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 번째, 여행의 이유 [여행]

글 입력 2021.01.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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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 Freedom

날 보는 것 Freedom

날 사랑하는 것 Free 알아가는 것 freedom

노래 하는 것 Freedom

춤 추는 것 Freedom

내 편이 되는 것 Free anti also free

 

- AKMU(악동뮤지션), FREEDOM

 

 

필자에게 여행의 다른 이름은 바로 "자유"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것. 그리고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숨 쉬는 것, 날 보는 것, 날 사랑하는 것, 알아가는 것, 내 편이 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 속 첫 여행은 시골, 부모님과 함께 떠난 여행이다. 참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 '우리 집'을 잠깐 떠나는 그 자체로 묘한 설렘과 함께 처음 겪는 낯선 느낌이 가득했다.

 

어딘가 놀러 왔다는 설렘 때문인지, 낯선 분위기 때문인지 잠을 잘 때면 어김없이 혼자 꼬박 밤을 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후에도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바로 항상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와 이별한 듯 한 느낌, 아쉬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들었다.

 

그 아쉬움과 쓸쓸함이 느껴진 원인을 찾다가 내려진 결론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여행을 좋아한다고 수도 없이 말했지만, 정작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세 번째, 다시 도착한 여행지.

 

강릉에서 시작한 여행을 떠올리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나씩 시작할 수 있었다.

 

 

 

# 첫 번째, 여름날의 맑음


 

[크기변환]2016년 강릉.jpg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갔던 바다의 기억은 흐릿해졌으니, 2016년 여름 첫 번째 강릉 여행이다.

 

지금은 낯선 곳에서도 길을 곧장 잘 찾지만, 당시에는 길을 헤매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 덕분에 바닷가를 따라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햇빛 한점 피할 수 없이 더운 날씨에 지칠뻔했는데 소나무 숲을 만나 힐링의 시간을 즐겼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은 '맛있는 커피'이다.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강릉 커피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강문해변, 강릉 시내에도 곳곳에 카페가 많다. 커피를 좋아하던 친구는 나를 커피의 세계로 인도했다. 커피의 향과 맛에 대해서 열렬히 말하던 친구의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나는 그날부터 커피를 좀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그날의 분위기에 취해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냥 첫 번째 강릉의 여름은 나에게 흠 잡을 것 없는,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행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까. 모든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 두 번째, 여름날의 흐림


 

[크기변환]2017년 여름 강릉.jpg

 

 

사실 강릉의 두 번째 방문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한 번 갔다 온 여행지를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강릉에서의 좋았던 기억은 어딘가 저 뒤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을 때였다. 이왕이면 좀 더 새로운 곳을 가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 이러한 바램 때문인지 많은 정보를 모아서 친구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모두의 여행 1순위 조건을 조합한 결과는 돌고 돌아서 다시 강릉이었다.

 

1. 뚜벅이 여행자: 대중교통만을 이용해야 한다.

2. 맛집+카페 탐방: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3. 바다와 함께,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위의 조건이 무색하게 잔뜩 기대하고 갔던 디저트와 음식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고 내 기대도 점점 사라져갔다. 다른 선택지를 계속해서 찾았던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하늘도 무심하다. 날씨도 흐림.

 

 

 

# 세 번째, 겨울날의 비온 뒤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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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떠올려보면 4계절을 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두 번의 여름을 강릉에서 보내고 문득 겨울의 강릉이 궁금해졌다.

 

작년, 1월. 딱 1년 전이었다. 1년 사이에 익숙해진 마스크도 없이, 그새 넓어진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웠던 여행이었다. 돌이켜보면 너무 오래된 것 같이 느껴진다.

 

여행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나는 이전까지의 여행에서 걷고 또 걷고, 불면증을 잊을 정도로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다. 이번 여행만큼은 여유롭고 더 자유롭게, 계획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평소와는 달리 정말 해보고 싶은 몇 가지만 정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일기예보이다. 여행의 시작은 날씨에서 비롯된다. 날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남길 수 있는 사진의 분위기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예전만큼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세 번째, 여행에서는 나의 계획도 조금 삐뚤어진 마음도 네모난 틀에서 자유로워졌다. 갑자기 쏟아진 비와 함께 검색순위를 장악한 '강릉 날씨'를 보며 '이런 에피소드 정도는 있어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라는 생각은 아마 여행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

 

"추억을 곱씹는다." 여행을 갔던 그때의 시간, 함께 갔던 사람들, 그날 날씨와 분위기는 추억의 배경이 된다. 추억을 곱씹을수록 선명해지는 곳은 좋았던 기억, 아쉬웠던 기억을 모두 담고 있다. 그리고 또 그곳에 관한 관심으로 가고 싶은 이유가 생긴다.

 

세 번이나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바로 지나간 추억을 떠올릴수록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몇 번의 기쁨과 아쉬움을 겪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혼자서, 다음에는 별을 보고, 미술관과 카페를 탐방하고, 또 다음에는 다른 해변을 찾아보고, 또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 다시 강릉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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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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