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 - 존엄성 수업 [도서]

글 입력 2021.03.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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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관심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고 나의 진로 선택지 중 하나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법조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에 책 <존엄성 수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접해본 분야인 법률 에세이는 신선했다.

 

 

 

책의 시작


 

<존엄성 수업>의 저자는 인권 변호사 차병직 님이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셨고 현재는 정책자문위원으로 계신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생각은 보통 눈을 감고 해도 좋지만, 저잣거리를 기웃거리면서도 가능하다. 글로 묘파한 삽화를 곁들여 불분명한 몽상의 그림을 문자로 번역한 것이 《존엄성 수업》이라는 이름표를 단 두터운 메모장이다.

 

 

그는 인간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유와 권리를 이야기한다. 존중받으려면 존중해야 하는 것들,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는 권리에 대해 상세히 부문을 나눠 다룬다.

 

<이언의 철학 여행>을 읽은 후, 사람의 존재 이유와 인권에 대해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답 없는 질문들이 떠올랐고 인권을 유린하는 각종 기사를 보면서 많은 회의를 느끼곤 했다. 그래서 인권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며, 사람의 필수적인 권리의 수호에 대해서 적어도 모호하지 않은 답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삶의 경험이 많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권리를 지키고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데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인권에 대해 말한다는 책의 설명을 보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 작품과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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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법률가가 쓴 인권에 대한 책이라서 다소 무거워 힘들 것 같은 마음에 선뜻 바로 독서를 시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니, 독자들이 어렵게 다가올 것을 예상하였다는 듯이 간단한 전래동화와 여러 문학 작품의 문장을 인용하며 분위기를 풀고 최대한 쉽고도 명확하게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오감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내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없기에 쉽게 짓밟을 수도 있고, 어떤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현실에서 많이 없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무감각해지기 쉽다. 인권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다양한 주제의 문학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하며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보게 만들고 권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모든 문학 작품은 구상이든 추상이든 삶의 풍경화라고 말한다. 삶을 잘 묘사해낸 작품들 속에서 더 쉽게 독자가 인권과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 속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자유, 권리, 우리의 존엄성에 대해 논의하며 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행복추구권


 

화면 캡처 2021-03-04 134104.jpg

 

 

고대 철학에선 행복이 근원적 덕목 중 하나였고 행복을 인간의 의무로 보면서 행복의 덕목이 인간 윤리와 가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행복을 인간의 도덕적 의무로 부과하는 정당성의 근거를 마련하는 논리는 사실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였다.

 

행복이 도덕적 또는 윤리적 의무라면, 당연히 개인은 스스로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행복이라는 개념을 사람의 의무라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행복추구권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무엇을 요구해본 기억은 없다. 난 행복이 각자가 만들어내는, 꾸려나가야 하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의무라고 본다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나 사회에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신선하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고대의 행복론과 실제로 17~18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등장한 행복추구권, 버지니아 권리선언, 미국 독립선언의 행복추구권 등 여러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한 '행복'에 대한 권리는 순수한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서 탄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각자의 탄생 과정이 다 달라서 무엇이 옳은지, 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서 맞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복잡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챕터를 읽어보며 차근차근 이 행복과 행복추구권에 대해 고심해보았다.

 

현대 국가의 헌법에서 말하는 행복추구권은 존재한다.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개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돕기 위하여 국가가 다시 의무로 부담하고 정책적 고려의 반사적 이익처럼 개인에게 명목으로나마 권리로 부여하는 과정으로 말이다.


 

딸기에는 딸기의 맛이 있듯,

인생에는 행복의 맛이 있다.

알랭 <행복론>

 

 

이 문장 하나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것 같다. 딸기의 고유 맛을 다른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처럼 인생도 인생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단어가 행복이다. 이를 곱씹어보면서 내가 노년의 죽음을 앞두었을 때, 내 인생을 표현할 때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를까 생각해보았다.

 

행복을 위해서 사는 삶, 그리고 삶 안에 자연스럽게 행복이 묻어나는 모습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꾸려나가고 있는가에 대해선 긍정의 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챕터를 읽을 때 더 고심했고 일상과 이 이야기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겠음을 느꼈다.

 

 

 

현대 사회의 기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본이 되어야 할, 기반이 되어야 할 권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시대에는 그 기본이 불평등이었고, 기본이 차별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은 무엇이 있고 무슨 기준으로 뽑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자유와 권리에 대해 총 14챕터로 나누어 서술했다. 이 안에는 요즈음 꾸준히 기사화되어 나오는 아동 학대 사건들, 성 소수자, 반려동물의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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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소에는 남녀노소 모두를 존중하는,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지만, 그런 기사를 보면서 생각이 깨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상태에 오기까지도 힘든 과정이 있었으며 아직도 난점이 많은 사회임을 깨닫게 되었다.

 

씁쓸하면서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찾으며 당연한 권리를 챙기며 살 수 있는, 그 기본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책 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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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 수업

- 존중받으려면 존중해야 하는 것들 -

 

 

지은이 : 차병직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 교양

 

규격

148*220mm

 

쪽 수 : 456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89932-60-2 (03300)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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