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람이 흐르는 목소리, 카를라 브루니의 음악 [음악]

카를라 브루니의 음악들의 음악들
글 입력 2021.03.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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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브루니 2.jpg

 

 

얼마전에 ‘왜 요즘 노래들은 고음이 점점 사라질까?’라는 물음을 보았다.

 

그 제목을 보자 어쩐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읽어보니, 최근에는 각자 좋은 음질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굳이 귀를 강하게 때리는 고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듣고 보니 과거에는 발라드도 얼마나 더 높게 높게 올라가고 시원하게 지르는지가 관건이었다면 요즘에는 그 때보다는 확실히 속삭이거나 더 나아가서 웅얼거리는 느낌까지 주는 음악들이 주를 이룬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 하면, 이 글에서 추천할 가수의 음악들이 이런 속삭이는 듯한 음악의 유행에 꽤 부합할 것 같기 때문이다. 비록 아주 최근의 노래들은 아니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듯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 카를라 브루니의 노래들이다.

 

카를라 브루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적의 모델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아마 그녀를 프랑스인으로만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그녀가 프랑스의 대통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의 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부인과 가수라니, 사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는 조합이다.

 

더군다나 카를라 브루니는 대통령과 결혼하기 이 전부터 엄청난 남성 편력을 자랑했기에 프랑스와 한국의 정서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사르코지 이 전의 남편과 불륜 관계일 때 그와 결혼하기 위하여 본처에게 낙태를 요구하였다는 일화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결혼이나 애인 관계에 대한 시각이 놀랍도록 다르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녀가 그저 남자만 만나고 다니는 팜므파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카를라 브루니는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등과 함께 80-90년대를 주름잡던 슈퍼모델이었다. 말 그대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그녀는 1997년 모델 계에서 은퇴를 한 뒤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게 된다. 그저 모델이었던 인기와 인지도를 이용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냐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노래에서 역시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카를라 브루니의 노래는 늘 속삭인다. 때로는 그다지 얌전한 노래가 아님에도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늘 외치던 ‘공기 반 소리 반’에서 더 나아가 그녀의 창법에는 바람이 흐른다. 누군가는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맑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그녀의 목소리에 빠지면 다른 어떤 가수의 목소리로도 대체할 수 없다. 가사 또한 직설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양하게 해석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실제로 고전 시를 가사로 이용한 앨범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그녀의 노래 몇 곡을 소개한다.

 

 

 

1. Lady Weeping At The Crossroads




 

Lady weeping at the crossroads

Would you meet your love?

기로에 서서 울고 있는 아가씨

당신의 사랑을 만나 볼래요?

 

 

영국의 시인 위스턴 오든의 시를 노래로 만든 곡이다. 가사가 어쩐지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떠오르게 한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간 여인,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만났을까? 터무니 없는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그렇다고 끝 없는 절망만을 말하지도 않는다. 카를라 브루니의 덤덤한 목소리와 만난 가사는 마음을 고요하게 위로해준다.

 

 

 

2. L’amour



 

 

L'amour, hum hum, ça ne vaut rien

Ça m'inquiète de tout

Et ça se déguise en doux

사랑이라, 음, 그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지

나를 겁쟁이로 만들고선

부드러움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지

 

 

카를라 브루니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아마 그녀의 앨범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인기가 있었던 앨범일 것이다.

 

사랑에 관해 회의적인 이야기를 잔뜩 늘여 놓는 이 노래는 카를라 브루니의 잔잔하게 긁히는 목소리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듣고 있자면 왠지 가사와는 반대로 사랑을 믿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건 덤이다.

 


 

3. Tu es ma came




 

Tu es ma came

À toi tous mes soupirs, mes poèmes

Pour toi toutes mes prières sous la lune

À toi ma disgrâce et ma fortune

너는 나의 마약

너에게 나의 모든 사랑의 탄식과 시를

너에게 나의 모든 달의 기도를

너에게 나의 모든 불행과 행운을

 

 

이 노래는 L’amour와는 반대로 사랑의 상대방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마약에 비할 만큼 강렬한 기분을 담아내듯이 가사는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만큼의 중독성을 표현하고 있다. 속삭이는 듯한 카를라 브루니의 목소리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처럼 느껴진다. 흘러가는 바람처럼 사랑의 강렬함을 흘러가듯 가벼운 어투로 노래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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