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이 뭐야? [음악]

글 입력 2021.03.3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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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기타 선율과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장범준의 담백한 목소리가 봄 내음을 가득 머금었다.

 

노래를 듣는 순간 우리는 춥고 쓸쓸한 겨울을 지나 다시 푸른 잎이 돋아나길 기대하는 그 설렘을, 연분홍빛 벚꽃잎이 만개하고 그 속에서 함께 피어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담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그 거리를' 버스커버스커와 함께 걷게 된다.

 

 

후에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면 벚꽃 엔딩을 들려주며 이게 봄이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

 

- 멜론 버스커버스커 1집 베스트 댓글

 

 

봄을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한 소위 '벚꽃 연금'이라고 불리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을 명료하게 한 줄로 정리한 감상평이다. 아무도 이 의견에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벚꽃엔딩의 선율은 우리가 기억하는 봄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봄이 시작되는 3월, 벚꽃이 피는 4월 즈음에는 어김없이 차트에 이 노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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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10여 년 간 단 한 번도 벚꽃놀이를 가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이 곧이라, 성인이 돼서는 사람도 많고 여러모로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또 집 근처에도 벚꽃이 꽤 예쁘게 피어 있는데 굳이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벚꽃을 즐겨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벚꽃엔딩을 들을 때면, 나는 가본 적 없는 나들이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저 노래를 재생했을 뿐인데 가족, 연인, 친구, 동물 등등 가장 소중한 누군가 혹은 그만큼 소중한 자신 홀로 찾아온 많은 사람들 속에서 꽃잎을 닮은 엷은 분홍빛의 애정들로 가득 찬 공간에 나도 있다는 착각이 든다.


계절이라는 시간을 묘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표현 방법 역시 형체 없는 음악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직접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형예술이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 않은 상상 속 추억까지 회상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노래가 매년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봄 맛집'이 될 수 있었던 비법이다.


작년에는 돌발적으로 불어닥친 전염병으로 봄을 만끽하기도 전에 집에 감금당해야 했다. 절망적이게도, 올해 역시 사정이 나아지지 못했다. 벚꽃 축제를 즐겼던 많은 이들이 되려 나처럼 집 근처 벚나무들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만 한다.

 

어느덧 9살이 된 벚꽃엔딩의 저작자는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어쩌면 이 노래는 지금 같은 때를 위해 탄생했을지 모른다. 모두 각자의 봄을 개인의 공간에서만 즐겨야 하는 아쉬운 순간에 벚꽃엔딩은 '그대여 그대여'하며 영웅처럼 나타나 우리를 가상의 벚꽃축제로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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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어폰을 나눠 낀 채 이 노래를 틀어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봄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삭막한 지금을 지나 다시 싱그러운 봄을 되찾기까지 우리는 당장에 우리를 반길 진짜 봄을 잠시 외면해야 한다.


이어폰을 꽂고 벚꽃엔딩을 틀자. 아쉬운 대로 휴대폰 혹은 노트북으로 친구를 만나도 좋다. 나들이 간 우리의 피부에 닿을 봄의 기운을 귀로 만나는 것뿐이다.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이 노래가 당신의 봄을 대신해 줄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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