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 네트워크: 도서 '휴먼 네트워크'

글 입력 2021.03.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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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 명제는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다르게 번역되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 그 의미하는 바는 누구에게나 명확하게 와닿을 것이다. 언어를 가지고 타자와의 교류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로서 인간을 가리키는 여러 표현 중에, 이만큼 집약적인 명제가 또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오랜 고대 사회를 살면서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직접 민주주의 속에 살았으니, 다른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 사회인 현대라고 해서, 타인과의 교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는 더욱 더 네트워크가 중요해진 사회가 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는 미증유의 네트워킹 시대를 맞았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도서 "휴먼 네트워크"를 보았을 때 바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보면서, 이 책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어림짐작해보며 말이다.


 



< 책 소개 >


분열의 시대다. 정치적 시위는 물론, 적은 수의 사람이 모인 학급에서도, 많은 사람이 모인 SNS에서도, 사회 계층에서도 우리는 극명한 분열을 목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어째서 그와 동시에 역설적으로 점점 더 분열하고 있는 것일까? 스탠퍼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네트워크 연구자인 매슈 잭슨이 끼리끼리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 네트워크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는 25년간 연구한 자신의 연구에 기반해 인간 네트워크의 고유한 특징들이 어떻게 사소한 일상의 생각과 결정에서부터 거대한 사회 불평등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당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능력주의의 문제, 사회적 비유동성, 정치적 양극화과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 매슈 잭슨은 네트워크의 작동 방법으로 크게 네 가지 개념을 들어 설명하였다. 먼저 도수 중심성은 특정 인물이 네트워크 상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의 여부라 할 수 있다. 연예인의 팬들이나 SNS의 팔로워 수 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의미한다. 또한 고유벡터 중심성을 강조하였다. 도수 중심성이 단순히 노출되는 사람의 수에 천착했다면 고유벡터 중심성은 연결성이 좋은 사람(노드)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의 문제다. 세 번째로는 확산 중심성을 설명하였다. 이는 네트워크 상의 한 사람이 정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접하며 동시에 정보를 퍼트리기에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는지의 여부를 의미한다. 마지막인 매개 중심성은 네트워크 내의 다른 사람(노드)들을 연결하느 핵심적인 고리인지의 여부를 말한다. 비교적 일차원적인 파급력을 설명할 수 있는 도수 중심성에만 국한하지 않고 연결성, 확산성, 매개 능력으로 네트워크를 심도있게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발생하여 전 세계가 질병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이 서글픈 현재 또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질병은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 이상이면 네트워크 내에서 급격히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상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한 개인이 예방접종을 맞으면 이는 그 사람과 생활반경이 겹치는 타인들에게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동시에 예방접종이 성공적이면 해당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이 약화되어 예방접종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다시금 기초감염재생산수가 증가하여 질병이 유행하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초래하기도 한다. 과거 대비 세계가 작아져서 감염 네트워크가 촘촘해진 만큼, 개인의 선택이 더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창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질병과는 다른 차원의 네트워크를 살펴볼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금융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의 은행들 간 네트워크 구조를 살펴보면, 소수의 대형 은행이 서로 간에 긴밀한 거래관계를 유지한 상태였다. 이 핵심 클러스터 은행들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금융권이 서로 연계되어 있었다. 핵심-주변부 네트워크 상태였던 이들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이뤄 더 많은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더 많은 거래를 핵심 클러스터로 집중시켰다.


모두가 동등한 거래를 하는 구조라면 한 은행의 파산이 여타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소수에게 거래가 집중된 상태에서 한 은행이, 그것도 핵심 클러스터 중 하나가 파산하면 그 위기는 순식간에 주변부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핵심 클러스터 중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리먼에 공적자금을 개입하지 않으려 했던 미국 정부도, 그제서야 금융 네트워크의 파급력을 깨닫고 개입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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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네트워크는 앞서 살펴본 질병, 금융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형성된다. 이 네트워크의 형성에 중요한 것이 바로 동종선호다. 같은 것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젠더, 인종, 종교, 나이, 직업,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이 동종선호가 나타난다. 잭슨은 셸링의 모형을 설명했다. 작은 사회의 단위라 할 수 있는 지역 차원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가족 가구단위는 비슷한 가구단위들 간에 인접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 모든 전략이 행해지면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분리로 나타났다. 한 가구가 행복하기 위해 이사를 결심하는 선택이 나머지 이웃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가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일으켜 분리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 국가의 인종 분리 수준과 GDP의 상관관계를 보았을 때, 분리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생산성이 낮은 경향성이 드러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종의 분리가 국가 내부의 분열과 생산성의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간 비교뿐만이 아니라 국가 내를 살펴보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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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고 자란 사회적 환경에 갇힌 것을 두고, 저자는 '비유동성'이라 표현하였다. 이 비유동성은 불평등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각 국가별로 세대 간 소득탄력성(비유동성)과 불평등(지니계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정비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현실에서 아이들이 매우 다른 네트워크 속에서 태어남으로 인해 야기되는 정보, 행동양식, 기회 등의 차이로 불평등이 더 야기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불평등은 산업혁명 등 생산성이 향상되는 이후에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술은 분명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만이 살아남고 저학력, 비숙련 노동자는 기술에 의해 대체되었다.. 여기서 교육의 문제가 대두된다. 모두가 고등교육까지 마치면 좋겠지만, 한 개인이 속한 사회적 자본은 매우 상이하다. 교육의 기회가 충분한 사회적 자본을 소유한 사람은 그 다양하고 풍부한 기회를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의 향상을 누릴 수 없다. 이는 한 개인의 일자리의 수준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일자리 역시 네트워크와 동종선호에 엄청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의 문제는 비유동성과 동종선호의 악영향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동종선호의 악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동종선호가 일으킨 효과들을 원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예컨대 저소득층에게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고등교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개인을 타겟팅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행동을 바꾸는 전략을 쓰기를 주문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비유동성을 낮추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국가일수록 미래가 밝을 것이라 보았다.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윤리적 차원 때문만이 아니라, 불평등의 비용을 감소시키고 경제적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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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휴먼 네트워크"의 부제는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라 쓰여 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이 표현을 보며 대략적으로 책의 내용이 어떠할 지에 대해 어림짐작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부제를 다르게 썼어야 잠재적 독자들에게 더 전달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부제만 보면 마치 실제 네트워킹을 하는 원칙과 방법 등에 대해 말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런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글 부제 아래에 쓰여진 'How your social position determines your power, beliefs, and behaviours(당신의 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당신의 권력, 신념, 행동을 결정하는가)'가 도서 "휴먼 네트워크"의 본질을 꿰뚫는다.


도서 "휴먼 네트워크를" 다 읽고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네트워크라는, 측정이 어려운 영역을 이렇게 가시화해서 연구했다는 점에 대한 경탄이었다. 경제학을 겉핥기 수준으로만 배우고 빠르게 잊어버려서일까, 미시경제학의 이론으로 이렇게 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불평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네트워크로 인해 가속화되는 불평등의 양상을 짚어주는 책을 본 것은 천재일우였다.


분열과 불평등이 야기되는 것에 대하여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의 저하와 비용의 증가라는, 완전히 경제학자다운 견지에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제학자 매슈 잭슨.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네트워크의 특징, 특히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깊은 통찰은 일신의 차원에서의 성공과 행복은 물론이고 거시적인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당신에게 제시해줄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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