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환자들의 친구, 올리버 박사의 솔직한 평전 -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사람은 누구나 양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글 입력 2020.11.0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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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이자 의사, 그리고 작가


 

올리버 색스는 세계적인 신경학자이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같은 유명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부모가 모두 의사인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본인도 그 머리를 물려받은 덕인지 의사로 성장하였다. 기면성 뇌염 환자를 치료하면서 의학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상담 신경학자를 맡기도 하는 등 많은 이들을 위해 힘쓰고 좋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특히 환자들을 기록할 때 소설과 같은 문장을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이는 본인의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물론 이는 통찰력 있는 방식을 통해 환자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위함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의식과 뇌 기능을 탐구하는 좋은 방식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형식적인 기록 방식에서 벗어나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구축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본인 역시 과거에 약물중독에 빠진 적이 있어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나름의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고, 눈높이를 낮춰 환자를 정면으로 마주하려 했던 진실된 모습의 신경학자이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대외적으로 비친 그의 모습이다.

 

 

 

성공한 인생 뒤에 숨겨진 이면, 그리고 그의 솔직한 민낯 이야기

 

로런스 웨슐러는 올리버 박사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을 작성하기 위해 그와 의기투합하여 4년에 걸쳐 본 글을 완성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올리버 박사는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책을 출간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올리버가 느닷없이 내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의 말인즉, 자기가 죽은 뒤에는 모든 소재들이 어떻게 다뤄지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그 문제에 대해 일절 신경을 끊고 싶다는 거였다. - p.32
 
 
너무 솔직하게 담은 그의 사생활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이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던 그 둘의 연락은 그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되었으며 결국 박사가 다시 책 출간을 요청할 때까지도 이어져 박사는 암으로 사망하기 전 본인의 평전이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노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신음하는’ 선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필기광으로 유명했던 생각 많은 인물의 일대기가 드디어 공개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생이 다했음을 알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나에게 오랫동안 미뤄졌던 프로젝트를 재개하도록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제,” 그는 말했다. “시작해도 좋아! 이건 명령이야. - p.33

2015년 8월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내게 전화를 걸어 전기를 완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30년 전 항공모함 위에서 시속 160킬로미터로 주행하던 중 갑자기 정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항공모함이 사라져버린 지금, 나는 어디로 어떻게 후진하여 재출발할 것인지 궁리해야 한다. -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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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온 그의 자서전보다는 상세하지 않지만 대신 더 객관적으로 그를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들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다. 그의 과거 약물중독 시절과 동성애 이야기는 흔히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하는 기분도 들게 한다.
 
성공한 인생 뒤에 숨겨져 있던 그의 어두운 이면을 숨겨야 하는 치부가 아닌 ‘공존해나가는 인간의 양면’으로 담담히 소개하는 듯한 문체가 마음에 드는데 여기에서 올리버 박사 못지 않은 로런스 웨슐러의 훌륭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약 15권의 노트를 인터뷰 내용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조사에 심혈을 들인 결과물 답다. 올리버 박사의 저서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세계관을 더욱더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보물 같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느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에 대하여

 

한 인물의 일대기를 이렇게 기록해 남기는 일은 참으로 멋진 작업이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이를 통해 주인공이 되는 인간의 깊숙한 영혼을 엿볼 수 있으며 어쩌면 존재했을 나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인 <온 더 무브>는 그의 일생에 대한 하소연과 푸념 등을 찬찬히 내보이고 있다면 로런스 웨슐러의 평전인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은 밝은 이면에 숨겨진 그의 깊은 인간관계와 사랑의 스토리를 마주할 수 있다.

 

어쩔 때는 너무도 솔직해서 이런 기록을 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엉뚱하고 독특한 성향을 엿볼 수도 있다.

 
 
그는 시계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한밤중에 멈췄을 때를 제외하면. 그는 정말 괴상한 친구다. 시계가 시끄럽게 째깍거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시계 소리가 멈추면 깜짝 놀라 일어난다니 말이다. - p.282

올리버는 내게 전화를 걸어 몹시 흥분한 듯 소리 친다. “나는 지금 선캄브리아적 행복에 휩싸여 있어!” 그 후 몇 분 동안, 그는 바닷속에서 해변을 향해서 마침내 바위를 딛고 일어선 후에 일어난 사건을 중계방송한다. “이럴 수가! 그 바위, 그 옆의 바위, 그 옆의 옆의 바위들-모든 바위들-이 투구게 떼로 변신하여 짝짓기를 하기 위해 일제히 바닷가로 몰려오고 있어. - p.420
  
 
청년 시절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덕에 남모를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느라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했지만,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승화해낸 그의 환상적인 인생의 여정 스토리를 읽고 있자니 왠지 그와 가까운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랜 친구가 본인의 이야기를 옆에서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저자와 올리버 박사가 이 책을 완성한 목적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덕분에 우리는 그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해요. 올리버.

당신이 매일 그리울 거예요.

- p.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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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r Sacks, 1933~2015, 영국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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