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한 곳에서 정말 먼 곳으로 - 정말 먼 곳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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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만큼 우리는 상대를 전부 알지 못하고, 알기 전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엔 각자의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끌고 당기며 좁혀나가는 것은 사랑이다. 연인 간의 사랑이던,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던, 친구 사이의 우정이던, 성인군자에 대한 존경이던, 우리는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순간부터 한 걸음씩 다가가며 그 거리를 좁혀나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손을 건넸음에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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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진우는 자신의 진실을 아는 사람들에게서 정말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양목장이라는 그만의 안식처에서 자신의 딸과 마을 주민들과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친한 대학 동기 현민이 찾아왔다. 현민은 그곳에 오래 머물 것인 양 마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쳐주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벗어난다는 게 생각보다 되게 어렵잖아요.” 현민은 마을 주민에게 시적 표현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바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핸드폰이라는 주어를 정하고 그에 맞는 서술어를 붙인다.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을 던진다. 핸드폰을 부순다.' 그다음 주어를 바꾼다. '가을을 꺼낸다. 가을을 던진다. 가을을 부순다.' 문장은 신선하고 서정적으로 바뀌었다.

 

친절하고 재미있게 시를 가르쳐주는 현민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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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에 현민과 진우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그 둘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해진다. 마을 사람들과 진우의 가까웠던 마음의 거리는 급격히 멀어져 버린다.

 

세상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던 진우는 쌓아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자 감정을 주체 못 하고 결국 현민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현민은 그를 떠나 다시 먼 곳으로 돌아가버렸고 진우 가족은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채 하루하루를 산다.

 

누구의 잘못인가? 난 누구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었다. 비난하고 배척하는 이에게 잘못은 있고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두 집단 모두에게 잘잘못을 따질 수 없었던 이유는 기존의 ‘전통적 성의 가치’와 새롭게 대두되는 ‘젠더(gender)라는 성의 가치’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과거의 미의 기준이 시간이 지나며 바뀌어 왔듯이, 성의 가치도 시대를 거치며 교체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 온 것이다. 개개인의 문제를 따지기 보다 고정관념을 만들어 온 사회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과 법과 제도, 미디어의 변화 등으로 전통적 가치를 재조립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도 변화 시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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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한, 사랑 앞에 옳고 그른 것은 존재치 않는다. 세상 사람들과 진우의 대립은 그저 마음의 거리가 멀었을 뿐이라 생각한다.

 

현민의 수업처럼 주어 하나만 바뀐다면 문장은 시적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성’이 주어이고 ‘사랑’이 서술어라고 한다면, '이성 간의 사랑'이라는 가치에서 '젠더 간의 사랑'이라고 주어가 바뀌면 다채롭고 서정적인 상황이 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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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가족이 마을을 떠나기 직전 아기 양이 태어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자 이제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을 주민과 똑같이 마음의 거리를 둘 것인가? 당신이 소수자였다면 차가운 사회적 시선 속에서 정말 먼 곳으로 도망갈 것인가? 정말 먼 곳을 꿈꿀 것인가?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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