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스턴트 문화의 강한 중독성 [문화 전반]

이제는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
글 입력 2020.1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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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짧게 편집된 영상이나 길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긴 글을 읽거나 두 시간 이상의 영화를 보는 게 버거워졌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SNS 피드, Youtube를 보면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인스턴트(instant)문화에 중독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인스턴트란 즉석에서 간편하게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로 흔히 즉석식품을 말한다. 바쁜 현대사회에 맞춰 인스턴트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며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스턴트 문화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에 발맞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식 또한 변화시켰다.

 

짧고 의미전달이 간단명료한 영상들은 직관적이고 강한 중독성을 가진다. 웃긴 영상 모음집은 나에게 웃음을 가져올 것이고, 울고 싶다면 슬픈 영상 모음집을 보면 된다. 인스턴트 문화는 우리에게 감상할 시간을 주기보단 감정을 직접 떠다 먹여준다.

 

또한, 삼행시가 다시 유행하고 에세이 책이 범람하며 글은 점점 더 간결하고 짧아진다. 이는 짧은 글이 문학계에서도 선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스턴트 문화의 중독성은 문화예술을 점점 단순화시킨다.

 

인스턴트 문화는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이전의 것을 재가공하여 낯선 것으로 변장시키고 다른 성질의 것들을 결합하고 해체한다. 여러 가지 것을 뒤섞여 원상태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인스턴트 문화는 굳이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덕목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자가복제는 깊이가 없고 일방적인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인스턴트 문화에선 중요치 않다. 이러한 자가복제는 흥행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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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영화의 예고편만 봐도 어떤 영화일지, 어떻게 끝날지 예상이 가는 경우가 많다. 영화 예고편만 보고 ‘영화 다 봤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깊이와 질을 분석하고 나누며 인스턴트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스턴트 문화로 만들어진 양산(量産)물이 인생작일 수 있다. 나 또한 이러한 양산(量産)물 영화나 작품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이 작품들의 특징은 이해하기 쉽고 생각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쁜 현대사회를 위로하는 데 꼭 필요한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위로와 공감을 안겨준다. 그러니 사는 게 복잡하고 힘겨워 아무 생각 없이 웃거나 울고 싶을 때 인스턴트 작품을 보고 카타르시스와 위로를 받았다면 인스턴트 문화도 문화예술에 있어서 하나의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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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문화는 문화의 깊이보단 넓이를 더 선호하게 만든다. 하나의 분야만 깊이 향유하기엔 현대사회는 정말 다양한 문화예술을 넓게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흥행하고 출연자들의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것처럼 현대인은 넓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인스턴트 문화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인스턴트 문화에 중독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책을 읽을 때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똑같은 문장을 두세 번 읽어야 하거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를 좋아해서 시간이 있는 날에는 무조건 영화를 봤다. 그러나 요즘에는 짧은 영상만 보는 게 익숙해져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을 할 수 없거나 딴짓을 하는 시간이 늘어난 걸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인스턴트 문화는 매우 자극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것만으로도 인스턴트 문화가 왜 나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는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스스로 씁쓸해지기도 한다. 몇 년 사이 너무 많은 인스턴트 문화의 섭취로 인해 비만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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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와 TicTok이 유행하고 SNS를 통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스턴트 문화를 섭취했다. 인스턴트 문화는 맛있고 빠르게 금방 허기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감상자에게 감상의 시간을 가져간다. 그렇기에 점점 긴 글과 장편의 영상물을 보는 게 버거워진다. 또한, 양산(量産)형 작품들이 늘어나 깊이와 풍미를 즐겼던 사람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인스턴트 문화를 너무 많이 먹어 비만이 된 상태이다. 인스턴트를 많이 먹어 몸에 무리가 왔지만, 현대사회에서 인스턴트를 안 먹는건 어렵다. 그렇지만 비만이 되어 몸에 무리가 왔으니 다이어트를 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부터 조금씩 인스턴트 문화를 줄여가며 적절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즐기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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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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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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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복실
    • 공감가는 글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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