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뷔시만의 색채를 그리다 - Music Suite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1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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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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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알게 된, 예술을 사랑하는 언니와 예술을 이야기했다.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워진 언니와 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자주 만나게 되었고 친해졌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원래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과는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예술을 사랑하고 잘 알고 있는 언니였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일상 속 슬픔과 힘겨움을 예술가가 전하는 메시지들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던 우리는 이 경험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클래식, 공연, 예술경영, 하고 싶은 일, 생계, 취업 준비, 진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끝은 예술이었다. 그만큼 좋아하고 가까이 해왔던 것도 없었기에 결국은 클래식을 포함한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꿈꿨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예술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싶다. 일상 속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일상 속 스며든 클래식을 좀 더 확장해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전하는 오브젝트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꿈을 꿨다. 클래식과 공연, 음악에 대한 소식을 모아 전달하는 메일링 서비스, 예술가를 표현한 오브젝트 정기 배송 서비스, 구독 서비스 등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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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에서 자금의 문제도 있고, 예술 그중에서도 '클래식'이라는 소재가 너무나 마이너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은 아닐까, 그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꿈은 거창했지만, 그를 실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문제였기에 현실에서 펼칠 수 있는 도전의 시작은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우리의 작지만 단단한 도전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1. 대주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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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중에서도 클래식 분야가 일상에 녹아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TV 광고, 유튜브 BGM 등 클래식 음악은 일상의 배경으로 살아 숨 쉬고 있지만, 정작 클래식 음악이 주인공인 순간은 별로 없었다. 우리는 이를 포착해내어 클래식이 주인공인 순간들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공연장에서 벗어난 클래식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

 

 

유명하면서도 사람들이 제대로 알진 못하는 작곡가를 선정하기 위해 수많은 작곡가를 나열해보았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선택을 받은 작곡가는 드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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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도 꼽히는 <달빛>을 작곡한 드뷔시

 

 

드뷔시는 당시의 인상주의 화가와 상징주의 시인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 색다른 음악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여러 분야의 예술을 품었던 그의 음악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차가운 밤공기로 가득 찬 고요한 공간에서 듣는 <달빛>은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면서 나를 어루만져 준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와 잔잔한 미소가 드뷔시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고 생각했기에 드뷔시만의 색채를 그리고자 결심했다.

 

드뷔시만의 색채를 담은 오브젝트를 통해

각자 자기만의 음악적 색채를 빚어낼 수 있길.

오랫동안 일상에 안식과 예술이 함께 하길.

 

 
 

2. 리워드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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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대표곡 <바다>와 <달빛>에서 느껴지는 감상들과 머릿속 그려지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 결과물을 스티커와 엽서에 담았다. 그리고 클래식을 담은 마스킹테이프를 만들었다.

 

사실, 스티커와 엽서, 마스킹 테이프와 같은 오브젝트로는 드뷔시를 포함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메시지를 온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편적으로 클래식을 소비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각자의 일상에 클래식 예술이 스며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언뜻 주변에서 흘러나온 클래식 음악, 잠잘 때 듣는 클래식 유튜브 영상 속 음악.. 그 하나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음악 기록 모음집이 어떨까.

 


곡을 들었을 때의 감정, 느낌, 작곡 배경, 작곡가가 누구인지,

어디서 작곡했을지, 악기 편성은 무엇일지

적을 수 있는 나만의 음악 기록 모음집.


일정한 체계와 구성을 갖추고 있는 곡들을 모은 모음곡을 뜻하는 'suite'라는 단어처럼, 이 기록집을 완성해 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클래식 취향이 생길 것이고 자신만의 이야기, 개성이 묻어나는 모음곡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클래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해보자. 모든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읽어보자. 얼마나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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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오랫동안 클래식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클래식 레터를 전하기로 했다. 실제 우편을 통해 전하고 싶었지만, 플레이리스트를 바로 연결해 들을 수 있는 편의를 위해선 온라인 편지가 낫다는 판단에 이메일을 통한 클래식 레터를 발송하기로 결정했다. 언니와 내가 어릴 때부터 애정으로 함께 했던 곡들을 엄선하여 4~5곡을 추천하는 메일을 한 달에 한 번, 월초에 발송할 예정이다.

 

작곡가의 재밌는 숨겨진 이야기와 작곡을 시작한 배경, 소소한 정보들을 담았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연습 노트도 제작했다. 실제 전공생인 언니의 노력이 담긴 연습 노트 서식을 완성해냈다.

 

 

 

3. 진심을 담은 프로젝트


 

모든 리워드에는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안고 나아가길 바라는 우리의 진심이 담겨있다. 작곡가들이 음악을 통해 진정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매력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그들의 발자취가 우리의 일상에 남아 잔잔히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자신만의 다채로운 색으로 일상생활을 채울 수 있도록 기원한다. 그리고 드뷔시로 문을 연 우리의 프로젝트가 그를 도와주는 존재로 빛이 나길 소망한다.

 

계속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다가 그쳤던 일들을 실제로 만드는 것에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이렇게 노력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서 구석에 박혀있다가 조용히 펀딩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내가 그린 작품과 구성에 확신이 들지 않아 고민하며 잠이 들면, 텀블벅 프로젝트를 오픈했지만 혹평을 받는 꿈을 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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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픈을 준비하고 텀블벅 측에서 '에디터 PICK'을 받으며 공개 예정 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픽을 받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인정받았다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렇게 인정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개 예정 프로젝트로 알림 신청을 받는 3일 동안 약 160명에게 알림 신청 하트를 받았다. 이 또한 기적처럼 다가왔다. 약 2달 동안의 노력을 이 알림신청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드뷔시와 같은 작곡가와 클래식에 관심이 있음을 방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중들의 호의적인 태도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품을 그리고 제작할 때만 해도, '이게 될까... 아님 말지 뭐...'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알림 신청을 예상하지도 못한 숫자로 받으면서 욕심이 생겼다. 꼭 우리의 리워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으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밤을 새워가며 프로젝트 공개 준비에 임했다.

 

그리고 오늘 오픈한 지 이틀이 지나고 있다. 약 한 달 동안 진행될 이 프로젝트의 후원 목표 금액은 50만 원이다. 고민을 많이 한 끝에, 가격을 산정하고 목표 금액을 결정했다. 사실 목표 금액을 달성해도 인건비가 제대로 나올까 말까인 가격으로 매겼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클래식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꾸준히 이를 이어나가게 도와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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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전으로 2021년을 시작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든, 못하든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맛보았기에 충분하다. 실패한다면 부족했던 나의 구상과 이야기를 반성하고 또다시 도전을 할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독자들도 마음속에 숨겨뒀던 이야기와 상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 나 같은 소심하고 극위험회피자 성격인 사람도 일단은 시작해봤으니 말이다. 2021년을 하고 싶은 것을 당당히 해보는 '도전'의 해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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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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