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의 특별함을 그린 작가, 로즈 와일리 - 로즈 와일리展

일상의 특별함을 캔버스에 담다
글 입력 2020.12.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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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로즈 와일리’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역시 그의 나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즈 와일리는 한국 나이로 85세의 고령 작가이다. 그는 21세의 젊은 나이에 결혼해 육아와 자녀 교육에 전념하느라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작품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러한 작가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는 한결 같이 정제 되지 않은 자유로움과 천진함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인물에 비유하자면 어쩐지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말괄량이 소녀를 떠오르게 한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을 어떠한 틀이나 벽 안에 가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에 정이 가는 또다른 이유는 작품 속 소재들이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들은 어쩐지 개인의 내밀한 일상을 그린 그림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작품들 속에서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필기체의 글자 들이나, 간혹 실수 인건지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인지 모를 안내선 등이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같다. 로즈 와일리는 실제로 뉴스, 역사, 왕실, 만화, 스포츠, 유명인은 물론 가족, 아틀리에 창밖의 풍경까지 일상생활 곳곳에서 영감을 받고 자전적인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로즈 와일리는 굳이 ‘예술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 장난스러움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고 말하는데,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 그러한 그녀의 신념들이 잘 드러난다. 그녀의 작품들은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 걸쳐 있다. 때론 어린아이들의 장난과 같이 편안하고 짓궂게 느껴지는가 하면, 어느 순간 진지하고 중요한 주제를 작품속에서 은연 중에 풀어내고 있다.

 

 

 

정돈 되지 않음에서 오는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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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에는 로즈 와일리가 작업하는 공간인 그녀의 아뜰리에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완전히 잘 정리된 공간을 생각 했던 건 아니었지만, 전시장 내에 옮겨진 작업실의 모습은 언뜻 보아 매우 혼잡하고 어지러워 보였다.

 

로즈 와일리는 이러한 혼돈의 공간에서 오히려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창작의 카오스와도 같은 그녀의 작업실은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해방의 공간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정돈되고 질서 있는 공간을 올바른 공간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로즈 와일리는 그러한 사회의 은연 중의 강요를 깨부수고 소소한 반항을 함으로써 그녀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군데 군데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이 점철된 페인트 통과 신문지들이 가득한 그녀의 작업실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작업 방식을 추구하는 로즈 와일리의 성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아뜰리에는 그 자체만으로 어쩌면 한 편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거부하고 전통적 규범을 떨쳐버리려 했던 20세기 미술 운동의 일환인 표현 주의의 회화 같기도 하고, 이질적인 재료나 잡지의 삽화 혹은 기사를 오려 붙여 만든 콜라주 작품 같기도 하다.

 

이러한 영감적이고 열린 공간에서 로즈 와일리는 일상적인 소재들에서도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던 감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름 노트 작업을 통해 완성된 스토리 보드와 같은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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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와일리는 영화에서도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고 했다. 그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가져와 자르고 클로즈업하며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스토리 보드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영화 프레임을 연상케 하는 가로형 캔버스를 사용해 대형 패널을 순서대로 나열한 후 글자들까지 빼곡하게 넣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로즈 와일리는 “오리지널 영화를 보며 느낀 흥분과 감동을 이미지로 표현하려 노력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시각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필름 노트 방식의 작업물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 고정된 그림임에도 실제로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에서는 실제 영화 장면 속 무드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컷 아웃 형식으로 하나 하나 잘라 붙여 만들어낸 인물들의 모습은 그들의 역동적인 동작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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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나열한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은 실제 영화 스토리 보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위의 작품은 같은 구도와 배치의 그림에서 디테일을 조금씩 다르게 하거나 추가하였는데, 이 두 작품을 이어지게 배치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영화의 프레임을 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역동적인 구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 속 인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유추하며 작품에 빠져 들 수 있었다.


로즈 와일리의 필름 노트 작품들은 이렇게 재치 있는 표현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표현 방식을 통해 원작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원작 영화를 향유한 경험이 있는 관객에게는 원작을 색다른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작품 속 글자의 배치, 톡톡 튀는 색감, 풍부한 감정이 느껴지는 인물의 표정들이 어우러져 그녀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그녀의 예술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순리와 자연을 거스르는 그녀만의 정원 속 생물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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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와일리는 그녀의 일상과 기억 속 이미지를 소재로 주로 작업을 하지만, 실질적이고 특정한 것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욕실 안 거미 한마리, 무릎 위의 고양이 발가락 등등 동물, 새, 곤충 을 포함한 자연의 요소들이 바로 그러한 소재들이다. 전시의 후반부에는 이러한 자연의 요소들로 하여금 그녀가 영감을 받아 그려낸 작품들이 배치된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


이 공간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던 로즈 와일리 작품의 또다른 매력은 일상에서 소외된 것들에 대한 주목이었다. 그녀는 자연물을 실제 크기나 비율을 무시한 채 같은 크기로 표현 하기도 하고, 단순화하거나 오버랩해 그녀만의 생명채로 재탄생 시키기도 한다.

 

특히 그녀는 작은 것을 더 크게 그리고, 순리대로의 자연이나 일상 속에서는 전혀 주의를 끌지 못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소소한 것에 대한 주목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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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속에서 로즈 와일리는 순리대로라면 개구리보다 훨씬 작은 거미를 개구리와 동등한 크기로 그렸다. 또한 관람객들의 관람 방향을 기준으로 가장 앞쪽에 거미를 배치 하고 개구리와 새의 간격과는 훨씬 큰 간격을 두고 거미를 그림으로써 관람객들이 거미에 보다 주목할 수 있게끔 하였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우리가 지나치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생명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녀의 작품관을 엿볼 수 있었다.

 

 

*
 
로즈 와일리展
- Hullo Hullo, Following on -


일자 : 2020.12.04 ~ 2021.03.28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초, 중, 고 학생 13,000원
유아 11,000원(36개월 이상)
 
주최/주관
유엔씨
 
후원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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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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