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잃어버린 작품들의 사연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도서]

다시 찾을 수 있는 첫 번째는 기억하고, 배우는 것.
글 입력 2021.01.1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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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갑갑한 곳에 갇혀 숨쉬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사라지고, 잃어버린 작품의 수를 짐작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감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 작품을 보존하지 못했고, 잃어버리게 된 유추를 파악해보자면 이러했다. 재난, 도난, 파손, 전쟁 등 물리적으로 손쓸 수 없는 사건사고의 이유가 전부에서 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뭉뚱그려 생각했다.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왜 잃어버렸으며, 어떻게 예술품을 보관해야 할지 탐색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나에게도 굉장히 뒤늦게 찾아온 궁금증이었으며, 각종 예술품들의 가치를 한 번 더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예술·문화 오피니언을 매주 기고하면서, 미술사에 대한 관심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전에는 미술을 포함한 방대한 예술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기준점을 찾기 어려워 방황했다. 다른 사람은 美가 철철 흐르는 작품이라고 논하는데, 내 눈에는 美가 보이지 않던 적이 대부분이었다.

 

예술은 외적으로 보이는 형식과 형태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해석과 의도를 먼저 파악해서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만이 美를 찾을 수 있다. 이를 깨우치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흔히 ‘사람을 볼 때는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봐야 해.’라는 말의 진리처럼, 예술 또한 해석과 의도가 형식과 형태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작가의 삶과 세계관 그리고 가치관까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연결성에서 이 책은 위대한 많은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그것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나열되어 있다. 전반적인 미술사적인 감이 아직 많이 없기에 굉장히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또한 나에겐 예술이 되어주었다.

 

 

 

TEMPORAL WORKS : 일시적인 작품 

울라이, <포토토>


 

De Appel 갤러리에서 행한 퍼포먼스 <포토토>의 관람객들은 사진이 죽어가는 실체를 눈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 의도가 참 의아했고, 사진이 죽는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난처했다. ‘사진이 죽는다고?’


더 읽어보니 사전 설명은 이러했다. 갤러리 벽에 걸린 사진 9장은 예술가 자신이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고 얼굴 대부분을 스카프로 감은 채 여러 거리의 비포장도로에 서 있는 모습을 담았지만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빛이 닿자 사진은 금세 사라졌고, 이미지는 어둠 속에서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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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이, <포토토>, 1976년, 드 아펠 갤러리, 암스테르담, 공연 초반, 사진이 사라지기 전

 

[포맷변환]사진2.jpg

울라이, <포토토>, 1976년, 드 아펠 갤러리, 암스테르담, 빛을 받아 검게 변한 사진

 

 

이로써 관객은 사진-죽음이 연결되는 모든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이 전시의 목적이 끝난 것이 아니다. 2번째로 열린 포토토는 몇 주 뒤에 같은 관람객들 앞에서 진행되었다. 가운데에 놓여있는 포트폴리오에는 첫 번째 공연을 찍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진들 또한 첫 번째 보여줬던 사진처럼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이 퍼포먼스를 보여준 의도는 사진은 연약하고 쉽게 변하는 속성에 대한 논평이었다고 한다.)

 

1968년 이 시기에는 포토샵이 없었기에 소련이나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 정부에서는 역사를 선택적으로 에어브러싱 했다고 한다. 카메라는 거짓 없이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장치라는 개념이 흔들리고, 사진이 역사의 진정한 기록이라는 것을 의도했다.

 

사진가가 셔터를 누르면 블랙박스에 빛이 잠깐 들어와 필름에 이미지가 투사되고, 그 필름이 고착화되기 전 빛에 더 노출되면 이미지는 다시 볼 수 없었다. 사진은 지배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이 눈앞에서 사라지도록 의도한 것이다.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 괜히 집착이 갔다. 다른 작품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사정으로 인해 없어지거나, 언젠가 발견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념예술가 울라이의 포토토는 자의적으로 사라지는 행위를 보여줬다는 참신함을 먼저 끌어당기며, 관람객들의 구술만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작품은 보지 못한 나에게 갈증을 안겨주었다.

 

작품 자체는 오래전에 의도적으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예술은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 또한 예술을 낳는다. 그 시기에만 존재를 했기에 경이로운 법도 있는 것이라는 걸 예술은 보여주었다.

 

그러나 의도가 있어 사라지게 된 작품은 이 책에서 포토토가 유일하다. 나머지 작품들은 예상치 못하게 불로 소멸되고, 찾아오지 못하고 아직까지 행방불명된 것들이 수두룩하다. 예술은 과정 또한 예술이라고, 훌륭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알게 되어 안타깝지만 시대적 역사와 배경을 알아가는 또 다른 '美'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아픔과 공존하며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며 작품들을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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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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