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2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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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괜찮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가 필요 할 때 한번쯤 읽고 싶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김용은 수녀가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으로, 경험을 통한 깨달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에세이는 개인의 이야기와 공감 혹은 깨달음을 담은 것도 많다. 에세이를 읽기 전에 나름의 고민이 생기는 것은 작가 개인의 경험이 과연 나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읽는 독자로서 작가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 라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혼자 있고, 여행하고, 먹고, 놀고. 나에게 이 단어는 나를 독립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용기를 준다. 혼자 무언가 하는 것에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다. 말이 ‘혼자’이지 주위를 둘러보면 다 사람들이고 우연히 인연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 때’는 완벽한 혼자다. 최근에 자취를 시작했다. 난생 처음 혼자 살아보는 것에 들떴다. 혼자인 것에 외로움을 느낄 일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멍 때리고 앉아 있으니 외로움이 느껴졌고 그래서 바삐 몸을 움직였다. 외로움, 우울, 이런 악감정에 빠지려고 마음 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블랙홀 같다.

 

역시 나도 외로움을 느끼고, 독립심에 불타올라 그 감정을 무시한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함을 말하는 사람에게 나도 솔직해 지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는 나를 솔직히 바라보게 만든다.

 

나 역시 바삐 움직일 때 외롭지 않다. 아니 외로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고 늦은 밤 나 홀로 성당에서 기도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문득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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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반대는 향유가 아닌 무소유다. 그리고 향유는 또다른 무형의 소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소유의 시간은 참으로 짧다. - P.50

 

‘소확행’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소유보다는 향유’를 추구하는 소비가 늘어났지만 우리는 향유를 위해서 ‘더 자주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 무척 공감되었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의 물건은 현저히 줄었다. 모든 곳에서 내가 갔다는 ‘증명’을 하고 싶어서 물건을 계속 쌓아왔고 뿌듯함을 위해서 소비를 했다.

 

지금도 역시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건에 대한 집착만큼은 이전보다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 대신 '향유 소비'를 많이 하게 되는 나를 보게 되었다. 정말 좋아해서 했던 소비였던 것일까. 그토록 많이 보고 배웠던 ‘무소유’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어쩌면 ‘용서’의 몫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해주시는 일일지도.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도록 허용하는 것. 딱 거기까지가 아닌가 싶다. - P.161

 

나에게는 혼란을 준 말이었다. 순간 수녀님의 <가톨릭평화신문> 연재 글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종교에서 온 혼란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초월의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부럽고 신기했다.

 

짧은 글들을 읽으며 공감이 되었고, 솔직함에 대해 생각했다. 읽는 동안 단순히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 고민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밤 나는 죽음의 예행연습을 한다. 침대를 무덤삼아 두 눈을 감고 질그릇같이 깨지기 쉬운 ‘나’에게 집중한다. 부족하지만 충분히 사랑스럽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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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 -
 

지은이
김용은

출판사 : 싱긋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2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4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77-78-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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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용은
 
청소년교육을 하는 '살레시오수녀회' 수녀다. 미국 시턴홀대에서 방송학,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을 공부했다. 스마트혁명시대에 '영성살기'에 관심이 많아 버클리신학대학원에 있는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영성을 공부했다.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 센터장으로 지내면서 미디어환경과 교육, 영성에 관한 글을 쓰며 강연도 한다. 현재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감정식당투유>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성이 여성에게 말하다』 『3S행복트라이앵글』 『고민하는 내가 아름답다』 『어쩌면 조금 외로웠는지도 몰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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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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