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봄이 두려운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글 입력 2021.03.2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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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설렘만을 갖고 우리에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제 그 설렘을 동반한 쓸쓸함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봄이라는 이름에 무조건적인 낭만만이 자리 잡고 있진 않다는 생각에 미쳐 언젠가부터는 설렘보다 추위에 몸을 수그리고 있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의 장기화 때문에 올해는 더더욱 발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자, 내 기분이 어디 한곳에 깊게 머물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니 사계절의 시작을 여는 봄이 달갑지 않은 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이소라의 이번 콘서트는 봄의 완연한 설렘보다는 봄을 통해 맞는 또 다른 두려움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차분한 모노톤의 스튜디오와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이소라의 표정은 늘 그랬듯 일정한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주름잡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2019년 1월에 발매했던 <신청곡>으로 시작된 콘서트에, 이소라 특유의 짙은 잔잔함이 장내로 스며드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까이서 만날 수 없던 가수와 팬들은 실시간 댓글 창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으며, 콘서트 당일 생일이었던 팬을 위해 즉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등의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팬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채팅창에 풀어 코로나19로 인해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현재의 순간의 소중함을 가득 안아가기도 했다. 채팅창을 통해 익명성이 품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며 표현할 수 있는 그 진솔함을 마음껏 누리는 관객들을 보며 나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노래로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의 말에 증인이라도 되어주듯, 한 관객은 학생이었을 적 이소라의 노래를 통해 위로받았던 자신이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연을 보내주었다. 아직까지 그의 팬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연의 주인공은 이소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나는 그 마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눈을 마주 보고 해 주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목소리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온기라는 것이 진정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공연이 주는 소통의 양방향성이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것이 맞을까. 현장에서 직접 서로를 볼 수는 없더라도 실시간 댓글을 통해 이소라와 관객은 서로의 감정에 몰입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노래해주는 그가 우리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이소라 자신이 겪고 있던 아픔을 관객들에게 들려줌으로써 댓글 창에는 그를 향한 위로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감정과 감정을 연결해주는 마음은 그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시간으로 구성된 콘서트는 눈 깜짝할 새 훅 지나가 버렸다. 이소라의 토크 주제가 바뀔 때마다 성격을 달리했던 세트 리스트는 끝으로 갈수록 관객들의 치유와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하기라도 하는 듯 경쾌한 분위기의 곡들로 흐름을 이어갔다.

 

'위로와 치유'라는 타이틀처럼, 우울한 현재에 머물러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준 것 같았다. 내 등을 밀어주는 손길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가히 처음이었다. 어떻게 이 봄이 끝날지도, 봄이 지나 2021년이라는 새로운 해에 적응해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얼마나 더 좌절할지 미지수인 상태에서, 그래도 모른 척하고 한 발 나아가보려고 한다. 그런 용기를 쥐여 준 공연이었다. 그녀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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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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