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튼, [도서]

나의 아무튼, 은 무엇인가?
글 입력 2021.02.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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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


‘아무튼’이라는 단어에는 거들먹거리지 않는 여유가 서려있다. 으쓱- 들어올리기 전 차분히 늘어진 어깨 같다. 같은 뜻이어도 어딘가 날 선 듯한 ‘어쨌든’과는 다른 느낌이다.


전화위복, 혹은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말이 연상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망망대해 속 어둠에 내던져져도 아무튼 표면 위로 떠오를 날이 올 것이고, 깃털 같은 행복에 겨워 둥둥 날아다니다가도 아무튼 바람 한 점 없는 삭막한 날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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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음에 자리 잡는 단어는 영원한 열망을 상기시킨다. - 아무튼, 그것 - 그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사람일수도, 사랑일수도, 물건일수도, 행위일수도 있다.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안에서 손을 꼭 잡아준다. 어떤 성질, 형편, 상태에서도 결국 그것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무너질 것 같아도, 하늘로 솟을 것 같이 행복해도, 회색빛으로 무기력해도 멈추지 않고 결국 꼭꼭 씹어 먹게 되는 흰 쌀밥처럼 말이다.


이 ‘아무튼’에서 따와 이름 지어진 <아무튼 시리즈>는 매력 있게 기획된 시리즈 출판물이다. 세 개의 출판사가 협업해서 펴내는 에세이집 시리즈인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아무튼이 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낱낱이 떠올라 있다.

 

하루키, 요가, 망원동, 메모, 여름, 술, 서재 등등... 이 여러 권의 책들을 모아 붙이면 매우 두꺼운 기획 잡지 한 권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다채롭게 펼쳐질 만한 일관성 있는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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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상아 씨는 새로운 나라에서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요가를 마주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 뒤 요가가 일상이 된 또 다른 삶을 펼쳐나간다.

 

저자 이지수 씨는 어린 시절부터 빠져있던 하루키의 작품을 돌아보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하루키를 마음 한 켠에 품고 살아간다.

 

김민섭님은 고향이던 망원동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회상하고 기억을 불러낸다.

 

아무튼 시리즈를 읽기 전에는 에세이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대사회의 감정 가뭄도 문제라지만, 되려 감정의 홍수에 허우적대면서 범람하는 기분을 몇몇 에세이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원치않은 상대의 노출을 목도한 듯한 민망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아무튼은 무엇인가요?’라는 하나의 견고한 질문에 기대어 더 안정적으로 피어냈다. 그래서 담백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수많은 아무튼 시리즈 책들 중 지금까지 세 네 권 정도를 읽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 권 한 권 마다 담긴 한 명의 아무튼을 그의 인생사 사이사이로 풀어낸 글을 보고 있자니 내 하고픈 말도 자연스럽게 솟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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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 권 읽고 나면, 아무튼 시리즈의 독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질문에 천착하게 된다.

 

‘나의 아무튼,은 무엇인가?’ 음악, 책, 사랑 같은 추상적인 답변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변으로 길고 긴 내 이야기를 풀어낼 것을 상상하면, 장황하고 지루한 보통사람 이야기가 될 것이 예상돼 몸서리쳐진다. 너무 은밀하거나 나만 아는 것을 택하는 것도 난감할 것이다.

 

아무튼을 정하는 일이란 이처럼 적당한 무게감을 지녀야하는 것이다. 돌고 돌아 내가 머무를 나의 아무튼.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눈에 보이는 날이 올 것이다.

 

 

[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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