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계와 시선에 갇힌 진짜 나를 찾아서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아무리 잘해도 부족한 나를 위한 에세이
글 입력 2020.11.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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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보이는 나'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완벽해보이고 싶을 때는 오롯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한다는 것에서 끝없는 결핍의 모순이 생긴다. 우리는 그로인해 너무나 많이 상처받고, 유약해지고, 외로워하게 된다.

 

살레시오 수녀회 김용은 수녀님이 쓴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는 완벽해지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그렇지 않아도 좋다.'라는 담담한 문장들을 엮어 보낸다.

 

 

그 이면에는 상처받을까 두려워 꼭꼭 감추어둔 진짜 내가 존재한다. 나약하고 둔한 본성을 지녔다. … 타인의 시선 속의 나와 나만 아는 이기적인 나는 이런 나를 부끄러워한다. 때로는 수치스럽다며 치를 떤다. … 남이 보는 '나'에게 정신을 쏟다보면 인격의 가면은 두꺼워져 민낯인 진짜 '나'는 더 연약해진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상처는 여리고 나약한 나를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의 비밀 열쇠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나'가 쥐고있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나를 보이고 싶지 않을수록 내 안의 '나'는 지나치게 분주하다. 때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상처와 사랑, 나와 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고요하고 담담하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마음의 크고 작은 성장통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그 상처들을 직시하고 떠올리는 과정에서 거울을 마주하듯 '민낯의 나'를 발견하게끔 이끈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참 많은 인격의 가면이 있다.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꽤나 그럴싸한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아는 내 모습은 끝없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임에도, 그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부러 더 친절과 호의를 베풀던 위선의 모습이 있었으며 그에 나 자신을 스스로 속여왔다.

 

우리는 참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한다. 관계 속에서 '타자'에게 '나'라는 자아를 납득시키고, 타자가 좋아하는 나, 치켜주는 나로 인식되기를 원한다. 그러다가도 우리는 때때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고립되고 싶어한다. 알 수 없는 스스로의 마음에 갈등하고 고민한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출근하던 직장인이 남긴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인생이란, 기차가 가는 것과 같아서 직진이라고 느껴왔는데 뒤를 바라보면 수없이 많은 커브길이 있는 것.'이라는 말. 우리는 늘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나'로서 온전한 순간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었던 단 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나의 어머니다. 이제는 괜찮다. 내가 어머니가 되련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용기가 생겼으니까.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진짜 자신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이 들추어내면 수치스럽지만 나 스스로 드러내면 평온하다. 용기가 좀 필요할 뿐이다. 나의 경험이 이 진실을 말해준다.

 

- 서문 중에서

 

 

본문 중 가장 공감이 크게 되었던 것은 '인정욕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인정에 집착하는 순간 성취한 것보다 더 공허해질 때가 있다. 역설적으로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때 돌아가야할 곳은 아픈 마음,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 마음의 무게를 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라는 본문의 말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내 마음의 무게를 잘 알고 있던가. 진정으로 남들을 챙기고 베푸는 과정에서 행복함과 보람만을 느꼈던가. 때로 지쳐버렸을 때 남을 챙기듯 나를 챙겨본 적이 있던가. 그 순간 나에게 충실하고 다정했더라면, 나를 몰아세우며 버텨내려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덜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이어졌다. 타인에게 좋은 나로 보이고자, 사랑받는 내가 되고자 애써 '괜찮은 척'하던 나약한 나를 발견한 것이다.

 

제목에서의 울림이 참 큰 책이다. 그래.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이 수많은 관계 속에서, 치열한 현대사회의 세상 속에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앞두고, 그 속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삶이 과연 행복한 진짜 '나'일까. 어쩌면 충분히 삶의 변곡점들과 커브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고, 때론 바퀴 한 쪽이 빠져 한참을 그 자리에 우뚝 서있고,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 -
 

지은이
김용은

출판사 : 싱긋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2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4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77-78-5 (03810)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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