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위대함과 졸렬함 - 휴먼 네트워크

글 입력 2021.03.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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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이상주의자는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아첨과 사익추구에 불과하다며 진저리친다. 하지만 이상주의자의 고결한 태도는 천국에서만 유효하다. 치열한 생존 의지와 통제할 수 없는 추동이 들끓는 용광로 같은 현실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떠나 잊히기 때문이다.

  

조용히 숨을 거두었지만, 사후에 재조명된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이러한 주장의 반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빈센트 반고흐의 유명세는 테오의 아내인 봉허가 고흐와 테오 사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결과다. 봉허는 고흐에게 우호적이었던 예술가들과도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고흐의 작품을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녀는 마침내 고흐의 회고전을 성공했다.

 

우리는 개인을 뛰어넘는다. 오랜 역사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인적 네트워크를 이타성, 이기심, 사회성, 인적자원, 외부효과, 투기 심리, 파시즘 등 다양한 표현으로 불러왔다. 이러한 다양각색한 단어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비교적 장기적인 관계 맺기가 장단기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이 모든 표현의 전제인 인간 대 인간의 연결망,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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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휴먼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를 다룬 책이다. 책의 저자인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매슈 O. 잭슨은 이 책에서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 긴밀한 연결로 나타나는 현상과 효과를 금융, 불평등,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 그는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사건의 불씨가 튀니지 중부 작고 오래된 도시에서 일어난 분신사고의 영상이었음을 사례로 들면서, 기술발달이 현대인이 이전보다 더 촘촘한 연결망을 가지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책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논리적 기반은 네트워크의 작동원리이다. 책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단계에 필요한 인간관계이론이나 처세술을 소개하지 않는다. 저자는 네트워크를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인간 대 인간의 연결망으로 정의하고, 네트워크의 양과 질을 측정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에서는 '도수 중심성', '고유벡터 중심성', '확산 중심성', '매개 중심성'을 통해 설명한다.

 

네트워크의 양에 해당하는 것은 도수다. 도수는 한 개인이 특정 네트워크에서 가지는 연결이나 링크의 수를 의미한다. 도수중심성이란 그 사람이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따른 척도로, 높은 도수를 가진 사람은 네트워크 내에서 편중된 존재감을 가게 된다. 저자는 도수중심성을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친구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 생각인 '우정의 역설'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네트워크 내에서 인기 있는(도수가 높은) 친구들은 여러 사람의 친구 목록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친구가 많은 사람은 인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여러 번 친구 목록에 더 많이 나타나게 되어 과대대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샐럽'들은 과대대표를 하게 되기 때문에, 여론을 주도하게 된다.

 

하지만 도수중심성으로만은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없다. 다시 또 연결된 친구들이 얼마나 좋은 연결성을 가졌는가를 의미하는 고유벡터 중심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 다른 척도인 확산 중심성은 반복횟수와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 정보가 전달될 확률이 충분히 크면 고유벡터 중심성이 같아지고, 반대로 한 번만 전달될 확률이 높다면도수중심성에 비례하게 된다. 이처럼 그들이 퍼뜨리는 정보가 얼마나 화제성 높고 오래 지속되는지 따른 조정척도인 확산 중심성은 도시중심성과 고유벡터 중심성의 극단 사이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내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되느냐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 책에서는 이 매개중심성을 메디치가를 사례로 설명한다. 메디치는 그들을 지지하는 가문들의 핵심 연결자로서, 서로 다른 노드들을 연결하는 중심이었다. 메디치가 경쟁 가문보다 노드의 수가 떨어졌음에도 성공적인 정치활동을 이어갔던 것은 다른 가문보다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혼인을 통해 가문 간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형성된 네트워크는 외부효과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앞서 기술했듯 네트워크는 상호의존적이며, 전체 그룹은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구성원의 영향을 받게 된다. 외부효과란 특정 개인의 행동이 다른 이들의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전염병의 확산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 두기 정책은 개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외부효과를 전제한 것이다. 이러한 외부효과는 현실의 네트워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얼마전 필자가 PRESS 형태로 리뷰한 <버블 : 부의 대전환>에서 지적했듯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긴밀하게 얽혀있는 네트워크(정책의 영향, 높은 레버리지)가 일구어낸 참극이었다. 책에서는 금융 위기의 전파가 도미노와 같음을 지적하였다. 리먼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한 구성원 파산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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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으면, 연결성 높은 네트워크가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 자유롭고 평등한 의견교환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믿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함정은 동종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한다는 점에서 있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소수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비슷한 사람을 찾고,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그룹 내에서 의견을 나누며 사고가 확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비슷한 사람들은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비슷해지므로, 확신을 더하게 될 뿐이다.

 

동종선호에 의해 맺어진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간 비유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학력, 소득, 거주지에 따라 네트워크를 선호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은 배척한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분쟁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최근 한국에서도 떠오르는 명제인 '능력주의를 허구다' 역시 네트워크 이론이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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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룹의 선택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는 군중 속 개인을 찾는다. 이는 반대로 개인이 군중의 선택에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서 살아간다. 비슷한 집단 속에서 그 자신의 의견만 강화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너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앞서 기술했듯 네트워크야말로 인간을 인간 이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는 때로 옹졸하고 비열하지만, 때로는 위대하다. 인류사를 이끈 힘은 네트워크에 있었고, 프로젝트의 성패를 구분 짓는 것 역시 네트워크의 효율적 활용에 있었다. 네트워크는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절대 악이 아니라, 때로는 위대하고 졸렬한 인간의 맨 얼굴이다.

 

우리는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위대하고 불편한 진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의 집단에서 소외되어 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이야기하면서 책을 끝낸다.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초점이 온전히 그 자신에게만 있는 사회보다는, 우리 밖 사람들에게도 초점을 옮긴 사회가 '나'의 생존과 삶의 질에도 좋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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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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