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독립책방, '귤'로 연대하다

독립책방이 연결되는 이유
글 입력 2020.12.28 15: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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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책방, 귤 팔아요



지난여름, 책방무사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옥수수를 판매했다.

 

‘제주도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서점과 음악 레이블의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음악레이블은 본업을 제쳐두고 제주도에 내려가 옥수수를 수확했고, 서점은 정성스레 포장해 전국 각지로 배송했다. 음악과 옥수수라는 의외의 조합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흥미로운 콘텐츠였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추운 겨울이 되었다. 책방무사는 겨울 시즌에 발맞춰 새로운 농작물(?)을 준비했으니, 바로 직접 수확한 ‘서귀포 수산리 귤’이다. <올해도 무사히, 셋 귤 하나!>라는 이름의 귤은 남은 2020년을 무사히 보내자는 의미였다.

 

겨울철 제주도 귤은 너무나도 익숙한 상품이다. 하지만 책방무사의 귤은 누군가와 함께했기에 더욱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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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는 전국의 독립책방들과 함께했다. 서울 구석구석에 위치한 책방부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서점들까지, 체인이나 대형서점이 아닌 독립책방들은 책방무사와 귤을 나눴다.

 

함께한 독립책방들은 각양각색이었다. 해방촌에 위치한 사진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순천의 그림책방 ‘책방심다’, 부천의 온라인 서점 ‘오키로북스’, 충무로의 ‘스페인책방’, 이동식 서점 ‘북다마스’까지 개성 넘치는 책방들은 SNS를 통해 귤 판매 글을 공유했다.


독립책방들은 귤을 통해 연대를 도모한다. 귤은 책방들의 단순한 선물이나 교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독립책방들은 왜 함께 연대하는 걸까?

 

 


2. 독립책방의 현재



독립서점, 독립책방, 동네서점 등 다양한 용어로 지칭되는 독립책방은 기존의 출판 및 유통 방식에서 벗어난 소규모 책방을 의미한다. 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며 특정한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 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형태도 다양하다. 그림책 서점, 커피와 차가 있는 서점, 북스테이, 헌책방, 라이프스타일서점까지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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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플랜, 2020(2Q) 독립서점 현황조사-규모화되는 동네서점


 

독립책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독립서점 검색 추천 검색 서비스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퍼니플랜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의 서점 지도 서비스에 등록된 동네서점은 551곳이다. 2015년 97곳에서 매년 1.5배의 성장을 기록해 약 5.6배가 증가한 수치다.


독립책방이 위치한 지역도 다양해졌다. 2020년 5월 기준 서울의 독립책방은 205곳으로 35.7%,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27.3%로 약 절반 정도의 업체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강원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각각 10~15곳 정도의 독립책방이 존재한다.

 

 

최근 소규모 서점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한 생각은?

 

개별 서점의 사정과는 별개로, 독립 출판의 저변 확대에는 확실하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서점의 수가 늘어날수록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유통이 수월해진다. 실제로 요즘 들어 독립 출판물 재입고를 요청해 보면, 재고가 없다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많아진다.

 

서점간 경쟁 우려도 있지만, 그만큼 각자 색깔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제작자가 서점을 선별한다. 작품을 발행하는 물량 자체가 상당히 한정적인 만큼이나, 본인의 작품과 어울리는 서점으로 유통 경로를 제한하는 거다. 자연스레 서점들은 각자의 개성을 구축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255p

 

 

독립책방의 규모화는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일부 독립책방은 책과 함께 술이나 커피를 팔기도 하며, 맞춤형 책 처방, 심리상담도 병행했다. 책방의 부수적인 사업들은 책 판매의 낮은 이윤을 보완해 전체 매출의 10~20% 정도를 차지했다. 또한, 독서 클럽과 같은 커뮤니티 운영이나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도 적극적이었다.

 

책 판매 외의 부수적인 사업들은 사람들이 독립책방을 찾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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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서점(좌), 새한서점(우)

 

 

독립책방의 강점은 전문화된 개성이었다. 독립책방은 대형서점이나 체인서점에 비해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서적만을 취급해야 했다. 그래서 독립책방은 한 분야의 서적만을 다루거나, 운영자가 직접 고른 책만을 비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음악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 여행 전문 서점 ‘여행마을’ 등의 공간은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또한, 서촌에 위치한 ‘한 권의 서점’은 한 달에 한 권의 책만을 판매하며, 매장 내에서 전시 형태로 소개한다.


독립책방은 로컬적인 개성도 가지고 있다. 수도권보다 비교적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 독립책방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관광객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책방을 방문하기 위해 먼 곳 까지 직접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충북 단양의 새한서점은 숲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서점이다. 사람들의 발길과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단양군의 대표 관광지 역할을 수행한다. 새한서점은 지난 8월 분점인 ‘단양노트점’을 오픈해 독립서적과 함께 단양군의 굿즈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3. 경쟁보다 협력



 

소규모 서점 간 경쟁에 대한 우려는 없나?

 

근처 초원서점 손님들이 거의 여기도 들렀다 간다. 콘텐츠가 각자 다르므로 경쟁보다 협력에 가깝다고 본다. 해방촌의 서점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기왕 고요서사 가는 길이라면, 스토리지북앤필름도 가보는 거지.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113p

 


독립책방의 증가는 경쟁의 심화를 초래할 수 있을까? 만약 모든 독립책방이 인기 있는 서적만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광고와 마케팅을 큰 규모로 수행하는 책방만을 선택할 것이다. 제한된 시장점유율 내에서의 출혈경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독립책방의 확장은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이어진다. 독립책방은 베스트셀러를 취급하는 것이 아닌, 책방의 전문 분야에 맞춘 책을 취급한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책방들은 경쟁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책방의 이용자들이 더 많은 책방을 발견하도록 도왔다. 동종 업계의 협력은 독립책방 씬의 파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일으킨다. 책방의 교류를 단순한 친목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독립책방은 협력을 통해 물리적 거리와 분야적 거리를 극복한다. 책방의 이용객들은 다른 서점으로 연결될 때 새로운 취향을 알아가고, 새로운 지역의 매력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책방무사를 통해 수산리 귤을 구매한 사람들은 독립책방 문화를 새롭게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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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가 수산리 귤로 독립책방을 연결했다면 직접 전국을 누비며 책문화를 연결하는 책방도 있다.

 

이동식 책방 ‘북다마스’는 다마스에 책을 가득 싣고 이동하며 책방을 운영한다. 독립책방, 북페어, 카페 등 다양한 문화공간에 머물며 책 판매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북다마스는 이번 12월 은평구의 카페 ‘다-용도실’에 머물며 샹그리아와 책을 묶어 북바틀 세트를 판매했다.


수산리의 귤, 북다마스를 시작으로 독립책방들은 점점 연결되고 있다. 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동시에 책 문화를 담아내는 콘텐츠가 된다. 더 많은 콘텐츠가 연결될수록 책방문화는 정착되고 강화된다.

 

책방 운영자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앞으로도 개성 넘치는 책방들이 연결되어 큰 흐름을 만들어갈 때, 많은 사람이 책방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전국의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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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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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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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수진
    • 잘못된 표기가 있어 수정해주셨음 합니다. 북스토리지앤필름 -> 스토리지북앤필름 으로 바꾸어주세요!
    • 0 0
    • 댓글 닫기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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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인사이트
    • 신수진세심한 확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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