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941년 12월 7일 - MIDWAY [영화]

태평양을 지켜라
글 입력 2020.12.07 20: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드웨이를 처음 본 건, 2019년 영화관에서 한참 상영하고 있을 때다. 가족들과 심화 영화로보러 갔으나 ‘미드웨이’ 해전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 공부를 하고 가지 않았던 탓에 미국과 일본 지휘자들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두 나라의 공격 재료들의 수와 상황들이 어땠는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그래서 영화 상영 중반부터는 깊이 잠들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걸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한 가지 선명하게 인식이 박힌 정보는 1941년 12월 7일의 숫자들.

 

매주 한 편식 글을 기고할 때마다 주제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이 오피니언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를 들려줄까,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글을 향유할 수 있는 선물을 드릴 수 있을까. 그러나 이번<미드웨이>편을 고른 이유는 사실 간단하면서도 나한테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매년 생일에 들떠 있었던 기분은 잠시 내려놓고 약 79년 전, 12월 7일. 각자의 입장에서 태평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했던 모든 사람들의 상황에 애도하고 싶은 뜻이 생겼다.

 

못 보고 지나친 장면이 있을까 봐 수첩에 꼼꼼히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은 장면 또한 돌려보며 그 이유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영화를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틀의 전쟁에 관한 관점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전쟁을 지휘하는 자세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역변 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적어 내려갔다.

 

중일 전쟁, 미국과 일본의 오해의 불씨 - 1차 세계대전에 일본은 미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과 연합을 맺었다. 즉, 미국과 일본은 굉장히 우호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면서부터 상황은 뒤바뀌게 된다. 연합국이었던 미국은 일본의 열강욕심에 나온 전쟁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철과 석유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 때 일본과 미국은 큰 오해가 생긴다. 일명 A-B-C-D(America, Britain, China, Dutch)라인이라고 불리는 서양 열강들이 일본을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고, 이 라인들을 다 쫒아내야지만 자주적인 국가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전쟁 계획을 세우게 된다.

 

진주만 습격, 1941년 12월 7일의 배신 - 일본은 미국에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을 했고, 이는 미국 입장에서 명백한 배신이었다. 의도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은 많은 미국인들이 예배를 보러 가는 일요일 아침 시간에 조준을 했고, 그 상태로 발사해버렸다. 그래서 아무런 전투복 없이 서 있었던 미국은 더 격분했다. 그렇게 이 두 나라는 되돌릴 수 없는 교전에 들어갔다.

    

일본의 두 번째 타깃, 미드웨이 - 태평양은 온 나라의 땅 크기를 합쳐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은 바다여서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몹시 어려웠다. 한 사례로 미드웨이 전쟁 이전에 미국과 일본 항공모함은 서로를 찾지 못하여 교전을 하지 못하는 상태도 벌어졌었다.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데 수행할 수가 없도록 크기에 지배당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태평양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되었다.

 

미국: 니미츠 제독 VS 일본: 야마모토 제독

 

상하관계의 조직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병들은 의견을 피력할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눈치 보지 않았으며, 직접 전쟁에 참전한 장병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국과 일본의 차이점이었다. 전쟁에 대비하는 윗선들의 태도.

 

우선 일본을 보면 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에 대한 평가나 권위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일본 사령부의 오류가 나온다. 일본이 질 수밖에 없던 상황을 보여주는 큰 장면이다.

 

미드웨이 해전에 출격하기 전에 회의실에서 큰 지도를 꺼내 전쟁에 대비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여기서 키워드는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대비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 대비를 한다는 것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장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회의실에서 피력되어야 하고, 피력한 의견에 또 다른 장교들의 의견이 첨가되어야 하는데, 일본 장교는 미래의 국가 권위보다 현재 개인의 권위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하급 장교가 실제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사용한 방식을 제시하며 경우의 수를 넓혀 상급자를 이기니, 이 상급자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적을 보지 못하고 하급 장교들에게 비칠체면에 신경을 썼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실제 전쟁에 사용한 전술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군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명한 장교였다면 큰 게임에서 챙겨야 할 작전들에 대해 공부하고, 대비과정에 공을 들였을 텐데 다 놓쳐버렸다. 위에서 지도하는 사람의 그릇이 수저 앞부분의 크기와 비례하다 보니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범했다. 승리보단 개인의 체면을 중요하게 여긴 야마모토의 판단은 국가를 패배로 이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었다.

 

 

[포맷변환]사.jpg

 

 

그러면 미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미국은 이 전쟁에 대비할 턱없이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일본은 ‘A6M Zero'라고 불리는 세계 최강 전투기를 소유하고 있었고, 조종사들은 오래 지속되었던 중일 전쟁에 참전했던 베테랑들이었다. (영화에서 미국 파일럿들은 전쟁을 하는 와중에도, 경험이 많지 않은 파일럿들의 불안함이 굉장히 많이 목격된다.)

 

그런 미국 니미츠 제독에는 항공모함이 있었는데, 이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의 최악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SBD와 TBD였다. 항공기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크기만 그럴듯해 보이고 안전장치도 부실하고 유리창은 서리에 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포맷변환]SBD-photo.jpg

SBD 항공기

 

[포맷변환]Douglas_TBD-1_VT-6_in_flight_c1938.jpg

TBD 항공기

 

 

그러한 항공기를 몰고, 급강하 폭격기라고 불리는 'Dive bombing'의 방식으로 이 전투에 임한다. 이 방식에 한 미국 조종사는 이렇게 표현한다. “눈높이에서 구슬을 던져서 도망가는 바퀴벌레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공격에 적중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딕 베스트 역으로 나온 에드 스크레인의 연기를 보면, 가보지 않은 이 날의 바다에 있던 모든 장병들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배에서 대공포를 쏘아 올리면, 미국은 하늘에서 엄청난 고도로 비행기를 움직이고 있다가 적 함대가 포착되자마자 적 함대에 엄청난 고속으로 접근한다. 고도를 끓어 올려 수직 낙하의 각도로 내려가 적 함대에 가까워지면 폭탄을 투여한다. 그리고 하강을 하면서 얻은 무한의 속도로 적의 공격을 받지 못하도록 사정거리에서 바로 벗어난다. 조준 발사보다 발사 조준의 개념이 더 정확해 보일 정도로, 미 군인들의 투지와 용맹스러움이 보였다.

 

이 같은 결과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야마모토와 대조되는 니미츠의 리더십에 있었다. 하와이에 미군 사령부 괴짜 암호 해독자가 있었다. 이 괴짜는 오랜 시간 동안 일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었다. 그가 주장한 바로는 단어를 직독 직해로 해석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대화 문맥의 분위기와 흐름에 강조를 둬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이 말이 설득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논리적이지 않았다. 무턱대고 이 의견을 수용하기에는 비과학적이었다.

 

워싱턴 D.C에 있는 국방부 암혹해독부서에서는 이 괴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전쟁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우연과 기적이 있어야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하지 않나. 에드윈 T. 레이튼은 비슷한 시기에 괴짜 암호 해독자와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그에 대한 재능이 턱없이 부족한 신뢰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에드윈 T. 레이튼은 괴짜와 리미츠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리더 니미츠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괴짜 암호 해독자는 일본이 미드웨이로 향하고 있다 하고, 워싱턴 암호해독 부서에서는 미드웨이가 아닌 다른 장소를 제시한다. 니미치는 윗선에 있는 국방부 워싱턴을 잠시 제쳐두고 하관의 추천 능력을 믿고 괴짜 암호 해독자의 판단을 택하게 된다. 사운드가 풍부한 전쟁 장면에 비해, 사무실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라 잔잔해서 그러지 이 부분은 전쟁의 판을 뒤집어 놓은 결정적인 장면이 된다.

 

조직 문화가 이렇다. 윗선에서 어떤 자세로 하관들을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승패가 달라지고 역사를 뒤집어 놓는다. 야마모토 제독이 하급 장교의 시뮬레이션 과정에 수긍을 하고, 작전 B를 세웠다면 지금 세계의 판이 달라졌을까 싶다. 작전 B의 실행으로 전쟁의 결과를 다시 예상해보는 것은 무섭지만 또 다른 조직문화가 실수를 대비할 수 있는 오답노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2년 전, 영화관에서 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 또한 조직문화에 발을 담갔을 때 역할에 따라 수행해야 할 몫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림을 그려봤다.

 

특히 내가 누군가의 선배가 되고, 더 나아가 한 회사의 앞잡이가 되는 꿈을 실현했을 때 의견을 제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밀물과 썰물의 시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공간에서 일하는 것보다, 어느 ‘사람’이랑 조직을 이끄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은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견뎌낼 수 있다는 흔한 말이 있듯이, 조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선택과 판단의 중요성을 감독 롤랜드 에머리는 강조했다.

 

그래서 79년 전, 태평양은 조직 문화를 이해한 이들을 기억한다.

 

12월 7일에 의미를 담아 영화 <미드웨이>를 고른 건, 미드웨이 해전의 배경이 나의 생일과 동일했기 때문이라고 위에서 언급했다. 방방 뜬 기분으로 축하와 선물을 받는 것에 신나는 기분을 느끼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딘가에 전달하고 싶었다. 이 오피니언을 전달받을 수 있는 2020년 12월 7일, 내 뜻의 의도와 감정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랐으면 하는 바를 담아 이 글을 마무리한다.

 

 

[포맷변환]일.jpg

 

 

“왜 그리 겁이 없는지 묻는 거야.”

 

"삼촌이 빌딩 용접공 일을 하셨습니다. 300m 위에서 밧줄도 없이 철주 위를 걸어 다니셨죠.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삼촌은 그냥 자기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러다 어느 일요일 교회 갔다 오는데 집에 다 왔을 때 어떤 택시가 덮쳐서 그대로 돌아가셨죠. 어떻게 죽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겁니다. 걱정이 무슨 소용입니까?"

 

(1:07:20)

 

 

[조우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