝스러운 주황색 오징어탈을 쓰고 마트 시식코너 앞에서 춤을 추는가하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사과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37세 반하니 앞에 17세의 반하니가 우연한 사고로 나타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의 차별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37세의 반하니나 17세의 반하니가 과거 혹은 현재로 떨어져서 자신의 처지를 반추하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본인을 절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달랐다. 서로가 서로를 직접 마주한다. 2명의 본인이 서로를 만나 때로는 힘이 되어주고, 또 때로는 따끔한 조언을 해주는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안녕나야_사진1.jpg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에는 ‘나의 절대적인 편은 나 자신이다'라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만이 나를 구원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이 드라마 ‘안녕?! 나야’가 될 것이다.

 

그렇게 37세의 반하니는 과거 당당했던 17세의 반하니를 보며 변화 해 나간다. 누구보다 나를 가장히 소홀히 대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에만 급급해했던 시간들을 떨치고 나 자신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굴면 더 이상 참지 않고, 기회가 찾아와도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 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했던 내가,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나이대의 나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런 반하니를 보며 나도 생각했다. 10대 시절,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그 때의 나는 여전히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마냥 움츠러드는 아이도 아니었다. 시작을 겁내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용기가 있었다. 실패 속에서 배움을 얻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도 있었다. 지금은 과연 그러한가? 성인이 된 이후 실패가 두려워서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나만의 꿈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한껏 숨겼다.

 

그 시절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소리를 할까? 아마도 실망하고,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너 이렇게 살자고 그때 열심히 산 줄 아냐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가장 미안했어야 했다. 늘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인생을 만들어온 무수한 ‘나 자신' 들을 크게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 ‘안녕? 나야' 덕분에 소홀했던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건넬 수 있었다. 이런저런 외부 환경에 의해 점차 닳고 무뎌지는 나의 감각을 여러모로 깨워줬던 ‘안녕? 나야'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종종 다소 생경한 연출이나 대사가 튀어나올지라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많은 희망을 줬다. 뻔하디 뻔한 말인 ‘희망'이지만 ‘희망'이라는 단 두음절의 단어만큼 적절하게 표현 할 단어도 없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힐링 그 자체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기에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대사나 클리셰적 장면조차도 하나의 톤앤매너로 여겨진다. 현실에 깎여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아영.jpg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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