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겉으로 봐선 몰라요 - 욕창 [영화]

욕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글 입력 2021.01.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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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욕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속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욕망에 휘둘린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든지 말이다.

 

영화 <욕창>은 퇴직 공무원 창식,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내 길순, 그리고 입주 간병인 수옥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 준다. 창식은 매일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며 운동을 하고 길순은 침대에 누워 수옥의 수발을 받는다. 수옥은 불법체류자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지만 월 200만 원을 받으며 창식의 식사와 말동무, 그리고 길순을 간병한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 속, 어느 날, 길순의 등에 욕창이 생긴다. 창식은 이 사실을 딸 지수에게 알린다. 그 날 이후, 창식을 포함한 가족들의 욕망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 문제거든요.”
 


욕창은 한 자세로 오래도록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의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그 부분의 피하조직 손상(궤양)이 유발된 상태를 말한다. 길순의 몸에 생긴 욕창처럼 가족들 간의 불화는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겉으로 봐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창식의 가족은 겉으로 봤을 때 평범한 가정이다. 첫째 아들은 과일과게를 하고, 둘 째 아들은 미국에 가있다. 그리고 막내 딸은 목공일을 하며 각 자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병든 어머니가 있지만 최선을 다해 돌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들의 불화는 아주 깊숙한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가부장제, 고령화, 노인복지, 입주 간병인 등 더 이상은 감출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가부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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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식은 가부장제의 표본이다.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한다. 밥은 삼시세끼 매일 챙겨 먹어야 하며, 밥, 국, 반찬은 세가지 이상이 꼭 식탁위에 차려져 있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옥이 잠시 전화를 받기 위해 국을 뜨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전화를 받고 돌아와 국을 창식에게 가져다 주는데 창식은 그런 수옥에게 윽박지른다. 수옥은 죄송하다고 말하며 방에 들어간 사이 국을 퍼서 드실 줄 알았다며 다시금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창식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결국 수옥의 뺨을 때리게 되고 수옥은 일을 그만두게 된다. 창식의 이러한 모습은 남자는 부엌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창식은 남성으로서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그는 병든 아내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더이상 느끼지 못한다. 그와 반면 수옥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자신에게 살랑거린다. 그런 수옥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을 알게 된 창식은 질투심에 사로 잡힌다. 결국 수옥의 비자 문제로 위장 결혼을 해야되서 일을 정말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자 자신과 결혼을 하자며 통보한다. 자식들과 모인 자리에서 수옥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는 창식의 표정은 굳건하다. 그러한 창식의 모습에서 ‘너희들은 내 말을 들어라. 그러나 나는 너희들 말을 듣진 않을 것이다.’라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창식은 자식을 가르치는 데에도 편애가 심했다. 첫째 아들 문수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도 보내지 않고 유학도 보내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내놓은 자식처럼 대했다. 그 반면에 둘째 아들에게는 모든 것을 퍼다 주었다. 대학도 보내주고 미국으로 유학도 보내주었다. 한국에 돌아와 벤처 기업을 만든다고 모든 돈을 날려도 다시 미국으로 보내줄 정도로 둘째 아들에게 모든 것을 퍼다 준 것이다. 그렇기에 문수는 가족의 일에 무관한 사람처럼 굴며 관여하지 않았다. 막내딸 지수는 다른 자식들과 달리 창식과 길순을 보살피고 집 안 관리를 하지만 창식은 딸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부장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돌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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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욕창>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돌봄 노동의 실체를 보여 준다. 돌봄 노동은 혼자서 생활 및 생계를 가꿀 수 없는 노인, 아동, 환자 등을 돌보는 일이다. 이는 여성이 도맡는 가사노동도 돌봄 노동에 포함된다. 이러한 가사 노동은 무급이거나 무급이 아니더라도 적은 돈을 받으며 행해진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수옥은 입주 간병인으로서 창식의 삼시 세끼를 챙기며 온갖 잡일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한다고 해도 월 200을 받으며 그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반찬을 만드는데 주 3만 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며, 창식에게 말을 해도 창식은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냐며 윽박지를 뿐이다. 창식과 수옥의 위장 결혼 문제로 인해 딸 지수는 수옥에게 소리 지르며 말한다. “돈 받고 하시는 일이잖아요!” 그렇다. 아무리 수옥이 길순을 진정으로 보살피고 창식의 안녕(安寧)을 바랬어도 그녀는 그저 돈 받고 일하는 노동자일 뿐이며, 그 누구도 수옥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돌봄은 85% 이상이 여성이 전담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여성 평등과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이라는 구분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정말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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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고령화 사회이다. 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노인 요양, 독거노인 등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복지 문제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딸 지수 또한 자신의 가족 문제와 일 때문에 어머니의 병간호를 수옥에게 일임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생활을 생각하기엔 자신 또한 딸의 반항과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의 부양 문제는 최대한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싶었다. 수옥이 일을 잠시 그만뒀을 때 그만한 돈을 주고 일할 간병인이 없다면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고 아버지는 실버타운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길순은 이 모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몸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일 뿐 살아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길순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녀는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그저 병든 노인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길순의 모습이 미래의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과 고령화 시대에 살아가며 좀 더 노인 복지와 노인 요양 문제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를 부양한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노인을 부양하는 일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신의 선에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도 언젠간 늙어 노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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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옥은 조선족 불법체류자이다. 그러므로 수옥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해도 불만을 느끼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저 숙식할 수 있다는 것과 매달 60만 원씩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매년 한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다. 이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들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이 다치고 위험에 노출되어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국가에 걸리는 순간 바로 귀환 조치 된다. 그들은 ‘가성비’ 좋은 노동자일 뿐이다.


수옥은 억척스러워도 최선을 다해 창식과 길순을 보살펴주었다. 그러나 수옥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일을 대충 한다고 느껴졌지만, 이것은 창식의 시선에서 본 수옥의 모습일 뿐,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법 체류자로 신고받아 경찰에게 끌려가는 뒷모습 뿐이다.


불법체류자가 본국으로 귀환 조치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이용해 불법체류자들에게 과한 노동과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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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은 가족들의 곪은 문제들을 보여주는 메타포이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그 속에 곪은 문제들은 자신도 모르게 차곡차곡 깊이 쌓이게 된다. 그렇기에 욕망에 쉽게 좌지우지되고 농락당한다. 영화에 등장인물 중 절대 악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선하지도 않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와 각자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것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현실은 가까이 있고 깊이 존재한다.

 

우리가 사는 삶은 정말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으며 각종 사회 문제 그리고 골치아픈 일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애써 그 문제들을 무시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떠 넘기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겉으로 봐선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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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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