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램파드 감독의 경질로 보는 현대 축구의 경제논리 [운동]

축구와 경제학
글 입력 2021.02.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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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경질됐다. 블루스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스탬포드 브릿지에 입성했던 그는 2년도 채 안 되어 끝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었다. 경질의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성적 부진'이다.


   프리미어리그의 감독사를 돌아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감독 교체가 빈번하고, 장기 집권하는 감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만 하다’ 라고 한탄하는 게 비아냥은 아닌 셈이다.


   투자 대비 성적의 관점에서 봐도 경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적 시장에서 3700억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반 받아들인 성적표는 '9위'였다. 챔피언스리그 경쟁은 고사하고 유로파 리그 경쟁조차 할 수 없는 현재의 처지는 투자 대비 최악의 결과였다. 이것은 마치, 3700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는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러한 측면 외에도 다른 측면에서 보는 램파드 감독의 경질 이유들이 여럿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 현상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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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클 램파드가 누구인가? 그는 푸른 심장으로 대변되는 자타공인 첼시의 레전드다. 그는 15년 간 첼시에서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수많은 우승컵들을 들어 올린 팀의 기둥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가 첼시를 위해서 헌신했던 시간과 그 공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존중과 예우를 받아야 할 마땅한 가치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많은 가치들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자본이 있는 곳엔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축구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경제논리가 작용하게 되는 건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본과 경제논리는 축구를 산업화·상품화시키면서 많은 클럽들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자본의 맛을 알게 된 클럽들은 경제논리를 점차 축구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경제논리가 축구에 적용되면서 우리는 축구에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혹은 잃어가고 있다. 레전드 선수를 대하는 존중과 예우, 자본에 굴하지 않는 원클럽맨으로서의 자긍심, 클럽의 정체성이 숨 쉬고 있는 경기장의 전통과 문화 등, 이 모든 것들이 경제논리의 근거가 되는 효율성, 수익성, 생산성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현상이 보이기는 했으나, 한 클럽의 레전드 선수였던 램파드 감독의 이른 경질은 현대 축구가 경제논리에 잠식되는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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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파드 감독의 옛 스승이었던 무리뉴 감독은 '현대 축구는 잔혹하다'라고 평했고,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기지 못하면 대체될 뿐'이라며, 감독을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승리를 얻는 기계로 대하는 작금의 세태를 지적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현대 축구의 경제논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처럼 자본에,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리그는 더욱더 경제논리로 무장할 것이다. 그리고 축구의 경제화의 일차적인 타겟이었던 리그, 클럽, 감독, 선수, 경기장 등을 넘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영역들까지 경제논리에 의해 잠식되고 변질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짚어내며 공적 담론을 펼쳐낼 수 있는 축구계 커뮤니티와 인간적인 가치를 훼손시키거나 변질시키는 경제논리로부터 저항할 수 있는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적 담론을 통한 팬들의 자치적인 움직임이 어쩌면 가속화되는 경제논리로부터 축구를 구원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김선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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