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구에서 스테이_김혜순 외 지음 [도서]

글 입력 2021.01.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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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오고 새해가 밝았건만, 지독한 코로나-19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끝났겠지, 싶은 마음이 들면 어떻게 알았는지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지독한 바이러스에 버티라는 말은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력하게 시간만 죽이고 있을 뿐이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금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는 전 지구적인 이슈인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세계의 시인들이 마음을 모아 발간된 시집이다. 전 세계적 문화가 되어버린 코로나와 함께 겪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진 시집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일본, 중화권과 북미 및 유럽까지 다국적 시들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코로나 앞에는 국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글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코로나가 자아낸 경험은 동일하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는 한국 시인인 손수여 시인의 <내가 무섭다>였다.

 

요단강인지, 도솔천인지 알 수 없는 길 의정부 어느 요양병원에서 먼 길 떠날 채비하고 있어도 한 줄기에서 난 가지가 꺾어져도 남은 가지는 아닌 척, 둥지에서 꿈쩍도 않는다 침묵 속에서 바라볼 뿐 뵈지도 않는 미세한 코로나가 길을 막고 있다고 이유 같지 않은 그런 내가 잔코보다 뻔뻔스럽고 더 무섭다 (pp.30)

 

코로나가 참 잔인한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조차 차릴 수 없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문안은커녕 죽음의 순간조차 함께 할 수 없게 만드는 잔혹함에 치를 떨 정도이다. 위 시의 화자 역시, 코로나에 걸린 누나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순간에도 다시 또 코로나 때문에 그 곁을 지킬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라 가지 못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비난하며 '뻔뻔스럽고 더 무섭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마음이 아리다 못해 쓰려온다.

 

엄마 아는 분의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가는 도중 돌아가셨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119를 불렀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구급차 안에서 생을 마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조심 또 조심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 할지라도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결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병원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시,라는 가정이 불러올 파장을 생각한다면, 그 또한 윤리적인 차원에서 내린 옳은 결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한다면, 나는 심각하게 이 사안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를 방어하기 위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모른 척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역 내 주요 병원에서는 위급 환자에 대한 수용을 허가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위급 환자에 대한 정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이들에 대한 우선 수용 및 치료 행위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한다면, 분명 가능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쉽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 쉽지 않은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 것인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이 더욱 연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시인들이 연대하여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를 발간한 것처럼, 이 시기를 더욱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각자의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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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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