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오로지 팬심으로 쓰는 주관적인 영화 이야기

스티브지소와의 해저생활
글 입력 2020.12.29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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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지소와의 해저생활

오로지 팬심으로 쓰는 주관적인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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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스티브지소와의 해저생활> 팬아트

 

 

웨스앤더슨의 영화를 처음 본 건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이었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보며 충격을 받았고 세상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며 웨스 앤더슨 세계에 빠져버렸다.

 

그 후 그의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나름의 규칙을 발견하고, 공통적이면서도 영화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것이 웨스앤더슨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인 듯 하다.


웨스앤더슨의 캐릭터는 어딘가 모자라면서 사연이 있고 행복하며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슬프다. 그의 영화를 보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랄까. 그래서 처음 볼 때는 헛웃음이 지어지지만 곱씹어보면 어딘가 슬프고 우울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지소도 그렇다. 친한 친구가 상어에게 잡아먹히고 슬퍼하기 보다는 복수를 하러 다시 바다로 떠난다. 아들이라고 찾아왔던 네드도 그렇다. 지소는 자신이 불임임을 알면서도 네드를 아들로 생각하고 닮은 구석 하나 없는데 서로를 채우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결국 네드 역시 지소의 친구처럼 죽게되고 지소는 또 혼자다.

 

이런 슬픔들이 화려하고 예쁜 풍경과 소품들 사이 가려져 있는 느낌이 든다. 동화적이고 행복해 보이지만 이런 웨스앤더슨의 스타일은 슬픔을 더 돋보이게 한다.

 

*

 

웨스앤더슨 영화를 보면 항상 공통된 유니폼이 등장한다. <스티브지소>에서 포인트는 빨간 모자다. 양복을 입으면서도,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빨간 모자. 왜 쓰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포인트가 너무 좋다. 계속 통일성을 주려고 하는 것도, 이런 통일성을 보며 나오는 헛웃음도.

 

영화 사이사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기타를 치며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부른다. ‘Seu Jorge’라는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인데 본인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영화와 잘 어울렸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음악의 느낌이 <스티브지소>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안테나 헬멧에서 음악이 나오는 장면이다. 잠수하는데 음악이 왜 필요해! 하지만 웨스앤더슨 영화에서는 필요하다. 이런 상상과 독특한 포인트가 좋다. 나도 한번쯤은 지소의 헬멧을 써 보고 싶다.

 

웨스앤더슨 영화는 처음 볼 때 와 두 번째 볼 때, 세 번째 볼 때 전부 다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찾게 되고 계속 보고 싶어 진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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