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콘칩향이 나는 강아지는 평소 무엇을 먹을까 [동물]

글 입력 2021.01.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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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6개월 된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이름은 귤이고 특징은 길쭉한 몸. 핫도그 빵마냥 길쭉한 몸에 코를 대고 귤을 안으면 고소한 콘칩 냄새가 난다.

 

보통 사람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체취가 달라진다던데 강아지는 아닌 듯 싶다. 이론대로라면 귤은 매일 콘칩을 먹어야 하는데, 귤은 콘칩 대신 .. 집에 있는 가구들을 전부 뜯어먹곤 하기 때문이다. 원목 식탁 긁어먹기, 전선 피복 벗기기 대회가 있다면 귤이가 입상하는 건 문제 없을 정도로 '전부' 뜯어 먹는다.

 

눈 밖에 나는 순간 집안 물건들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귤이 걱정이 되어 이 증상을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묻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대부분의 답변은 괜찮다였다. 어린 강아지가 가구를 뜯고 하는 건 이가 새로 나기 때문에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함이고 이빨이 다 나면 증상도 자연스레 줄어든다고. 하지만 안심도 잠시.

 

며칠 전 일이 터졌다.

 

새벽이었고 귤은 내 발치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나 역시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를 보다가 잠든 상태였고. 보통 나는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쭉 자는 편이지만 귤이를 발치에 재우고 난 후로는 혹시 내가 잠결에 귤을 발로 찰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얕게 잔다. 그날도 자다 깨서 귤이 잘 있나 확인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귤이 캑캑 거리고 있었다.

 

급히 몸을 일으켜 귤을 살피니 며칠 전 놀던 닭 인형의 발 한쪽을 통째로 뱉어낸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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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귤이 갖고 놀았던 닭 인형

 

 

발을 통째로 삼키다니. 심지어 크기도 상당했다. 이렇게 큰 게 위에 들어가려고 하니 소화가 안되었겠지. 문제는 귤이 뱉어낸 게 인형의 발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집 가구들의 조각이 전부 귤이 뱃속에 들어있는 듯 나무조각, 벽지 등 다양하게도 나왔다.

 

이물질을 뱉어낸 게 시원하기보다는 피곤했는지 귤은 시무룩하게 엎드린 채, 귤이의 위를 걱정하는 엄마와 나를 올려다보면서 눈을 꿈뻑였다. 엄마는 이 사고뭉치를 어떡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 역시 같은 마음을 한 채 엄마를 바라보고는 콘칩 냄새를 풍기는 강아지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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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패밀리>의 캠과 미첼 그리고 릴리

 

 

우당탕탕 귤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 가족을 생각하다가 문득 미드 <모던 패밀리>에 나오는 한 커플이 생각났다. 그들의 이름은 캠과 미첼. 그들은 릴리라는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데 부모들이 첫 아이를 키울 때면 으레 그러듯 작은 일에도 전전긍긍하곤 한다.

 

한번은 릴리가 벽에 머리를 콩 박는데 (쿵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놀란 그들은 미첼의 누나인 클레어에게 서둘러 전화를 건다. 클레어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이들의 나이 역시 릴리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클레어라면 이런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클레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하고 있는 캠과 미첼에게 괜찮다고. 원래 크면서 그런 일은 많다고 안심시켜준다. 그 말을 들은 미첼은 고맙다고 한 뒤 걱정이 해소된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데 .. 끊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간다.

 

병원으로 가서 별일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하는 이들의 모습은, 귤의 모든 행동을 눈으로 좇으며 귤이가 조용히 잠에 들고 나서야 안심하고 나는 우리 가족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잠잘 때만큼은 입에 이상한 걸 넣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자다가도 속을 게워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잠의 껍질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귤이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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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줄어드는 건 아무래도 괜찮으니 제발 우리가 주는 것만 먹고 탈없이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 또 부시럭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입에 이상한 걸 넣은 것 같다. 귤!!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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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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