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물로 알아보는 중국 역사의 흐름 - 고궁의 옛 물건

글 입력 2021.02.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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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역사는 없다. 기록자의 성향, 시대가 반영하려고 하는 가치에 따라 기록의 뉘앙스는 달라진다. 애초에 과거의 기록은 권력 그 자체였다. 귀족, 왕 등의 특권층만 글을 배우고 쓸 수 있었고, 서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바빴다. 권력에서 밀려난 패배자, 역사의 중심에 있지 않은 서민들의 이야기는 역사의 뒤 편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편향된 정보들의 집합인 역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역사를 접하는 방식은 둘 중 하나였다. 지식적인 측면에서 공부하거나 혹은 재미로 듣거나.

 

 

표지 입체_고궁의 옛 물건.jpg


 

<고궁의 옛 물건>은 주용이 쓴 중국 역사서이다. 중국인이 중국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이라 관심이 갔다.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침탈이 이슈가 되는 지금, 책의 저자가 취하고 있는 관점, 생각하는 기본 가치가 궁금했다.

 

책은 중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한나라에서 청나라까지. 총 20개의 국가들을 350 페이지에 걸쳐 서술한다. 북경 고궁박물관에 있는 유물들, 기록들을 대상으로 하여 관련된 일화, 시대의 특징 등을 다룬다. 수록된 자료, 그림, 기록들이 많아 생동감과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새로움과 신선함이 이 책의 강점이다. 역사 초반에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발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중국 역사가가, 중국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는 만큼 중국 역사에 대한 찬양과 미화도 주요한 특징이다. 즉, 객관적인 수치 혹은 사회 전체적인 거시적 관점의 설명보다 주관적인 설명이 많다. 중국 역사를 잘 모르고, 중국을 좋아하지도 않는 독자로써 물음표가 떠오르는 부분들이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선행 지식들이 필요하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들은 대부분 책의 앞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전국시대를 다룬 ‘인간의 세계: 전국시대에 전쟁의 유희를 발견한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였다.

 

춘추전국 시대 500년간 전쟁이 이어졌다. 이 길고 끝이 보이지 않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권력, 재산, 존엄, 생명 등 많은 것이 사라졌다. 도덕의 한계도 사라졌다. 겨우 춘추 240년이 넘었는데 이미 시해된 군왕이 36명, 망한 나라가 52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무지를 떠돌며 파리처럼 마구 충돌하는 협객, 용사와 종횡가의 눈에 전쟁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전쟁 중에는 모든 규칙이 깨져서 남의 돈을 빼앗고, 부인을 차지하고 사람을 죽여도 배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피, 호러, 끔찍한 영화 장면도 잘 보지 못하는 나에게 전쟁은 부정적인 대상이다. 권력가,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편가르기와 의도적인 희생으로 점철된 하나의 배틀 속에서 힘 없는 약자들만 피해를 입는다. 전쟁을 겪은 이들을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쟁을 즐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살육과 약탈을 즐기는 침탈자들을 흔한 일반인이 아닌 쉽게 볼 수 없는 범죄자로 여겼다. 몇 페이지 뒤의 글귀는 내가 과연 전쟁을 혐오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유희는 전쟁을 보는 것이다. 전쟁 블록버스터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은 스크린 위의 피비린내와 처참함이다. 칼과 검이 사방으로 튀고 피와 살점이 날아다닐수록 관중은 흥분한다. 현실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를 공격하는 장면을 전세계 방송국이 생중계할 때 시청률이 치솟는다. 반대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출근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평화로운 장면은 생방송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는 항상 상위 랭크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싸우고, 죽이고, 다치게 하는 화려한 장면들을 즐긴다. 나 역시도 마블 <어벤져스>시리즈의 애청자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전쟁이 싫다고 말하던 나 또한 그러한 볼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모두에게 파괴적인 본성이 있다는 것을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와 유물 <잔치 열고 물고기 잡고 전쟁하는 그림이 그려진 주전자>를 통해 일깨웠다.

 

김치, 한복에 대한 중국의 문화 침탈, 동북 공정이 큰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를 자국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과거의 중화사상, 중국 제일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문화를 편입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고, 분리된 국가까지 중국의 관할 영역 내에 두려는 그들의 의도는 강압적인 식민지 구축이 금지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식민지 형성 방법이다. 그 불합리에 맞서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중국 역사에 대한 연구다. 피상적인, 객관적인 자료들만 제시하며 얕은 반박이 아니라, 중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인과관계, 선후관계, 상관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근본적인 분석을 제시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중국 역사에 대해 무지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배움의 계기를 발전시켜 나갈지 아직은 불명확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배움의 도화선이 되었다.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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