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하는 춤을 마음껏 추기 - 방구석 미술관2 [도서]

글 입력 2020.1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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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미술, 미술사라면 굳은 결심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막막한 게 보편적인 경우일 것이다.

 

책 <방구석 미술관2>, 한국편을 통해서라면 미술사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표지 상단의 소개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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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01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

사실 그에겐 두 개의 사랑이 있었다? 

 

02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원조 신여성 나혜석

인생의 황금기에 미스터리한 <자화상>을 남겼다고? 

 

03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카멜레온도 울고 갈 변신의 귀재였다고? 

 

04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알고 보니 시대가 낳은 사업 천재였다고? 

 

05 아이의 낙서처럼 심플한 그림 장욱진

알고 보니 반 고흐급 외골수? 

 

06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그의 예술은 ‘일심동체’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07 서민을 친근하게 그려온 국민화가 박수근

그의 도처에는 ‘스승님’이 널려 있었다? 

 

08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알고 보니 ‘X’를 그려야 살 수 있었다고? 

 

09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알고 보니 인복 대장이었다고? 

 

10 돌조각을 예술로,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

사실은 당신에게 꼭 건네고픈 말이 있다고?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익히 들어봤을 법한 작가들의 이름이지만,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면 이 책으로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작가들의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한 인상적인 문구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미술을 낳는다는 통찰을 담은 <방구석 미술관> … 이제는 그들이 삶을 던져 창조해낸 예술의 정수를 방구석에서 느껴볼 시간입니다. 그들의 삶에서 '왜 그런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하는 체험을 선사해 드리고자 합니다. - 들어가며, 7쪽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지 궁금하다면 위 설명이 어느 정도 답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은 작가의 개인사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혹은 작품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간추리면, 삶과 예술에 관해.
 

 

 

그림, 삶의 결과


  

이 책을 읽으며 그림과 미술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단순해졌다. 그림은 살아진 결과다. 그림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증언한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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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오작동 속에 처참히 짓밟힌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좌절. (40) - 이중섭편

 

쉬운 일이 아니다. 시대와 환경을 거슬러 예술 하는 일은. 어떤 작가의 결말은 처절했다. 점점 변해가고 무너지고 굳어지는 이중섭의 소를 보며, 마음 한 구석에 돌덩이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무겁게 짓눌려 자유를 뺏긴 몸과 정신의 형상이 온전히 담겼다.

 

그렇게 험한 시대에 왜 그림을 선택하셨어요, 물을 수 없다. 그의 그림은 대단했고 얼마든지 돈을 벌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자 그는 엄청 노력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들 때문에 그는 허망하게 끝났다. 그림을 선택한 작가의 잘못이 아니다. 다 나쁜 사람들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가 태어난 것도 잘못이 아니다.

 

미술을 선택한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그저 삶의 결과가 그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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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그림은 마치 움직이는 것 같다. 어디에도 굳게 뿌리내리지 못한 마음이 흘러흘러 그대로 화폭에 남은 까닭일까. 작은 사각형의 공간, 여기에라도 얼마간 머물다 간 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이번에도 그녀의 편에 서고 싶다. 역시 이런 내 바람과 상관 없이 그녀의 그림만이 남아 있다.

 

 

 

그저 원하는 춤을 춘 것일 뿐



 

"아침 9시에서 자정이 넘도록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심경으로 날이면 날마다 붓을 들어왔다. 앞이 캄캄해서 지척이 안 보이는 절벽에 서서 붓을 드는 심정. 이것은 몸소 체험하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249) - 김환기편

 

  

어떤 이에게든 자아를 발견하고 발현하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욕구를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원동력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증명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냥 선택받았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엔 혹독하리만큼 자기 자신을 예술에 내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불을 들고 파경을 향하여 가는 희곡의 어느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것처럼, 나는 자신의 비애와 분노를 즐기며 예술을 구가하고 싶은 이상한 정신의 여백을 느낀다." (313) - 천경자편

 

그는 그런 불투명함을 끌어안고 미지의 안갯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일본에서 그림을 그려 전시를 열고, 소설도 썼습니다. 심지어 연극도 해봅니다. (393) - 이우환편

 

  

증언하는 과정이 처절해서 그렇지, 어쩌면 작가들은 그저 원하는 춤을 춘 것일 뿐. 어떤 작가의 삶이 한 사람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하여, 혹은 시대적 피해를 입었다고 하여, 누가 그의 선택이나 삶에 관해 불쌍하다거나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어줍잖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청죽>은 화가의 강직성과 절개를 대나무에 이입한 상징의 대나무인 반면, <대나무>는 땅 위에 살아 숨쉬는 대나무 자체의 생명감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113) - 이응노편


이성적으로 작품만 놓고 보면 그녀의 예술세계는 이미 과거의 세밀함을 잃고 저물어 버린 것일지 모릅니다. 그럼 한번 각도를 틀어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이제야 그녀가 내면에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라면?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야 하거나, 팔아야만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그림을 대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시기였다면? 그렇다면 그림에서 또 다른 의미가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젊은 시절, 선전에서 수상하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춰야만 했던 굴레를 이제는 훌훌 벗어던지고 있다고 말이죠. (92) - 나혜석편

 

 

오히려 그들에겐 특권이 있다. 계속 긴장하는 상태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성장.

  

성장이라는 단어가 너무 순수해서 이렇게 적어도 될지 조금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작가들이야말로 그 가치를 믿고, 믿는만큼 밀어붙이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번에 한 번 더 알게 되어 굳이 다른 그럴듯한 단어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혹독하고 매몰차게 자기 자신을 예술에 내어준 작가들의 삶을 애써 낭만적인 말로 감싸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 선택과 그로 인해 맞을 수밖에 없던 결말은, 내가 마주하고 싶은 예술과 인생의 얼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자기 몸을 더 챙기고 주위를 더 살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림이 뭐라고.

 

그러나 삶의 희비의 원리가 단순한 것처럼 그림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돈을 잘 번 사람도 있고 못 번 사람도 있다. 혹은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한 다음 사업을 꾸려놓고 그림을 그린 수완 있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 그림에 대의를 담으려고 한 사람도 있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발견하기 위해 전진하는 사람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여러 사람들이 작가라고 불린다.

 

삶이고 그림이고 예술이고 별 것 없다. 심각해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콧방귀낄 필요도 없다. 그저 스스로 발견한 이유에 의해 원하는 춤을 추면 된다. 한 발자국 더 나가려고 애쓰는 몸짓에 집중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겠지만, 이 역시 춤을 추는 과정에 포함된 것이니 겁먹을 필요 없다.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글 조원재

쪽수 424쪽

판형 152*210(mm)

분야 국내도서>예술>미술>미술일반/교양

출간일 2020년 11월 18일

ISBN 978-89-6833-284-5 (03600)

가격 18,500원

출판사 블랙피쉬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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