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대를 역행하는 드라마의 '강림' [드라마]

글 입력 2021.01.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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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니까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하다 하다 이제는 놓친 버스를 대신 잡아주는 사람도 생겼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조금 씁쓸하지만 여신이 강림했다며 호들갑 떠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예쁜 여자만의 권력을 맛본다.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의 주인공 주경의 이야기다.


외모는 주경의 오랜 콤플렉스였다. 학교에서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고, 짝사랑하던 급식실 오빠에게 “주제도 모른다”며 차이는 영상은 전교생의 놀림거리가 됐다. 그런 주경이 화장을 통해 여신 임주경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이와 비슷한 골자의 드라마가 있다. 2018년에 방영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하 강남미인)>이다. <강남미인>의 주인공 미래 역시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로, 어린 시절 괴롭힘을 겪었다. 하지만 극 중에서 아역의 얼굴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최성범 감독의 말을 빌리면 “이 드라마를 통해 ‘못생김’이라는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남미인>은 미래에게 성형이 필요했음을 대중에게 충분히 설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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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게 성형이 그러하듯, 주경에게도 화장은 단순한 꾸밈 행위가 아니다. <여신강림>은 이를 설득하기 위해 아주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그간 주경이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당한 괴롭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주경 때문에 가끔은 폭력의 피해자인 주경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기도 한다. 여신 임주경과 쌩얼 임주경의 대비를 위해 못생김을 강조하고, 연이어 등장하는 적나라한 폭력 장면들은 성장 드라마 <여신강림>의 지향점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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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도 평가입니다.”



극 중에서 엑스트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사는 주경의 외모에 대한 감탄이다. 씬이 바뀔 때마다 주경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이러한 장치는 주경의 화장 전후 모습과 대조적으로 보여지면서 화장으로 여신이 된 주경이 어떤 권력을 가지게 된 것처럼 연출된다.


하지만 여신 임주경은 그 시선들 때문에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친구의 장난에도 혹여나 화장이 지워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애초에 여신이라는 것은 예쁜 여성이라는 객체로 존재할 때 가능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마치 화장을 통해 예뻐지면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자존감 회복 로맨틱 코미디’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던 주인공이 예뻐지기 위해 화장을 시작해 여신이 되었다는 스토리에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쏟아지는 감탄사는 마치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을 떠올려보면 더 이상 외모에 대한 평가가 칭찬이 아닌 사회에서 <여신강림>은 시대착오적인 작품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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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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