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예술은 안녕하신가요? - 앙리 마티스 특별전

앙리 마티스 특별전 'JAZZ and Teater'를 보고
글 입력 2020.11.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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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취미는 집들이 앱으로 ‘랜선 집들이’하기다.

 

집들이를 하다 보면 겹치는 소품이 눈에 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찾는 인테리어 소품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흰색 바탕에 검은 선으로 가볍게 그린 얼굴, 앉아있는 사람이 표현된 파란색 그림 등등.


이런 단출한 작품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심어준다. 어느 새 마티스 작품은 엽서나 액자, 가구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집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서도 핸드폰 액세서리나 에코백 디자인 등으로 그의 작품이 스친다.

 

마티스라는 이름은 몰라도 작품은 한 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느슨한 베일을 쓴 베두인 여인, 1947.jpg

느슨한 베일을 쓴 베두인 여인,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어느 게 진짜 마티스야?



어쩌면 지금은 너무 흔해져 버린 마티스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 초등학생 때일 것이다. 초등학생 나에게 복도는 놀이터이자 운동장으로 친구들과 시끄럽게 뛰어놀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는 소음을 줄이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복도 한쪽에 자리 잡은 <춤 Ⅱ> 앞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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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Ⅱ>의 강렬한 색과 부드러운 동작이 온전히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린 나는 작품 앞에 가만히 서서 천천히 응시하며,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을 받았다. 내가 아는 마티스 작품은 이렇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이고 강렬한 색이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소품에 활용되는 차분하고 정돈된 색채의 콜라주 작품을 보니 낯설었다. 그런 작품은 오히려 주변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수렴하는 듯했다. 이토록 다른 두 작품이 같은 손에서 나왔다니 놀라웠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어느 쪽이 더 ‘마티스’다운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한 예술가, 여러 스타일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진행된 ‘jazz and theater’ 전시는 오달리스크 드로잉, <재즈>와 컷아웃,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로사리오 성당이라는 5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 구성은 마티스 단독 전시라고는 믿기지 않게 다양하고 알찼다. 그도 그럴 것이 마티스는 일평생 여러 스타일의 예술을 소화했다. 유화, 드로잉, 컷아웃(Cut-Out), 의상 디자인, 건축 디자인, 태피스트리 등등.

 

그냥 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모든 분야를 압도적으로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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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티스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말년에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그는 붓을 들고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앉아서 붓을 드는 대신 누워서 가위를 들었다.

 

마티스는 종이를 원하는 색으로 칠한 후, 가위로 오리고 배열하는 컷아웃 방식을 시도한다. 분명 쉽지 않았겠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위질을 계속했다.

 

 


작품 뒤로 아픔을 감춘 마티스의 삶



마티스가 지향한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신념이 작품에 반영된 덕에, 컷아웃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해류가 서서히 흘러가는 듯 마음이 잔잔해진다. 형태와 색, 그리고 배치가 어쩜 이리도 조화로울 수 있을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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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던지는 사람,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 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그는 환청과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작품과 자신의 고통을 철저히 분리했다. 작품 뒤로 자신의 아픔을 감추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갔다. 자신만의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온기를 전파해 나갔다.

 



예술을 일상으로



그의 삶을 알고 나니 전시회를 보기 전 내가 던진 질문이 부끄러워졌다. 더 ‘마티스’다운 것은 없었고, 모두 마티스였다. 다양한 스타일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고한 노력을 쏟은 결과물일 뿐이었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품, 가구 등으로 말이다. 이런 시대에서 마티스는 유독 많이 보이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작가다. 그의 작품들이 너무 흔해지고 남발되는 듯해서 아쉽지만, 작품에 대한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일상과 예술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던 예술 작품을 손쉽게 일상에서 누리게 해주었다. 사람들이 작품을 곁에 두며 마음을 정화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번 전시로 ‘예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세기, 20세기에 마티스가 남긴 작품을 보며 나는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다. 그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마티스 세계관을 구축한 것처럼 나도 하루하루 나만의 예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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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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