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플레이리스트는 나를 닮아 있어 [음악]

혼란스러운 나를 위로하던 음악들
글 입력 2021.02.22 00: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와 너 노래 진짜 오래 듣는 구나."

 

얼마 전 버스에서 친구와 내 플레이리스트를 나눠 듣고 있는데,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한때 꽂혀서 좋아하던 노래는 꼭 친구에게 호들갑을 떨며 얘기해왔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음악을 좋아했었는지 다 아는 그 친구는 옛날에 내가 꼭 들어보라며 몇 번을 얘기하던 그 노래들이 연속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얘기했다.

 

맞아, 그렇지. 나는 정말로 플레이 리스트에 손을 잘 안대는 편이다. 몇 번을 듣고 나서 좋아진 다음에야 재생 목록에 추가하고, 삭제는 그보다 더 늦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음악 어플 탑 백인 곡들을 쭉 재생하는 것보다는 취향에 맞춰 모아둔 곡을 듣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내가 노래를 추가할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이거나, 아주 우연히 발견했거나, 누가 추천해줬거나, 아니면 아주 좋은 공연영상을 봤을 때다. 좋은 노래가 질릴까봐 아껴듣는 편은 아니고, 열 번이고 같은 노래만 재생해버리기도 한다. 아무튼 그 중 꽤 오랫동안 듣는 곡들은 보통은 모든 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그리고 그런 곡들은 항상 가사가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식으로 모아온 내가 듣는 플레이리스트에는 옛날부터 쭉 좋아해오던 곡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면 이 노래를 하루에도 열 몇 번 씩 듣던 그 때 느끼던 감정들이 다시 차곡차곡 되살아난다. 가끔은 그래서 이제 전혀 못 듣는 노래도 있다.

 

오늘은 쌓아뒀던 플레이리스트 중에서도 더 오랫동안 좋아했었고, 그래서 그 때의 내 마음이 느껴지는 곡 몇 개를 찾아왔다. 특히 항상 혼란스러워하며 갈피를 못 잡던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던 소중한 노래들에 대해서.


 

 

짙은 – 안개


80411689_1395137233702_1_600x600.jpg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밤이야

우린 어둠속을 찾아 길을 나섰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는 길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깊어져


모든 게 완벽해 다 준비돼 있어

도망가기에 좋은 그런 날이지


누구도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기 좋은 날



딱 이만큼 추운 날씨, 이른 새벽 이어폰을 꽂고 차가운 숨을 뱉으며 집을 나서던 길에 제일 많이 들었다.

 

혼자 아침 일찍 집을 나가던 그 때의 그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던 노래. 우리는 언제나 버텨내는 것을 최선처럼 여긴다. 하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틈타 도망가 버리자고 제안하는 그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고, 그래서 아마 재생 목록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 번도 지워지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다고 느껴질 때 그래도 된다는 허락이라도 받아내며 마음에 짐을 덜어내게 해주던 노래.

 

 


민수 - 민수는 혼란스럽다



109951163905171786.jpeg

 

 

그때 내가 그렇게 말했던 건 진심이 아녔어

변하지 않을 거란 우리 관계를 나쁘게 본거야

나도 모르겠는 날 너에게 물어

이런 저런 말들로 널 떠보려는 거 알아

너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지금은

못하지만 기다려줬으면 해


I don’t know how I feel all day long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

I don’t know how I feel all day long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

 

 

꽤 최근에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최근이라고 했는데도 확인해보니 벌써 이년이나 지났다.

 

처음에는 완벽한 기타선율에 마음을 뺏겼다. 그 다음은 여전히 가사였다. 너무 예민했던 그때의 내가 하고 싶었던 너무나도 복잡한 머릿속의 말들을 ‘혼란스럽다’로 정의해 내 마음을 빼다 박은 것처럼 대신 얘기해주던 노래.

 

그때의 나는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에 대한 고민이 결국엔 사실 내 문제일 것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자책을 많이 했던 내가 내 마음을 더 명확히 바라볼 수 있게 해줬던 고마운 곡이다.

 

어리고 예민했던 나 때문에 더 상처받은 나에게,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해주던.


 

 

재지팩트 - smoking dreams



chainchul_portfolio_017.jpg

 

 

이쯤에서 질문을 해 내 꿈에 관해

왜 난 이럴까 물음표로 수 높인 밤하늘

나를 내려다보는 star

괜히 오늘따라 더 높아 보이기만 하네


알다가도 결국은 모르는 게 인생사

어떤 이들은 고민 않고 쉽게 살아가지만

그보다 좀 더 예민한 난

하나하나 짚고 가느라 피곤한 밤이야

 

 

고민이 많던 20대 아티스트의 새벽을 담아냈고, 이제는 내 고민 섞인 불면의 밤까지 전부 같이 담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가수가 노래를 부르던 때와 나이가 가까워질수록 위로 받는 기분은 더 커졌다. 항상 내면이 불안하거나, 나의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급히 안정제를 맞듯이 틀어둔다.

 

아직도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복잡한 청춘 같은 곡.



[신지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5787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3.06,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