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 속에서 새롭게 읽어낸 관계 - 진리의 발견

글 입력 2021.02.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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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 전기 시점



완전한 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설도 아니다.

 

전기라고 하기에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엮여 흘러가며,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업적과 관계성에 대한 엄격한 고증을 거쳐 이어지는 책. 마리아 포포바의 책 <진리의 발견>은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역사적 인물들의 교차하는 삶 속으로 뛰어든다.

 

책에는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이들이 등장한다. 행성 운동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문학 비평가이자 뉴욕타임즈 최초의 여성 편집자 마거릿 풀러, 비밀스러운 일상을 이어간 시인 에밀리 디킨슨까지. 분야 역시 과학, 문학, 예술 등 무척이나 다채롭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은 각기 다른 장소와 시대 위에 펼쳐져 접점이 희미해 보이지만, 삶의 행적을 좇아가다보면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관계성을 발견하게 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발전해가는 세계를 무대로 둔 얽히고 섥힌 생애였던 점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친구, 모임, 우연한 만남이 인물 간 관계를 빚어내기도 하며 심지어 연인이 되어 다른 인물의 삶과 이어지는 등 작가는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발굴해낸다. 작가 마리아 포포바의 집요한 관찰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이렇게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을 거쳐가는 전체 흐름을 바탕으로, 시대와 투쟁하며 더 뛰어난 지성적 발견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인권을 이루고자 했던 수많은 삶의 모습을 조명한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낭만적으로 전개되는 삶의 모습들을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시대의 인물들을 새로이 발견하고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에 대해 마음으로 온전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대를 넘어선 여성들에 주목하다


 

책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성소수자다. 현 시대는 물론 과거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던 성별 구조 속,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다가가볼 수 있다.

 

마거릿 풀러는 열 다섯살 때 "나는 탁월해지기로 했습니다"고 말하며 여성은 가정에 속한 수동적인 존재였던 시대상을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거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소비되고 말 뿐인 여성이 아닌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해리엇 호스머는 조각가가 되기 위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의대에 들어가 해부학을 공부하고, 과감하게 이탈리아로 건너가 열정적인 도전 의식을 이어간다.

 

한편 에밀리 디킨슨은 세상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방 안에 은둔하며 내면에 집중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자아와 세상에 대해 깊이 탐색함으로써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시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내일을 향해 전투적으로 발을 내딛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깊은 영감과 뚜렷한 동기 의식을 부여한다.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사랑


 

시대와 얽힌 이들의 삶은 결코 그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팍팍하고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동력이 있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여러 인물들은 오직 자신의 영혼과 공명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 마음을 나눴다. 여기에 성별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따. 양성애자이거나 동성애자로서 여성과 남성, 우정과 사랑을 폭넓게 경험하며 영혼의 깊은 곳까지 터놓을 수 있는 깊은 관계를 추구했다.

 

자신의 지성과 정신적 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이라면 제3의 성으로서 남녀 상관 없이 마음을 나누었던 마가렛 풀러뿐 아니라 해리엇 호스머와 코닐리아, 애시버트 부인의 사랑, 그리고 자신의 오빠와 결혼한 수전 길버트와 안타깝고도 처연한 사랑 꿈꾼 에밀리 디킨슨의 이야기까지. 특히 레이첼 카슨과 도로시 프리먼이 12년동안 9백 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키워나간 모습을 보면 사랑이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가 먹먹한 마음까지 든다.

 

이처럼 독자는 책 속 인물들이 열정을 다해 나눈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의 형태를 지켜보며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된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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