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바쁜 당신을 위한 초단편 애니메이션 추천 [영화]

글 입력 2021.03.2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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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다들 극장에 가는 게 전만큼 쉽지 않다. 나 역시 영화 한 편 보려면 우리 동네 사람들과 눈치 싸움을 한다. 극장에 가고 싶을 땐 ‘어느 시간대, 어느 영화가 사람이 적을까…’라고 생각하며 예매 페이지를 수없이 새로 고치면서 실시간으로 좌석 상황을 살피곤 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마음 잡고 앉아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긴 영화의 감정선과 줄거리를 따라가기 피로해서', 혹은 '나는 지금 딱 10분만 쉴 예정이기 때문에(정말?)', 등의 이유로 영화보다 유튜브의 짧고 가벼운 영상들에 더 자주 손이 간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살면서 이런 이유로 유튜브를 본 시간을 다 합하면 영화를 한 편 만들고도 남을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오늘은 극장에 가지 않고 각자 집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재생할 수 있는 영화들을 추천해보려고 한다.

 

아래 세 편의 영화들은 모두 10분 이하의 초단편 애니메이션이며,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모두 링크를 달아 두었으니 유튜브에서 검색할 것도 없이 이 글을 읽는 동안 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모두 아주 짧은 영화이다보니 아무런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추천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최대한 말을 아끼려 노력하였으나, 본인이 스포일러에 민감하고, 또 설명 듣지 않고도 글쓴이의 취향을 믿고 볼 의향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검색해 본 후 글을 읽는 것도 좋겠다.

 

 

 

< In a Heartbeat >


 

 

 

한 남자 아이가 다른 남자 아이를 짝사랑하고 있다. 아이는 마음을 숨기고 싶지만, 자신의 심장이 자기 마음대로(?) 상대에게 달려가 질척대는 바람에 쩔쩔맨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저 사랑스럽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퀴어 콘텐츠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 나는 어느 정도의 고난과 역경을 예상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퀴어 서사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물론 소수자의 아픔과 투쟁을 담은 이야기는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이처럼 소수자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이야기들도 세상에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면서 마음이 편하려고’, ‘그냥 기분이 좋으니까’라는 이유뿐 아니라, ‘소수자는 불행이 디폴트’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영화 속 심장이 상대에게 해맑게 달려가는 걸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나까지 아찔해져서 “나대지마 심장아”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지만, 이런 결말이라면 조금 나대도 좋을 것만 같다.

 

 

 

<별이 빛나는 밤에>


 

 

 

나는 아직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경험은 없다. 그것이 어떤 것일지 나로서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옛 연인이 잠든 곳을 향해 여행길에 오른 노인의 이야기다. 여행지와 별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슬픔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나에게 위에서 언급한 < In a Heartbeat >가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하고 싶어지게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응원하게 하는 영화라면, <별이 빛나는 밤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게 두려워지는 영화다. 짐작만 해보는 슬픔조차도 너무 아파서, 절대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피어나>


 

 

 

삼신 할머니로부터 아이를 만드는 임무를 받은 두 조수가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조수들의 노력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아이는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뜬금없지만 영화를 보고 내가 떠올린 건 몇 년 전에 수강한 생명 과학 관련 수업이었다. 그때 나와 학우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상적인 아이를 조립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토론했었다.

 

당시 토론의 초점은 그 행위의 옳음과 옳지 않음에 대한 것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그 토론을 떠올리니 ‘애초에 부모들의 그런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아이는 완벽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할 것인데 말이다.

 

 

[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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