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일까요? - 어디갔어, 버나뎃 [영화]

글 입력 2021.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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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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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디스카운팅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말을 아는가? 누가 선물을 줬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마음에 쏙 드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면 처음에는 정말 행복하다. 다음날에도 행복하지만 전날만큼은 아니다. 1년 뒤에는 목걸이에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뇌는 왜 이러는 걸까? 살아남기 위해서다. 원래의 것에 익숙해져야만 새로운 위협을 감지할 수 있으니까. 이건 분명 뇌의 디자인적 결함일 것이다. 감사함이나 기쁨 대신 위험, 생존 신호나 감지하다니.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위험 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삶의 아름다움은 다 잊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아빠도 엄마의 보석 같은 면을 보지 못하게 됐겠지.

 

_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

 

 

 

행복이란 무엇일까?



만약 누군가 ‘행복’에 대해 질문한다면 ‘내 행복은 무엇입니다!‘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그런 속이 텅 빈 듯한 느낌, 혹은 버거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빠르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보일 거예요.”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에 나온 구절이다. 이 구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맞춰 허겁지겁 따라가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 속 깊은 의문의 구멍은 점점 더 커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건 바로 내 마음이 보내는 사인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세상이 벅차게 느껴지는 여러분에게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을 소개하고자 한다.

 

 

 

 

꿈을 잃어 방황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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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버나뎃은 잘나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요직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는 남편 엘지,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딸 ‘비’와 함께 ‘행복’하다 생각되는 일상을 조용히, 사람들의 접촉 없이 살아가고자 한다. 타인과 마주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버나뎃의 바램과는 다르게 그녀의 주변은 작은 소란들로 가득해지고, 그럴수록 그녀의 사람에 대한 거부감과 예민함은 거세져만 간다.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가 두려운 버나뎃은 온라인 비서 ‘만줄라’를 통해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을 해결해나간다. 가족과의 남극여행을 위한 서류작업부터 시작해, 비자, 비행기 표, 시애틀에서 남극으로 가는 모든 목록, 약국에서 쉽게 받아올 수 있는 필요한 멀미약까지도.

 

대체 무엇이 이렇게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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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버나뎃이 어딘가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한 원인은 오랜 친구 폴과의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 최연소 건축가상을 받았던 건물이 좋지 않은 이유로 철거되었던 사건, 결혼후 여러 차례 유산을 하게 된 일들, 귀하게 얻게 된 딸조차 심장이 약해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던 힘든 과정들, 그리고 이 일들을 통해 그만두게 된 건축가로서의 일,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낭떠러지까지 떠밀었던 것이다.

 

폴과의 시간은 버나뎃이 항상 피해만 왔던 자신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원인과 마주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이라 생각한다.

 

 

 

사라진 그녀


 

자신의 어두운 내면에 직면한지 얼마 안 되어 곧 커다란 사건 하나가 터지게 된다. 인공지능 가정부 ‘만줄라’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신원도용조직원이었고 이에 따라 국제 범죄에 휘말리게 되며 FBI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버나뎃의 모두에게 향한 행동과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불안했던 엘지는 결국 폭발해버리고, 버나뎃의 동의 없이 심리상담사까지 집에 불러들이자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와 어울리지 못하고 작은 세상에 갇히게 된 버나뎃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피아 집단과의 연루라니. 그도 마침내 마침표를 찍으며 폭발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엘지의 역할이 자기 자신이 누군지조차 의문이 들고 불안함의 최고치에 달한 버나뎃을 지탱해주는, 믿어주는, 편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의 딸 ‘비’와 같이.

 

버나뎃과 엘지 둘 다 서로의 세상 속 시선만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 속 시선도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딸 ‘비’의 완고한 선택과 엄마에 대한 믿음, 확신을 통해 그들은 서로에게 주어진 문제를 들여다보고 정답을 찾아가게 된다.

 

 

 

당신은 삶의 아름다움을 찾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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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뎃은 그동안 부딪혀보지 않고 그저 자신의 공간에 숨어 피하기만 했지만, 무작정 떠난 남극여행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의 쿵쾅거림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를 듣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 한다.

 

하지만 꿈을 실행하기 앞서 자신을 걱정할 소중한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자신의 꿈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이므로. 그리고 그런 버나뎃을 남편인 엘지와 딸 ‘비’는 찾아내고, 거창하고, 많은 말을 전하는 대신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 영화는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두근대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사람들을 피해 자신의 세상 속, 가족들의 울타리 속에 숨어버린 한 사람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버나뎃’ 그녀라면 그렇게 했을 말투, 제스처, 방황하는 사람의 행동과 눈빛을 구현해내며 현재 그녀가 처한 상황, 생각, 성격 그대로를 보여준다.

 

불안함과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가득한 버나뎃의 모습을 영화 흐름에 따라 그에 맞게 잘 해석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 있나요? 여러분의 빛나는 행복, 혹시 찾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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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것은 사실 내가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크고 작을 수도, 가깝고도 멀리 있을 수도 있다. “행복이 뭐지? 나만 모르나? 행복을 찾아야 해!” 라기 보다는 그저 가끔은 내 마음 신호의 반짝임을 놓치지 말고 귀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버거운 마음을 끌어안고 앞만 향해 나아가기보단,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들로 함께 조금씩 텅 빈 마음을 채워가길 바란다.


버나뎃 역시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무엇보다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찾아주는 사랑스런 존재들이 곁에 있어주었기에 자신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데 거리낌이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자신의 삶에서 더 큰 의미를 찾고자 발버둥치기 보단,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 여겨지는 것, 소중한 것들을 잘 가꾸고 키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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