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져가는 서점과 종이책을 만나다 - 라스트 북스토어

글 입력 2021.02.0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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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딱히 구매하고 싶은 책이 없어도 서점에 가서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학창시절을 지방에서 보냈던 나는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고속터미널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반디앤루니스에 갔던 기억이 난다.


무대와 극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희곡이나 연기론 도서가 있는 코너를 서성거리고,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 땐 자기계발서 코너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베이킹이나 캘리그라피처럼 취미로 해보고 싶은 분야들의 책이 있는 코너에도 자주 갔다.


한 번은 그 서점에서 나오면서, 아주 이상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여느 때처럼 버스 출발 시간이 다가와서 서점에서 나서는데, 서점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서점이 마법이 걸린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고, 서점 문을 열고 나오자 원래의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서점이 아주 특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다.



[크기변환]KakaoTalk_20210209_163700463_03.jpg

 

 

요즘에는 서점에 자주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서점을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요즘에는 동네 서점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K현대미술관의 전시 '라스트 북스토어'는 종이책과 서점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두 층에 걸쳐서 구성되어 있다. 평면에 그린 그림보다는 설치 미술 같은 작품들이 더 많다. 한 작품 한 작품 다 꼼꼼히 보게 되었고, 작품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설명이 상세한 덕에 작품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쉬워서 그만큼 와닿는 작품들도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책 모빌'이다.

 

 


책 모빌


 

[크기변환]전시장이미지1.jpg

 

 

모빌은 다양한 재료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본 전시에서의 책 모빌은 거의 100년 전에 나온 책부터 최근에 출간된 책까지, 다양한 책들의 페이지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형태가 책의 형식을 닮았다는 점이었다. 페이지들의 집합은 책처럼 넘길 수 있는 형태이다.


기존의 책 모양과는 다르지만, 책이 본래 가진 원형을 유지하며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낸 이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 오디오북처럼 기존의 책과 형태는 좀 달라지더라도 책의 가치와 본질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생각.


전자책은 기존의 책이 가진 감성을 거의 전해주지 못하지만, 형태가 달라졌을 뿐 콘텐츠들이 담고 있는 가치는 여전하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전환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면서도,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맞게 책 문화도 함께 변화하며 계속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그만큼 책이 가진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크기변환]전시장이미지2.jpg

 

 

그 외에도 신문으로 만든 드레스, 책으로 만든 공간, 대형 알파벳 모형을 이용한 설치미술 작품과 더불어 책을 만드는 주체들인 작가들에 관한 작품들도 있다.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전시였다.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뭔가를 찾는다. 지식, 이야기, 위로, 휴식처 등. 그렇게 뭔가를 바라고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기에 서점은 조용하면서도, 난로 앞처럼 따뜻하고 열정적인 공간이다. 서점과 책은 친숙하지만 사라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본 전시를 통해 서점과 책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K현대미술관_라스트북스토어_포스터.jpg

 

 

라스트 북스토어
- The Last Bookstore -


일자 : 2021.01.05 ~ 2021.06.06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주관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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