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북클럽 가입해볼래요? [도서/문학]

글 입력 2021.04.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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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북클럽


북클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북클럽이란 민음사, 문학동네, 시공사, 윌북 등 여러 출판사가 운영하는 연간 멤버십 제도로, 소정의 연회비를 내면 책 몇 권과 가입 선물(일명 '굿즈')이 함께 배송되며 한 해 동안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북토크, 온라인 독서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필자는 책을 소장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편인 데다가 굿즈에 대한 욕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북클럽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여름, 원인도 약도 모르는 독서 정체기가 왔고 '돈을 주고 책을 사서 눈앞에 갖다두면 조금이나마 더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재밌게 보고 있던 민음사 TV 유튜브에서 북클럽 안내 영상들을 보게 되었고 '책 다섯 권에 굿즈까지 더해서 4만 원이라면 꽤 괜찮은걸...?'이라는 몹시 속물적인 생각과 해당 유튜브 채널에 대한 팬심으로 민음북클럽에 덜컥 가입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제 와 리뷰를 쓴다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으나, 2021년 올해 북클럽 모집 시기가 돌아오고 있으니 출판사 멤버십 가입을 고민하는 분들과 북클럽 기획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프리뷰 같은 리뷰'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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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민음북클럽 혜택 - [사진 출처] 민음사 블로그

 



선택 도서 구성에 대하여

 
작년 민음북클럽의 경우 총 다섯 권의 책을 고를 수 있었는데, 세계문학전집이나 세계시인선 중 세 권과 2020 북클럽 에디션 중 두 권의 구성이었다. 단돈 4만 원에 다섯 권이나 챙겨주는 점은 몹시 만족스러웠지만, 선택 대상 도서들이 대부분 해외 문학이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세계문학전집과 세계시인선은 당연히 해외문학이 대부분이었고, 2020 북클럽 에디션 선택지까지 전부 해외문학이었다.

책을 읽어온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데다가, 한국 문학 편식이 심한 터라, 번역서의 문체로 글을 읽는 것은 아직 내게 '배우긴 했지만 미숙한 언어'를 사용해서 대화해야 할 때만큼 어색한 일이다. 선택지에서 세계문학이 사라지고 한국문학만 남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2021 북클럽에는 세계문학전집 대신 '오늘의 작가 총서', '민음의 시' 등 민음사의 훌륭한 한국 문학 시리즈를 선택하는 옵션이 있거나, 적어도 북클럽 에디션에 한국 문학이 포함되길 간절히 바란다.
 
 

굿즈, 필요한 것만 받을게요


독서가들이 애써 외면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독서가는 누구보다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은 허리와 목에 지대한 무리를 주는 행위로, 이를 오래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똑바로 앉는 자세를 버틸 수 있는 코어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길 하는 이유는 2020 민음북클럽 가입 선물 중 종이 독서대의 기발함과 탁월함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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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민음사 블로그

 

 

독서대는 책을 읽을 때 목에 가는 부담을 줄여준다. 문제는 밖에 독서대를 들고 다니려면 가방이 무거워져서 또 허리에 무리를 준다는 점이다. 때문에 가볍지만, 독서대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이 독서대는 읽는 이에게 소중하기 그지없다. 민음사는 우리가 꾸준히 코어 운동을 할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자신들의 고객이 조금 더 오래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이 틀림없다.


다만, 가입 선물에 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는데, 바로 가입 선물의 존재 자체에 관한 것이다. 최근 민음사 TV 유튜브에서도 스스로 언급한 바 있듯,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굿즈나 사은품으로 딸려 오는 물건들을 사용하지 않아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필자는 종이 독서대를 아주 잘 쓰고 있지만, 당연히 사람에 따라 쓰지 않는 굿즈들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주는 이가 고민을 거듭하여 실용적인 선물을 만들어도 사람마다 물건을 쓰는 양태가 다르니 버려지는 물건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그럴 바에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가입자들이 필요 없는 굿즈는 받지 않게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양한 굿즈를 포인트나 추가 도서 등으로 바꿔주면 더 좋겠지만, 그냥 사양할 수 있는 선택지만 있어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

 

 

 

북클럽에게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북클럽에서 '덜어졌으면' 하는 부분이 굿즈였다면, '더해졌으면' 하는 부분은 소셜리딩 프로그램이었다. 소셜리딩 프로그램이란 2020 북클럽 회원들에게도 제공됐던 [질문하는 릿터], [밑줄 긋고 생각 잇기]와 같은 온라인 독서 모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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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고 생각 잇기' 활동 내용 - [사진 출처] 민음사 블로그

 

 

종종 '출판사가 책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는 읽은 것에 관해 쓸 때 더 깊게 읽었고,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쓴 것을 다른 이가 읽어주고, 피드백을 줄 때면 더욱더. 그렇다면 출판사의 북클럽이 그런 재미를 부추길 수는 없을까?


지금처럼 SNS에 읽은 것에 관해 쓰도록 미션을 주고, 나아가 참가자들이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 서로의 글에 몇 개 이상의 피드백을 남기도록 하고, 인상 깊은 글과 피드백은 출판사 SNS 계정에 여러 유형의 콘텐츠로 만들어져 공유된다면. 읽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한데 모여' 소통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출판사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분 상하는 피드백에 참가자들 사이에 싸움이 나면 어쩌지', '사람들이 참여는 할까, 나만 재밌는 거면 어쩌지', '발제는 어떤 주제와 수준이 적절할까?' 등의 걱정이 따라오기는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이 이토록 넘치는 걸 보면 읽고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은 이미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이들의 읽는 즐거움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또 혼자 읽던 이들이 '함께' 읽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출판사가 우리의 옆구리를 열심히 찔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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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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