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한 색감과 동화같은 그림이 매력적인 - 로즈 와일리展

글 입력 2020.12.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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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로즈 와일리 전에 방문했다. 15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VIP 룸에 전시되어 있던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로즈 와일리는 1934년 영국 켄트 출생으로 현재 86세 나이의 화가이다. 그녀는 미대를 졸업하고 결혼한 뒤 주부로 생활하면서 화가의 꿈을 잠시 포기해야 했다. 45세에는 화가가 되기 위해 Royal College of Art에 들어갔지만 졸업 후에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오던 그녀는 2013년 전시회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존무어 페인팅 상'을 수상한다. 이어 76세에 영국 신문 <가디언>지에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예 예술가'로 뽑히면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80대가 되어선 영국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고, 여러 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현재 로즈 와일리는 미술계의 슈퍼스타로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크기변환]Joe McGorty 2013 Rose Wylie 1.jpg

 

 

로즈 와일리는 아이같이 순수한 표현력으로 그림을 그린다. 파스텔 톤의 밝은 색감과 동글동글한 인상의 인물들, 귀여운 동물들까지. 발랄하고 동화 같은 그림들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영국 사람답게 작품에도 영국적 색채가 드러난다. 중세 풍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을 찾을 수 있고 엘리자베스, 헨리 등 왕족의 이름을 딴 작품 명이 등장한다.


 

"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로즈 와일리는 그림에 어떠한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그림을 그림 자체로만 바라보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그대로 투영한 작품들이 많다.


먼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필름 노트를 제작했다. <킬빌>, <버스티즈> 등 영화의 한 장면을 따와 그림을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니콜 키드먼, 조지 크루니 등 영화 감독, 배우의 이름을 작품 속에 적어두었다.


그중 <줄리에타> 필름 노트 작품은 화가가 동명의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상과 키워드를 적어둔 작품이다. 왼쪽의 사슴은 영화에서 기차 헤드라이트에 사슴이 비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사슴의 상징적 의미와 영화의 메시지가 일치했기에 화가는 이에 주목했다. 사슴은 르네상스 시대의 반이성, 자유, 억제되지 않은 성을 의미하며 가운데의 초록색 큐피트 또한 이성적이지 않은 상태를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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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ta, 2016, Rose Wylie

 

 

또한, 화가가 축구 특히 토트넘의 팬이기에 축구 경기, 축구 선수와 관련된 그림도 보인다. 호나우지뉴, 앙리, 손흥민을 그림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로즈 와일리는 손흥민 선수의 팬이라고 한다. 따라서 등 번호 7번의 손흥민 선수를 그린 작품이 많이 보였고 손흥민 선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전시회에서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로즈 와일리의 그림과 손흥민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도 전시 중이었다.

 

 

[크기변환]Tottenham go fifth,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jpg

ⓒTottenham go fifth,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

  

 

마지막으로 화가는 여성과 소녀를 그림의 소재로 삼곤 한다. 작품 속 여성은 굴복하기를 거부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분홍색 옷을 입고 멋지게 얼음 위를 질주하는 Pink Skater, 화려한 여왕과 꽃의 모습을 담은 Queen with Pansies, 니콜 키드먼이 나온 영화의 필름 노트 NK(Syracuse Line-uo)까지 여성들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중 Scissor girl은 위의 작품과는 다르게 섬뜩한 분위기도 나는 독특한 그림이었다. 소녀의 다리는 옆에 있는 가위 날처럼 쭉 펼쳐져 있고 소녀는 가위 그 자체가 된 것 같다.

 

 

[크기변환]Sissor Girl, 2017, Rose Wylie.jpg

ⓒSissor Girl, 2017, Rose Wylie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화가의 화실을 그대로 재현한 "아티스트 아뜰리에"다.

 

전시실 한 켠 원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들어가면 로즈 와일리가 화실에서 쓰던 책상, 물감, 신문지를 볼 수 있다. 벽면에는 작업실의 배경을 찍은 사진이 동그랗게 둘러져 있다. 이 배경은 권순학 사진작가가 파노라마로 촬영한 것으로 작업실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5백 장이 넘는 사진으로 제작한 배경이다. 관람객은 이 원형 전시실로 들어가 영국 켄트에 위치한 로즈 와일리의 작업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뜰리에가 제일 좋았던 이유는 파스텔 톤의 물감들과 물감으로 물들은 신문지의 색이 따뜻하고 통통 튀었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물감으로 딱딱히 굳은 붓, 뒤얽혀있는 신문지, 흘러내렸던는 물감의 흔적을 보며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물과 사진이 모여 원형의 공간이 하나의 작품을 되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림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되고 공간은 그 자체로 미술이 된다.

 

*

 

로즈 와일리는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로 주목을 받는 로즈 와일리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고, 로즈 와일리의 인생을 훑어보다 보니 사람들이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그녀의 도전정신과 순수함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밝고 귀여운 작품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뚫고 나오는 로즈 와일리의 열정과 순수함이 아닐까.

 

 

[크기변환]포스터.jpg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F

제 1, 2 전시실

 

기간

2020년 12월 4일(금) ~ 2021년 3월 28일(일)

(매주 월요일 휴관)


시간

10:00 ~ 19:00

(18:00 입장 마감)

 

요금

성인 15,000원

초∙중∙고 학생 13,000원

유아 11,000원(36개월 이상)

 

주최/주관

유엔씨

 

후원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

 

협찬

직지소프트, ELUV, BEAUDIANI.


 

[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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