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Your Body Is A Battleground(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1.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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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Kruger, 1987, Untitled (We Don't Need Another Hero)

 

 

'흑백 사진 위에 얹어진 직사각형 박스, FuturaHelvetica'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가?

 

'Who Run The World? Girls!: 세상을 바꿀 여성들의 한 걸음" 두 번째 편에 소개할 아티스트는 바로 그 작품의 주인공인 바버라 크루거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의 부조리함에 물음표를 던진다.

 

주로 '페이스트 업(paste-up)'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만드는 그는 컴퓨터가 발달하지 않았을 시절에는 잡지에서 찾아낸 이미지 위에 붙일 글씨를 직접 오리고 붙여가며 작업했다고 한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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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Kruger, 1989, Untitl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는 그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이다.

 

작품 속 이미지는 한 사람의 얼굴을 반으로 나눠 각각 포지티브 효과와 네거티브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은 바버라 크루거가 현장에서 배포해 1989년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낙태 합법화 찬성 행렬을 위한 포스터로 쓰였다.

 

이 작품에서 그가 여성의 몸을 전쟁터로 해석한 것은 낙태의 권리를 가지고 여성과 남성 간에 벌어진 싸움을 뜻한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는 당사자, 즉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낙태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위 작품에 그대로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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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크루거가 포스터를 배포했을 당시에는 위와 같이 '합법적 낙태 지지', '출산 조절과 여성의 권리'라는 문구를 덧붙여 작품의 의도를 명확히 밝혔으나, 이후 대형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하며 핵심 문구인 'Your Body Is A Battleground'만 남겨두었다.

 

그렇게 작품은 비단 낙태 문제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의미가 확대된다. 포지티브 효과를 사용한 왼쪽 얼굴은 사회가 요구하는 전형적 여성상을, 네거티브 효과를 사용한 오른쪽 얼굴은 사회 구조에 항거하는 여성들을 암시하며 말이다.

 

이처럼 바버라 크루거는 짧지만 뼈있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결합해 권력, 전쟁, 소비, 페미니즘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


 

바버라 크루거는 "작가가 꼭 작품의 얼굴이 될 필요는 없다"라고 고집하며 기자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꺼린다. 그는 본인에게 카메라를 마구 들이대는 행위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버라 크루거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대중을 만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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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Kruger, 1981, Untitled (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

 

 

'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 (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라는 작품이 바로 이런 그의 신념을 담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응시라는 행위를 통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에게 꽂히는 시선의 폭력성을 지적한다.

 

바버라 크루거의 텍스트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듯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이 짧디짧은 텍스트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속뜻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함께 가졌으면 한다.

 

 

참고 자료

중앙일보, '글자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거장' 바버라 크루거가 답했다'

하퍼스 바자, '대담하고 도발적인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

동아일보, '전쟁터가 된 몸 [이은화의 미술시간] <133>'

네이버 블로그, 물들이다, '바버라 크루거, 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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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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