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레베카'에서는 왜 여자 주인공 이름이 없을까?

구체제에서 신 체제로의 이행
글 입력 2021.02.19 07: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rebecca.jpg

 

 

레베카는 국내에서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4, 2016, 2017, 2019에 이어 2021년 하반기 공연예정에 있을 정도로 흥행하고 인기 있는 작품이다. <레베카>라는 넘버로 유명한 이 극은 엄청난 가창력을 요하는 뮤지컬로서 옥주현을 필두로 하여 매년 새로운 댄버스 부인(신영숙, 김선영, 장은아 등)을 탄생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계속 여름에 극을 올림으로써 더운 여름의 날씨를 맨덜리의 스산한 공기로 잊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뮤지컬 레베카를 좋아하고, 이 뮤지컬은 어떤 점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기에 흥행할 수 있었을까? 단지 넘버가 좋고 웰메이드(well-made) 뮤지컬이어서일까?

 

 

 

본 비평의 시발점


 

이러한 뮤지컬을 “기존체제의 붕괴와 신 체제의 발생”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뮤지컬 레베카의 주요 등장인물은 막심 드 윈터, 댄버스 부인, 나(독일어: ich[이히]), 반호퍼 부인, 잭 파벨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조연인 반호퍼 부인과 잭 파벨까지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칭하는 까닭은 잭 파벨 또한 내가 이 극을 분석하는데 있어 중요한 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극을 분석하기에 앞서, 가장 첫 번째로 들었던 의문이 바로 “왜 등장인물의 이름을 특정 이름으로 하지 않고 ‘나’라고 했을까?”[1]이다. 이 질문에서 이 극에 대한 나의 모든 분석이 시작된다. 이는 모든 관객, 즉 각 개인으로서의 관객이 극 중의 ‘나‘가 될 수 있고, 이미 그런 상태일 수 있고, 그러기를 희망해서지 않을까? 나는 나이다. 1인칭이다. 즉 3인칭, 타자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나’라는 단어에 모두가 개개인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히의 머리가 단발머리인 이유


 

KakaoTalk_20210117_151933137.jpg

 

 

다른 여자 캐릭터들은 모두 긴 머리인 반면, 이히는 유일하게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왜 이히의 머리를 단발머리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머리카락에 대한 믿음은 문화적 믿음과 머리카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은 기록된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2]. 머리의 흐름(길이)은 자유로움과 해방상태를 묘사한다. 이에 단발머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전의 서양에서는 여성은 긴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아주 소수의 진보적인 여성이거나 패션너블한 여성들만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단발머리는 일반적으로 점잖치 못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1920년대 초반에는 영화배우 Mary Thurman(메리 서먼)이, 1920년대 중후반에는 콜린 무어(Collen Moore)와 루이즈 브룩스(Louise Brooks)가 대중화했으며, 나이든 사람들은 긴 드레스를 입고 무거운 에드워드식 머리를 한 소녀드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flapper(신여성)로 알려진 젊은 여성들에게서 다소 충격적인 독립성으로 여겨졌다. 단발머리는 전통적인 역할을 거부한 여성들의 현대화의 표시로 채택되었으며, 이 스타일은 서양을 넘어서 퍼져나가고 있었다[3].

 

한국에서 단발머리는 유교적 윤리 속에 갇혀 살던 여성에서 그 굴레를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며, 이는 서구화에 대한 동격으로 새로운 유행을 따르고자 하는 행위로 표출되었다.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 사이에서 많이 행해졌다. 이처럼 서양과 동양에서는 모두, 단발머리는 전통적인 체제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히가 긴 머리를 가지고 있던 레베카와 달리,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것또한 구체제에 맞서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할 것이라는 암시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댄버스 부인 또한 긴머리이다)

 

 

 

줄거리 및 인물에 내재되어 있는 메타포


 

그렇다면, 이 극에서 ‘나‘가 하는 역할, 정확히 말하자면 ‘나’가 상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막심, 댄버스, 반호퍼 부인과 잭 파벨의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제목은 레베카이지만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는 어떤 메타포(metaphor)를 띠고 있는가?

 

뮤지컬 레베카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레베카는 맨덜리의 엄청난 안주인이었고, 그녀는 익사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막심은 사랑하는 레베카를 못 잊고 있는 남자로 그려지고 있다. 몬테카를로에서 이히[4]와 우연히 만난 막심은 이히의 순수함에 끌려 이히와 결혼하게된다. 이히는 사랑 하나만을 바라보고 그녀의 고용인이었던 반호퍼 부인을 떠나온다. 이히는 맨덜리로 오기 전부터 수없이 ‘레베카‘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맨덜리에 와서 만난 댄버스 부인은 자신에게 차갑기만 하며 자신에게 레베카 이야기만 들려준다. 그 후 레베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막심을 보며 좌절한다. 하지만, 레베카와 막심 간의 진실에 대해서 알게된 후 이히는 막심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소극적인 모습을 버리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변하게 된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자신의 인생 전부가 레베카라고 믿었던 댄버스 부인은 그녀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맨덜리 저택에 방화를 저지르며 자신도 자살한다. 이 때, 막심은 불타는 저택 안에서 레베카와 관련된 자신의 악몽과 직접적으로 대면함으로써 그녀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다. 그리고 뮤지컬은 첫 장면과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며 맨덜리에 대해 회고하며 끝이 난다.

 

여기서, 이히는 새로운 체계, 막심은 기존체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여기서 벗어나 신 체제로 가고자 노력하는 인물, 레베카는 기존의 완고한 체제, 댄버스 부인은 그 구체제에 절대복종하며 그 체제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인물, 반호퍼부인은 구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일반적인 인물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5], 잭 파벨은 체제의 전환에는 무관심하고 자본에만 관심 있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태도를 가진 인물이 상징화된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이유를 넘버를 바탕으로 하여 설명하겠다[6]. 대사 보다는 넘버의 가사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이는 뮤지컬은 노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고, 넘버가 한 인물의 감정을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내용


 

 

#1. 절대 귀부인은 못 돼.

 

 

이 노래를 하기 전, 반 호퍼 부인은 이히에게 “오갈데도 없는 널 받아줬어 니가 불쌍해서”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히의 상황을 말해준다. 그녀는 아버지도 잃었고 가족도 없고 갈 데가 아무대도 없는 상황이다. 즉, 천애고아인 상태이다. 하지만, 그녀는 레베카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반 호퍼 부인 : (막심 드 윈터를 보고) 어머나? 저 사람을 여기서 만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이히 : 왜요, 반호퍼 부인?

반 호퍼 부인 : 레베카 드 윈터… 저 사람 부인 레베카가 작년 여름에 익사했거든. 

아우, 비극이지. 저 불쌍한 남자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뭐야 넌 그것도 몰랐어? 그 때 신문에 온통 그 얘기뿐이었는데. 

이히 : 몰랐어요.

 

 

이히는 모두가 레베카를 알고 있다고 전제되는 상황에서 레베카를 모르고 있다. 그는 즉, 구체제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구체제의 영향이 가해지지 않은 범위에 속해있다. 이히는 기존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귀부인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반호퍼가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이히는 모든 것에 서툴고 소극적인 모습이다. 그녀는 절대 귀부인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으며 이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히는 우연히 식사장소에서 막심과 마주치게 되고, 그와 함께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이 때, 막심은 이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한다.

 

 

#2. 놀라운 평범함

막심 : 뭐가 이토록 내 맘 움직일까? / 말론 설명할 수 없는 느낌 / 차가운 바람도 / 오늘은 왠지 따스히 느껴져 / 생각도 못했었어 / 이런 기분일줄 / 조금은 낯설지만 웃음이 나와 / 이 순간 모든 게 새로워져 / 놀라운 평범함 / 자연스러움 / 해맑은 그 모습 / 있는 그대로가 다 전부인 사람 / 겉치레는 없어 / 어딘가 서툰 / 그 표정 그 몸짓 / 그녀의 곁에서 / 난 자유로워져 / 잊고만 지낸 행복이란 말이 날 부르네 / 내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 함께한 시간은 단 몇 주뿐 / 하지만 왠지 늘 함께했던 사람 같아 / 편안해져 / 내가 뭘 했었는지 어떤 사람인지 / 중요하지 않은 듯 묻지 않아 / 수줍은 눈으로 바라볼 뿐 / 놀라운 평범함 / 자연스러움 / 해맑은 그 모습 / 새로운 출발을 꿈꾸게 만드네 / 욕심은 아닐까 / 환한 그 미소 / 모든 걸 일게 해 / 그녀만 있으면 / 난 자유로워져 / 잊고만 지낸 행복이란 / 말이 날 부르네 / 그녀의 향기가 / 얼었던 내 맘을 / 눈 녹듯 감싸네

 

 

이 노래는 표면적으로 보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분석적 관점에 의거하면, 구체제 속에 있던 인간이 구체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것 신 체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것에 있어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낯설지만 웃음이 나오고, 이 순간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는 가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후, 이히는 막심을 따라 구체제의 가장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는 장소인 맨덜리의 저택에 오게 된다. 이히가 오는 날, 부르는 그 저택의 하수인들과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노래이다.

 

 

#3.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하수인들(앙상블) : 예전에 그 모습 다시 그 영광으로 누굴까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생략) … 재혼하실 줄 몰랐어. 참 대단해. 

댄버스 부인 : 도대체 무얼 바라고 벌써 여기로 온 건지 / 내게 드 윈터 부인은 이 세상 하나 뿐인데 / 당신은 비록 바다에 잠드셨지만 그 자린 아무도 감히 넘볼 수 없어!!!. 

하수인들(앙상블) : 그 누굴까. 어떨까. 우아하고 예쁘실까. 도도하고 깐깐한 여자일까

하수인들(앙상블) : 어이없어 기막혀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 어떻게 저런 여자가 너무나 어색한 새 안주인!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이 넘버에서 이히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인물임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댄버스 부인을 통해 그는 새 인물인 이히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녀에게 드 윈터 부인은 레베카뿐이다.

 

 

#4. 영원한 생명

댄버스 부인 : 난초의 꽃은 특별해 / 다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 검게 시들은 풀잎사이로 / 다시 붉은 꽃을 피우지 / 그년 난초처럼 다시 되돌아올 걸 난 알아 / 영원한 생명 / 죽음을 몰라 / 그녈 굴복시킬 순 없어 그 누구도 / 우리 곁에서 / 숨을 쉬어 난 느낄 수 있어 / 날 불러 / 자신을 되살리라고 / 난초는 그녀의 분신이었어 / 그녈 닮은 꽃 신비로웠지 / 때론 갑자기 시들다가도 / 그녀 손길에 살아났어. 그래 / 지금 그녀처럼 죽은 듯이 있지만 / 영원한 생명 / 죽음을 몰라 / 그녈 굴복시킬 순 없어 저 바다도 / 어둠 속에서 언제나 서성이며 / 우릴 지켜봐 / 조용히 / 떠나지 못한 채/ 절대 길들일 수 없는 사람 / 당당했었지 / 누구보다 영리해 / 어떤 남자도 그녈 다 가질 수 없어 / 자유로운 영혼 / 영원한 생명 / 죽음을 몰라 / 그녈 굴복시킬 순 없어 그 누구도 / 우리 곁에서 / 숨을 쉬어 난 느낄 수 있어 / 날 불러 / 자신을 되살리라고 / 영원한 생명 / 죽음을 몰라 / 영원한 생명

 

 

이 넘버에서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 즉 완고한 구체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녀에게 난초는 곧 레베카이다.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절대 죽지 않으며 어떤 무엇에 의해서도 굴복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구체제의 영원성과 확고성 또는 절대성이다. 구체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과 같은 것이며 모두를 지배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히가 등장한다. 이히는 댄버스 부인과 친구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댄버스 부인은 이에 대답하지 않고, 레베카가 했던 대로 이히에게 행동하라고 한다. 이 다음 장면에 바로 막심의 누나인 베아트리체와 그녀의 남편이 등장하여 이히에 대한 넘버를 부르는데, 이는 새 체제가 구체제와는 완전히 다름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이히는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으로 설명함으로써, 레베카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들은 구체제는 나쁜 것으로, 신 체제는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막심과 이히는 재미있게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레베카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이히는 풀이 죽고, 막심은 화를 낸다. 막심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자 하며 이히를 추궁한다. “누구한테 무엇을 들었지!” 하지만, 이히는 막심에게 그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계속해서 말한다. 막심은 이에 대해 그만하라며, 행복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낯선 말이라고 한다.

 

 

#4. 하루 또 하루

이히 : 하루 또 하루 / 검은 밤들 / 견딜 수 없는 어둠 / 날 지켜줘 / 용기를 잃지 않게 / 사랑의 힘으로 그를 믿게 / 내 마음 잡아줘

막심 : 새 출발 할 수 있다 믿었는데 / 과건 날 절대 놔주지 않아 / 그녈 잊을 수 있다 굳게 믿어왔지만 /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레베카 / 나도 몰라 내가 누구인지 / 새 희망은 다 거짓 / 섣부른 출발 / 때 이른 결말

 

 

이 부분은 불안한 이히와 막심의 마음을 동시에 잘 드러내주며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히는 구체제인 레베카에게 도전하는 것에 이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반면 막심은 구체제로부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구체제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짐과 동시에 신 체제에 의해 해방될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까지 의심하고 있다.

 

막심이 트라우마[7]를 치료하기 위해 잠시 떠나고, 이히가 혼자 맨덜리 저택에 있게 되자, 댄버스 부인은 이히에게 끊임없이, 그리고 강렬하게 레베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녀를 숭배하고 찬양한다.

 

 

#레베카(act1)

댄버스 부인 : 들려요. 바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레베카. 

자. 그녀의 침대. 순결한 잠옷. 보세요. 예쁘죠. 바람결처럼 가볍고. 고운 천들이 그녀의 향기 숨쉬며 그녀를 기다려. 지금은 바다 깊은 곳에 계시지만 그 이름 파도가 노래해. 레베카. 지금 어디있든. 멈출 수 없는 심장소리 들려와. 바람이 부르는 노래.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레베카) (레베카) 그 고운 머릿결 내 손으로 빗겨드렸었지 맘에 꼭 든다며 내 칭찬 하셨어 우아한 자태 고귀한 품격 넘쳤지 벌써 많은게 변했어 지난해 이후로 하지만 영원한 그 이름. 레베카. 지금 어디 있든. 멈출 수 없는 심장 소리 들려와. 바람이 부르는 노래.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이히, 즉 신 체제가 ‘좋은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극에서는 베아트리체 말고도 벤이라는 인물의 노래까지 빌리고 있다. 그는 말한다. “넌 착해 그년 나빴어”. 지적 장애가 있는 벤을 통해 가장 순수한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라 할 수 있는 “나빠“ 착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히는 댄버스의 계략에 의해서 구체제로 형상화되는 레베카의 드레스를 입는다.

 

 

# 오늘은 나의 세상

이히 : 믿을 수 없어. 진짜 나 맞아. 그림 속 여인과 똑같아. 거울 속 내 모습 꿈은 아닐까. 

저 하늘을 날아갈래. 아름답게 춤을 출래. 모두의 앞에서. 

오늘은 나의 세상. 마법 같은 세상.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모두가 좋아해줄 거야.

 

 

이것이 나타내는 것은 신 체제가 구체제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구체제를 띠면서 그것이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즉, 구체제의 완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을 따라하려고 하는 신 체제의 약한 모습, 즉 구체제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막 피날레_레베카

댄버스 부인 : 레베카. 감히 그 누구도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어. 모두가 당신만 기다려.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댄버스 부인은 아직까지는 독립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한 신 체제를 망가트림으로써 구체제의 영원성을 보존하고 과거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제를 복구하고자 한다. 이에 나약한 신 체제, 즉 이히는 대항하지 못하고 처참히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자마자, 1막의 넘버 <레베카>가 reprise되고 이어서 “저 바다로 뛰어”라는 넘버가 이어진다.

 

 

# 저 바다로 뛰어

댄버스 부인 : 한발만 더 가면 저 파도가 너를 기다려. 이 불행을 끝낼 길 아무도 널 원하지 않아. 자 여기서 끝내. 죽어 마땅한 사람은 너야. 주인님과 너 자신을 위해 뛰어! 너의 고통은 여기까지야. 저 바다로!!

 

 

이 노래에서 이히는 구체제를 추종하는 세력에 대항해 보지만 그 세가 밀린다. 그리고 구체제에 굴복하려는 순간, 해상경보가 울린다. (후에 해상경보가 레베카의 배와 시신을 찾았다는 경보음이었음이 밝혀짐으로써, 구체제가 신 체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게 되는 모순을 발생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히는 막심을 찾아 헤매다가 그와 마주하게 되고, 그의 트라우마, 즉 아름답게 포장되었던 구체제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칼날같은 그 미소 

막심 : 사랑? 레베카? 난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어

이히 : 뭐라고요?

막심 : 참을 수 없을 만큼 교활하고 뻔뻔한, 사랑이라곤 전혀 모르는 여자!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속마음 / 어쩜 그리 다 감쪽같이 속였나 / 실은 나도 당했던 것 / 세상 남자 그 미소에 다 굴복 당했지 / 상냥한 말솜씨에 그 매력에 / 칼날같은 그 미소 / 날 녹여버렸어 / 전부 잊을 수 있어도 / 지울 수 없는 그녀 미소 / 우리 함께 갔던 절벽 / 그녀와도 갔어 / 몬테카를로에서 우린 거랠했지 / 차갑게 웃으며 내게 속삭였어 / 니 아내 노릇 해줄 테니 / 딴 남자랑 놀 땐 나를 건드리지마 / 난 사람들 눈이 두려워 / 더러운 계약을 했어 / 이혼은 우리 집안의 금기 / 그년 알았던 거야 / 가족의 명예 위해 난 모든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 칼날 같은 그 미소 / 날 녹여버렸어 전부 잊을 순 있어도 / 지울 수 없는 그녀 미소 / 아내 역할은 했지 무섭게도 완벽히 / 여기 맨덜리 사람들은 모두 속았어 / 치밀한 계획 완벽한 그 연기 / 레베카는 점점 더 과감해져 갔어/ 수많은 애인과 여기서 더러운 짓을 했어 / 나를 보며 조롱하던 눈빛 / 칼날 같은 그 미소 / 난 분명 경고했지만, 그년 날 무시했어. 심지어 그녀 애인 중에는 사촌도 있었어. 잭파벨. 

이히 : 나 그 사람 알아요, 막심. 당신이 런던 출장 갔을 때 여기 왔었어요

막심 : 왜 나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어?

이히 : 당신에게 레베카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막심 : 기억을 되살려? 천만에. 난 그 기억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아 미칠 것 같아. 

그녀가 돌아왔던 그 날 집은 텅 비었고 / 불 켜진 보트 보관소 / 그녀는 파벨과 있을 거라 난 확신 했어 /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보트보관소로 들어갔어 / 그런데 그녀는 혼자였어 / 쌓여있던 담배꽁초 온 몸에 힘이 빠져 / 소파에 누워있었지 증오가 가득한 얼굴로 / 난 말했어 / 넌 우리의 계약을 깼어 / 더 이상은 못 참겠어 / 이 뻔뻔한 인간 / 말 좀 해봐 / 그 때 그녀 날 비웃으며 내게 말했지 / 나 만약 아일 가졌다면 어쩌실래 / 세상이 당신 애라 믿겠지 / 맨덜리의 유일한 상속자 / 완벽한 당신 아내는 완벽한 엄마 될 거야 / 그럼 넌 멍청한 아빨 연기해져 / 칼날 같은 그 미소 / 견딜 수 없었어 / 피가 솟구쳐서 난 그녈 밀쳤어 / 그녀는 넘어졌고 그래도 누웠어 / 나는 놀라 일으키려 했지만 / 그년 죽었어 / 웃는 얼굴로 / 그녈 보트에 태워 바다에 가라 앉혔어 / 오늘 발견된 그 곳에 / 그년 완벽히 계획했던 거야 / 죽은 그녀가 날 이겼어.

 

 

구체제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 이히는 막심이 재판을 받게 되어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베아트리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한 태도(“오. 베아트리체 왔어요. 좋은 아침이예요.”)로 마주한다. 이제 구체제는 무너지고 새 체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구체제가 틀리고 새 체제가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구체제에서 신 체제로 바뀌었음을 확실하게 하는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리프라이즈가 전개된다. 1막에서는 하수인들이 이히를 인정하지 않았던 반면, 2막에서는 그녀를 인정하고 댄버스 부인이 아닌 그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이히는 댄버스 부인과 정면으로 대립하며 이긴다. 이 부분이 수동적인 이히가 능동적으로 바뀌었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자신이 당당하게 “미세스 드 윈터는 바로 나야“라고 댄버스 부인에게 말하기 때문이다.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이히 : 난 난초를 싫어해 진달래 꽃이 훨씬 좋아. 여기 이 화분들 다 치워줘요

댄버스 : 이건 드 윈터 부인 난초들이죠.

이히 : 여기 곰팡이. 창문 좀 자주 열고 환기시켜요.

댄버스 : 찬 바람 싫어하셨죠

이히 : 착각하지 마요.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생략)

이히 : 이젠 여기가 내 집 손님 취급은 그만 해

댄버스 : 너는 못 이겨 그녀는 강해

이히 : 더 이상 못 참아 내 맘대로 살래

댄버스 : 죽음의 힘 앞에 굴복하게 될 거야

이히 : 당신의 의견따위는 상관없어.

댄버스 : 네가 보지 못한 걸

이히 : 그동안 내내

댄버스 : 나는 보고 있어

이히 : 자신을 부정해왔죠 이제는 아냐

댄버스 : 그녀는 여기 있어 너의 그 뒤에

이히 : 이 어두운 집 안에 빛을 비출 거예요

댄버스 : 살아 있어 다 듣고 있어

이히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댄버스 : 다 보고 있어

이히 : 손님 노릇은 안 해

댄버스 : 주인은 바로 그녀야

이히 : 이 집 주인은 나야

 

 

새로운 체계가 구체제를 이기는 모습을 띠게 되며, 댄버스 부인은 구체제의 영광을 계속해서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댄버스 부인은 마주한 사실은 자신이 맹목적이게 따랐던 레베카가 자신마저 완벽하게 속였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속임수

막심 : 그년 우리 모두를 완벽하게 속였어 / 철저하게 이름도 가명을 쓰고

임신조차 거짓이야 / 병원에 간 이유는 / 오직 단 하나!

암이었습니다.

 

 

이를 마주하게 된 댄버스 부인은 절규하며 <레베카>를 부르는데, 이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부른다. 또한 이제 레베카, 즉 구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레베카 act 4.

댄버스 : 감히 날.. 

그녀가 내게 어떻게 숨길 수 있나. 나에게 마저.

난 너 하나만을 위해 내 인생 전부를 다 바쳤는데. 

레베카. 날 배신한 이름 이제는 멈춰 버린 심장소리여. 

이 모든 것들 의미 없어. 레베카. 나의 레베카. 이젠 사라져. 영광의 맨덜리

 

 

결국 구체제 속에서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막심을 구해준 것은 신 체제, 즉 이히와의 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사건)이 매개가 되어 구체제에서 벗어나 신체제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밤의 저편

막심 : 절벽 끝에서 난 내려다 봤어 희망 없이 얼어붙은 내 심장

이히 : 난 당신 위해서 걱정만 했었죠 온통 먹구름 속에 있던 당신

막심 : 너 없이 어떻게 견뎠을까

이히 : 그런 생각 마요

막심, 이히 : 이제 다 잊고 새로운 출발

이히 : 밤의 저편 

막심 : 악몽의 끝 

막심, 이히 : 이제 아픔을 지워

막심 : 암흑같던 절망을 벗어던져 

이히 : 저 파란 하늘 

막심, 이히 : 우릴 반겨주네 사랑할 수 있게

다시 벼랑 끝에 서면 푸른 하늘 / 위를 나는 새로운 새들을 봐

밤의 저편 악몽의 끝 이제 아픔을 지워 함께하면 겁날 게 하나 없어

저 붉은 해가 우릴 비춰주네 사랑할 수 있도록

 

 

구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사라지고, 구체제가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댄부스 부인은 구체제의 본거지였던 맨덜리 저택에 방화를 하고, 자신 또한 그곳에서 자살한다. 이 때, 막심은 불타는 자신의 저택으로 들어가며 자신이 두려워했던 레베카의 악몽(구체제의 악몽)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며 이제 그것을 끝냄을 공표한다.

 

 

#불타는 맨덜리

프랭크 : 집안의 불은 모두 다 꺼져 있었어 / 새벽 복도에서 댄버스 부인이 보긴 했지

미친 듯이 그녀는 웃었어

막심 : 내 소중한 모든 것 이젠 사라져 버리는 건가 / 되돌릴 수는 없나

하지만 또 악령에 시달린 내겐 감옥과도 같은 곳 

타올라라 맨덜리여 / 너의 뜻대로

 

 

구체제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여기서 탈피하여 새 체제로 이행하면서 막심은 다리를 다치게 된다. 이는 즉 체제를 바꾸는 것은 희생이 따를 만큼의 크고 힘든 일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막심은 어느 때보다 편한 미소를 띠며 이히와 함께 미래를 그린다. 즉, 막심은 새 체제 안에서 비로소 편안해진다. 이히와 막심은 맨덜리를 떠나 지중해가 보이는 작은 호텔에 보금자리를 새롭게 잡는다. 그들은 맨덜리를 추억 속에 남기며 그립지만 아픈 상처라고 말한다. 즉, 구체제는 익숙하여 그립지만, 추억 속에만 남길 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인 것이다. 그들은 이제 구체제의 억압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계 내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며 자유롭게 사랑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주인공의 이름 없이 ‘이히’라고 지은 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처음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며 좌절과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이히 또한 초반에는 존재감이 없게 그려지지만,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마지막에는 왜 이히가 주인고이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댄버스 부인은 조연인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따라서, 이 극을 보면서 우리는 나도 ‘이히’처럼 부당한 것과 거짓된 것에 압도당해 피하지 말고, 그것을 당당하게 마주보면서 그것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을 재인식할 수 있다. ‘변화’는 인간이 추구하는 근본 속성 중에 하나이며, 우리의 삶에서 분리될 수 없는 현상이다. 

 

 

 

 

[1] “이름조차 없지만 진짜 주인공은 ‘나’” 인터뷰 질문 중 ‘나’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표현하려고 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민경아 배우의 답변이다. “왜 주인공에게 이름이 없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연출님이 말씀하시길, 누구나 극을 보면서 ‘내 얘기 같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래요. 누구나 ‘나’처럼 처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움을 부딪히거나, 잘 해보려다 오히려 더 어색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런 모습에서부터 점점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이 극에서 돋보여야지’하는 생각보다는요.”

[2]  by El Rubio, Octover 16, 2016.

[3] 위키피디아 ‘bob cut’ 페이지 참조

[4] 라는 단어와 이 극에 등장하는 를 구분하기 위해서 이 극에 등장하는 이히로 칭하도록 하겠다.

[5] 물론, 뮤지컬적인 면에서 보면, 반 호퍼 부인은 쇼 스타퍼(show stopper)이다.

[6] 대사 보다는 넘버의 가사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이는 뮤지컬은 노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고, 넘버가 한 인물의 감정을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7] 막심의 트라우마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넘버는 신이여이다

 

 

[김소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1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