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등장 [영화]

글 입력 2021.02.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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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국 SF의 새로운 시도로 기대를 모은 영화 승리호(2020)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대중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가운데 이틀 만에 한국을 비롯한 28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꽃님이(박예린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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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092년 환경 오염으로 황폐화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구에서 어렵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UTS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은 새로운 식민 행성인 화성에서 안전한 삶을 영위한다. 새로운 계층이 형성된 사회에서 승리호의 선원들은 노동 비자를 발급받아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 청소부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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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야기의 공간이 제한적일 때 그 안에서 캐릭터들은 각자 포지션을 맡게 되고, 그들의 관계성이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승리호>의 경우, 선원들의 과거는 업동이(유해진 분)의 입에서 회상 식으로 발화되고, 태호(송중기 분)를 제외한 인물들의 서사는 거의 전무하다.


특히 설리반 박사(리처드 아미티치 분)는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인간을 혐오하며, 특별한 힘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끝까지 그의 속사정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이처럼 아쉬운 캐릭터 빌딩은 인물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의 잔상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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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기대는 개연성도 아쉬운 점이다. 메인 플롯에도 빈틈이 많고, 꽃님이와 승리호 선원들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계층 문제, 환경 문제 등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무엇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설리반 박사와 태호, 순이와 꽃님이로 이어지는 부성애를 서브플롯으로 집중했다면 더 깔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조성희 표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활극을 뜻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리에겐 할리우드 영화로 익숙한 장르다. 그렇기에 <승리호>는 한국 SF 영화 중 첫 번째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조성희 감독이 만들어낸 <승리호>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가진 매력은 '한국다움'이다. 승리호의 선원들은 우주에서 고스톱을 치며, 된장찌개를 나눠 먹는다. 그 속에 자리 잡은 신파 코드는 한국다움의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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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승리호>의 신파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꽤 높지만 신파야말로 한국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도 보편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멸망 이후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신파와의 만남은 좋은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된 한국 영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이 눈부시다. 할리우드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퀄리티의 CG가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아쉽게 했다.


익숙한 설정 속에 '한국다움'을 추가해 새로움을 만들어낸 조성희 표 스페이스 오페라 <승리호>. 아쉬운 점도 많지만 분명한 건 <승리호>를 통해 한국 영화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한국 SF 영화의 다음 발자취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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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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