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년 여성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영화]

영화 69세를 보고나서
글 입력 2021.02.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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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제목이 참 간결하다. 줄거리를 찾아보니 성폭행 피해자인 69세 효정이 가해남성을 신고하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내용인 듯했다. 사뭇 무거워 보이는 주제에 망설였지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을 보고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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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성폭행 피해자의 삶


영화는 생각보다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았고, 그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제껏 미디어에서 다뤄진 ‘성폭행 피해자’ 여성은 하나같이 세상이 무너진 듯 우울하고, 아프고, 수치스러워 하고, 일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좌절했다. 하지만 효정은 달랐다. 직장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운동을 통해 우울감을 이겨내려 하고, 스스로 나서서 경찰에 진술을 이어나간다. 누구의 태도가 옳다, 그르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피해여성의 전형을 만들어 그들의 인생을 재단하는 미디어 속 전형적 모습이 아니라 좋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사실 피해여성은 사회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그들 중 대다수는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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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노인으로 산다는 것


다음으로 영화에서 다뤄진 것은 노인 문제다. 사회에서 노인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외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몸이 약하고, 저항이나 신고가 어려운 그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은 그를 위한 사회적 제도가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을 무시하는 태도는 대체 어디에서 기인되었을까. 늘 깔끔한 옷을 갖춰 입고 다니는 효정에게 경찰이 ‘옷을 참 잘 입으세요.’하자 효정은 ‘이렇게 안 입으면 무시당해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효정은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는 존재였을까? ‘그렇게 입고 다니면 누가 노인이라고 생각하겠어.’ 효정은 평가당해도 괜찮은, 성폭행을 부추긴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처우가 단순히 몸이 약하고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제 3장. 노년 여성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제 속 69세는 GV행사가 동반되었는데, 감독님의 연출의도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중 내가 궁금했던 것은 비혼 노년 여성이 남편이나 자식의 도움 없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영화 속 효정은 스스로 돈을 벌고, 운동을 하고, 치료를 받는 등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만 결국 그에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은 찾아온다. 효정의 진술을 치매노인의 것으로 치부하고 남성 보호자를 찾는 경찰과 남편 없이 혼자인 효정을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는 물리치료사, 동거인 동인의 집을 나서자 갈 곳이 없어진 효정, 변변한 직장을 찾을 수도 없는 노년 여성이 자식이나 남편의 도움 없이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제껏 보지 못했던 노인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비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들이 만들어가는 연대가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 서로가 서로를, 때로는 젊은이가 노인을, 서로의 존재를 잊지 않고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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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은 분명히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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