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글 입력 2021.01.0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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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인간이 만들고, 인간에 의해 사라진 예술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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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예술 작품들의 박물관



'잃어버린' 예술 작품들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본 책을 읽는 내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들이 만들고, 또 인간들이 잃어버린, 사라진 예술 작품들에 대해서 말이다.

 

본 책은 사라진 예술 작품들이 왜 없어지게 되었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도둑질을 하거나, 전쟁 중 약탈 및 방화, 화재, 지진, 난파, 반달리즘, 일시적인 예술품, 소유자가 파괴하려 한 작품들까지. 그 예술 작품들이 사라진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의 욕심, 또는 누군가의 무지에 의해, 어쩌면 그 작품의 운명일지도.

 

한 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벨라스케스, 고흐, 다빈치,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 고대의 석상들, 드로잉으로만 기억되는 원명원, 존재했을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바빌론의 공중정원까지.

 

책의 표지에도 있듯이, '잃어버린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을 상상해보라, 거기에는 세계의 모든 미술관의 소장품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작품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적합했다.

 

본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말 그대로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작품들을 찬찬히 머릿속에 떠올리며 사라진 사례들을 읽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우리가 사라진 지도 모르는 작품들이 있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시대를 넘어서 방대한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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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들과 연관 짓는 작품들이 반드시 그들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창작물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잊기 쉽다. 종종 그것들은 역사의 우연 속에서 살아남은 것일 뿐이다.

 


특히, 사고에서 화재로 인해 소실된다는 것, 그리고 중국의 원명원이 불에 타버렸다는 사례를 읽으며 숭례문 방화 사건과, 우리의 역사적 건물들 중에서도 터 밖에 남지 않은 곳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사라진 것들에 대해 어떠한 탐구를 하고 있을까. 우리의 사라진 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문화유산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약탈당하고, 화마에 사라진 것들, 우리의 예술 작품들도 언젠가 발견될까?

 

 


사라진 예술품들, 그리고 살아남은 예술품들



 

1734년 알카사르 궁전의 화재에서 건진 예술품들을 저마다 작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인, 수도사, 궁정 관리가 불타는 건물을 뛰어다니며 가능한 한 모든 것을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들은 창밖으로 작품을 던졌고, 연기에 질식하면서도 구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결정하기 위해 애썼다. 살아남은 이 작품은 오늘날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동시에, 본 책을 읽으며 사라진 예술품들과 함께, 살아남은 예술품들을 떠올렸다. 특히, 책 속에서 다뤄진 '알카사르 궁전의 화재'에서 하인, 수도사, 궁정 관리들이 불길 속을 뛰어다니며 작품들을 구해낸 이야기는 가장 드라마틱 한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그 예술품은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가 현재 예술품을 관람할 수 있게, 예술품들을 살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예술적 안목이 높았던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그 작품이 개인적으로 소중해서 그러한 선택을 했을 수 있다. 또는 명령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불길 속에 들어가 작품들을 살려낸 것은 어떠한 의도였든 의미가 있다. 또한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원고들은 작가의 요구로 불탈 뻔했으나, 살아남아 명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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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수한 작품들이 사라지면서도, 어떠한 예술품들을 살아남았고, 오늘날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인간은 작품을 만들고, 동시에 파괴하기도 하며, 살려내기도 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본 책에서 봤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는 실수로 파괴하나, 동시에 진보된 기술로 사라진 것들을 찾고 있다.

 

본 책의 말미에서 단순히 사라진 예술품의 사례를 나열하는 것 이상으로, 질문들이 계속 이어진다. 없애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나은지, 죽음이란 퍼포먼스 등 단순한 나열이 아닌, 예술 작품의 형태적 존재 유무에 대한 질문들이 더욱 책을 보며 감상을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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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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