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직장인은 방학이 없어서 서럽다. [사람]

이것은 직장인도 대학생도, 방학도 휴학도 팀플에 관한 얘기도 아닙니다. 인생 얘기입니다.
글 입력 2021.02.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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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방학이 없어서 서럽다. 방학도 없는데 휴학? 그런 건 더더욱이나 있을 수 없다. 퇴사를 하고 좀 쉰 뒤 이직을 해라?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직장인이냐고? 아니다. 죄송하게도 나는 대학생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휴학생이다. 그리고 인생도 휴생(休生)하고 싶다.

그런데 직장인과 백수와 대학생과 휴학생과 아무튼 그 모두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 인생은 휴학하지 못한다. '휴생'이란 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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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이란 말은 있는데 왜 휴생이란 말은 없을까. 삶도 좀 쉬어가고, 멈춰가면 안 되나.
 
 
 
인생은 팀플레이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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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지원서를 빠듯하게 쓰던 시기, 나는 오래되어 수명을 다해가던 노트북을 붙잡고 글을 쓰고 있었다. 앞으로의 활동과 내 미래를 생각하면, 새 노트북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노트북이란 것이 여간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가성비 좋은 노트북을 찾기 위해 나는 삼일 밤낮을 눈에 불을 켜고 노트북을 찾아다녔다. 노트북은 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서 나를 이리도 귀찮게 하는지,라는 생각도 했다. (바로 그 노트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그 노트북이란 것이... 안타깝게도 알바도 학교도 다 쉬고 있는 내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것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손을 빌리기로 했고, 부모님과 노트북에 대해 상의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노트북을 사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건 그냥... 하나의 팀플 같은 과정이었다. 부모님과 나는 분명 '좋은 노트북을 사겠다'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분명 각자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의견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토 나오도록 사양을 비교해보고 부모님과 마찰도 빚고 나니 그냥 노트북 하나 사는 일일뿐인데, 인생이 너무 지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영향을 받고, 쉽게 지치는 사람이었다.

과정이 어쨌든 간에 노트북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고, 나는 하나의 고비를 또 한 번 넘기고 한 뼘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 일을 통해 나는 좋은 노트북을 알아보는 법을 배웠고, 부모님과 소통하는 법도 조금 더 배웠다. 사건이 일단락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팀플레이의 연속이다. 대학생에게는 조별과제고, 어떤 직장인들에게는 업무 그 자체고, 사회화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간이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누군가와 협력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끊임없이 겪었다. 어쩌면 내가 인생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사람들이 팀플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다. 나에게 있어 '인생'과 '팀플'이란 것은 '골치 아프고, 귀찮고, 어렵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들을 끊임없이 거쳐야 한다. 삶에서든 일에서든.
 
 
 
팀플 30번 하고 졸업할래, 팀플 10번 하고 자퇴할래?

 

이렇게 묻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이왕 시작한 거 죽을 때 죽더라도 팀플 20번 더 하고 졸업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학교를 계속 다닐 것이다. 이미 입학해버린 것을 뭐 어쩌겠는가.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그런데 그중엔 팀플 하나가 너무 힘들어서 기껏 학기말까지 다니다가 학기의 끝을 눈앞에 두고 중도 휴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팀플레이보단 개인플레이가 적성에 더 잘 맞고, 팀플 하나하나 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든 사람도 세상엔 있는 거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도 학교는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아 이제 곧 죽겠다 싶을 때쯤, 방학이란 게 왔으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졸업은 못하겠고 자퇴는 더 못하겠을 때, 휴학이란 걸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인생은 휴생이란게 없었다. 휴학은 학업을 멈췄다는 뜻이지, 밥 먹고 말하고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공부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이 모든 행위들을 멈춘다는 뜻이 아니었으므로.


처음으로 휴학을 했을 때, 1n년간 계속 있었던 방학이 없어지자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무언가가 내가 달릴 때와 쉴 때의 기준을 정해줬는데, 이제는 내가 알아서 내가 달릴 때와 쉴 때를 가려서 조절해야 했다. 예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다음 일정이 생겼는데, 이제 내가 다음 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 이렇게 학기도 방학도 없이 그냥 이렇게 무한한 시간을 내가 다 알아서 채워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젠 단순히 팀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 모든 행위들이 힘들다면? 그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 나는 휴학도 자퇴도 할 수 없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자퇴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플을 몇 번이고 견뎌내서 팀플의 고수가 되거나, 팀플이 적은 학과로 전과를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팀플을 아예 피할 수는 없지만 과제나 시험을 열심히 하든가. 그래도 어떻게 해도 인생 팀플레이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자퇴가 아니라 어떻게든 졸업을 하기 위해서 팀플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휴생'도 안되는 마당에 앞으로 더 이상 방학도 휴학도 없는 삶에 익숙해지려면 하루빨리 이놈의 팀플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적응하는 법을 좀 더 터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간대두


멈춰 선 남겨진 날 보면 어떤 맘이 들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잘도 버티는 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中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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