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구석에서 만나는 20세기 한국 미술의 거장들: 방구석 미술관 2 [도서]

한국 미술가들 10인의 삶과 작품
글 입력 2020.12.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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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미술’이나 ‘예술’이라 하면 유럽의 화가나 작품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반 고흐는 알아도 김환기는 모른다. 폴 세잔은 알아도 유영국은 모른다.

 

이 책 <방구석 미술관 2>는 한국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중섭, 나혜석, 김환기, 박수근과 같은 한국 화가들의 일생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이전에 출간된 방구석 미술관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권위와 허례허식은 덜어내고 마치 친한 사람이 옆에서 설명해주듯이 친숙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 덕에 미술사조와 표현기법 같은 이론들에 무지한 사람임에도 다른 미술 분야 책을 읽을 때와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쓱쓱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명의 한국 미술 거장 중 인상 깊었던 두 사람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원조 신여성, ‘나혜석’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알려져 있다. 학창 시절의 나혜석은 개화된 부모의 지원 속에 조선사회에서 최초로 근대교육을 받으며 가부장제, 조혼, 축첩제도와 같은 전통적인 조선사회의 사회적 인식과 제도에 문제를 느낀다. 이후 그녀는 일본에서 유학하며 서양화를 배웠으며, 이를 바탕으로 1910년대 조선에 여성 최초로 서양화를 소개한다.


그녀는 유학 기간 중 서양 미술 이외에도 당시 서양에서 전개된 신여성운동에 큰 감화를 받는다. 20세기 초, 서구에서 시작된 여성주의는 일본 유학 중이었던 그녀에게 큰 지적 충격을 줬고, 당시 일본에는 유교적 관념 아래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여성들의 주체적 각성과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난다. 이를 목격하고 조선으로 돌아온 혜석은 서양과 달리 여전히 전근대적 인습이 남아있는 조선 사회를 보며, 신여성이 되기로 결심한다.


나혜석은 신여성의 삶을 담은 자신의 미술 작업과 여성 운동가로서의 사상을 표현한 글을 통해 조선 사람들에게 근대적인 사고방식과 여성의 변화된 정체성, 역할을 알리기 시작한다. 3.1운동이 일어날 당시에는 여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 초기 운동 확산을 이끌기도 했다.


한편 그녀는 결혼 이후에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자신의 회화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화가와 여성 운동가로서 사람, 여성, 남녀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세계 일주를 떠나지만, 예상치 못한 역경을 맞아 좌절에 빠진다. 그녀가 어떻게 다시 붓과 펜을 잡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설립할 수 있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추상으로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다, ‘김환기’


  

김환기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로 불리는 화가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말년 점화 작품 <우주>가 약 132억 원에 낙찰됐다. 이는 김환기의 작품이 미술사적으로 한국 20세기 현대 회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이며 단색화의 탄생에 많은 이바지를 한 화가로 인정받는다.


김환기는 일본 유학 당시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서 처음 추상화를 접하게 된다. 순수추상을 연구하던 연구소의 다른 화가들과 달리 그는 구상과 추상을 혼합시킨 반추상을 추구하여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이에 더해 ‘조선이 가진 미의 정수’를 자신의 그림에 담아내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안좌도를 그린 <섬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다.


결혼 후에도 조선의 미에 관한 김환기의 탐구는 계속됐다. 조선의 특색과 개성을 예술에 담으려는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의 백자’다. 그는 백자 항아리가 품고 있는 자연 그 자체의 미가 바로 조선이 가진 미의 정수이며, 우리의 미가 가진 특유의 멋임을 통찰하게 된다.


백자에서 조선의 미를 발굴한 김환기는 이를 온전히 화폭에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고, 그렇게 탄생한 백자 항아리 그림은 후배 미술가들에게도 현재까지 큰 영감을 주고 있다.

 

한편 김환기는 파리에 다녀온 뒤로부터는 점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가장 기본적 조형요소인 '점'으로 인류에게 신비의 대상인 '우주'를 그려 뉴욕 미술계를 단번에 홀려버린다. 그의 점화는 1970년대 단색화의 태동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을 넘어 세계의 미적 유산이 됐다.

 

*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백범일지》, 1947

 

 

일제강점기와 같은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저마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던 10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는 한국 미술만이 지닌 문화적 힘을 느꼈다. 그동안 서구 주도로 이루어진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미술가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면, 한국의 예술이 세계의 예술로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읽으며 10인의 작품에 담긴 한국인 고유의 예술혼을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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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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