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할미? 언니, 몇 살인데? [사람]

우리는 아름답고, 아름다울 것이다
글 입력 2021.02.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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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어, 한국은 유교의 나라니까


 

우리나라는 유독 나이에 집착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20대와 50대가 허물없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생조차 1살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에게 선배라는 존칭을 쓰며 깍듯하게 대하고, 몇 학번 위의 선배들이 군기를 잡기 위해 후배들을 집합시키는 일도 빈번하다.

 

우리들은 이러한 문화를 단지 유교적인 것이라고 포장하고는 한다. 예의를 지키는 것,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 모두 유교적인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하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톰 홀랜드'

 

 

그러나 이러한 나이에 집착하는 기이한 문화는 20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당장 주위만 해도 23~24살의 선배들이 20살 새내기들에게 그때가 가장 화려할 때라며 부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30살이 넘어가면 여자들은 소위 말하는 퇴물이 된다. 누구도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30대가 된 여성들은 강박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고 몸매에 신경 쓰는 등 최대한 어리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할미', 너 몇 살인데?


 

 

"할미='라떼'와 비슷한 표현으로 스스로 나이 들었음을 유쾌하게 나타내는 말"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할미'라는 표현은 이러한 현상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성이고, 그들의 나이는 20대 초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제 일명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은 '할미'는 점차 연령대가 낮아져 간혹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이 할미와는 다르게 너희들은 피부가 참 좋다'라는 괴이한 표현까지 만들어내기도 한다. 왜 여성들은 스스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프레임을 씌우게 되었는가.

 

 

유튜버 '띠예'의 영상 중 하나

(현재는 미성년자 유튜버 지침으로 인해 댓글창이 막힌 상태이다)

 

 

'할미'라는 유행어는 초등학생 유투버 '띠예'의 댓글 창에서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귀여운 초등학생 유투버에게 이모라는 별칭을 만들어 농담조로 '이 할미는 띠예와는 달리 ~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이는 점차 확산되어 커뮤니티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의 신체, 사고방식, 삶의 태도 등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으로 변질되었다. 마치 23살 여대생이 '나는 이제 한물간 복학생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성에게도 해당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는 유독 여성에게 야박하다. 물론 귀여운 아기나 인기 아이돌의 영상에 '할미는 누구 보는 재미로 산다'라는 댓글을 다는 것은 모두가 유머로 받아들이고 넘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할미'라는 말이 무의식중에 형성하는 문화를 생각해보라. 한창 청춘을 살아가기 바쁜 20대 중반 여성이 할미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마치 내가 어린 여성들에게 밀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는 다르게 말하면 불필요한 경쟁 심리, 대상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누가 당신의 젊음을 판단하는가


 

나는 사람들이 일명 말하는 '선비'가 아니다. 오히려 매사에 태클을 걸고 유쾌한 문화까지 불편한 것으로 만드는 이들을 혐오한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특정 의미를 내포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내가 이 말을 내뱉음으로 인해 편견을 형성하지는 않는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젊음은 아름답고 보다 많은 것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서 내세울 만한 장점은 아니다. 남들보다 더 살아왔다는 것은 책임져야 할 것들과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말과 같지만,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설렘마저 쇠퇴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중에 내가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는가? 학창 시절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고 20살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면, 내가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아름다움은 고작 2년으로 끝나는 것인가?"

 

 

 

우리는 아름답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니다. 20대의 여성도, 30대의 여성도, 그리고 50대의 여성도 결코 저물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도, 나의 할머니도, 모든 여성은 나이에 관계없이 여전히 아름답다.

 

최소한 스스로 그렇다고 믿는 한 우리는 평생 빛난다.

 

 

 

에디터_허향기.jpg

 

 

[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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