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울한 일들이 겹쳐오더라도, 일단 "연결해!" - 스카팽

시대를 아우르는 웃음 치료제: 연극 <스카팽> 리뷰
글 입력 2020.10.2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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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코미디 연극 <스카팽>이 명동예술극장에 돌아왔다.

 

<스카팽>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대표작으로, 이탈리아의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를 차용한 작품이다. 지배계층을 향한 해학적 표현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이 연극은 2020년 11월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Pourquoi pas?(Why not?) 인생이 우연의 연속인 거지, 그리고 우연은 지금도 모든 드라마에서 통하거든? 내가 몰리에르야. "연결해."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배우 몰리에르. 세기를 넘어 무대에 오른 그가 자신의 대표작을 직접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벌가인 아르강뜨와 제롱뜨는 자식들의 정략결혼을 약속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사이 둘의 자식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부모의 정략결혼 약속을 알게 된 두 자식들은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렇게 젊은이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스카팽의 계략이 시작되는데..

  

 


극작가가 무대 위에? “연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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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구석에 자리 잡은 악기 연주자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연극이 시작되자, 극작가 ‘몰리에르’ 역할의 서원 배우가 무대 위에 등장하였다. 극작가 ‘몰리에르’는 자신의 삶의 배경과 연극 <스카팽>의 개요를 직접 설명하며 관객을 집중시켰고, 막이 오르자 우측 작가의 자리에 앉았다.

 

연극의 진행 내내 배우들은 무대 옆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작가 ‘몰리에르’ 역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수시로 연극에 개입하였다. 배우들이 퍼포먼스를 보이자 ‘몰리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잘했어!”라며 박수를 쳤고, 대사를 까먹으면 호통을 쳤다.


‘몰리에르’의 개입으로 중간중간 연극의 흐름이 끊길 때면 ‘몰리에르’는 배우들에게 “연결해!”라고 외쳤다. <스카팽>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이다. 몇 번의 “연결해” 이후 관객들은 이내 “<스카팽>은 바로 이 맛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은근 “연결해”를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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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낯설었던 ‘몰리에르’의 등장은, 갈수록 무대 위에 어우러지며 정이 들었다. ‘몰리에르’는 중간에 “배우가 부족해서”라며 다른 인물로 탈바꿈해 등장하기도 하였고, 그의 등장만으로 이미 객석은 웃음바다였다. 개성 넘치던 다른 인물들에 더불어 극작가까지 무대 위에 오르면서 <스카팽>만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신체극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의자를 이용한 퍼포먼스, 마임, 통통 튀는 춤 등을 선보이며 놀라운 신체극을 완성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활용해 무대를 채워 나가던 <스카팽>의 배우들을 보며,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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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습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공연이었다. 배우들은 라이브 효과음에 맞춰 완벽한 타이밍으로 의자를 주고받았고, 관객들은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연극의 흐름과 맞게 첨가된 퍼포먼스는 연극의 유쾌한 맛을 살리며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풍자와 조롱이 들어간 작품에 과장된 몸짓이 들어가니, 관객이 이를 따라가며 소화하기에도 훨씬 즐거웠다. “도대체 군함에 왜 탔어.”와 같은 <스카팽>만의 유행어는 몸짓과 함께했을 때 훨씬 재미있었고,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는 ‘제롱뜨’의 말투와 몸짓이 더해져 구두쇠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했다.

 

모든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작품이었고, 함께 들어간 위트 있는 대사들이 몸짓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공연의 퍼포먼스는 연극이 끝난 후에도 잔상처럼 남아서 <스카팽>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기억되었다.

 

 

 

시대를 아우르는 웃음 치료제


 

1600년도의 프랑스 연극이 각색되어 2020년 코로나 시대 국립극단의 연극이 되었다. 다른 시대와 배경에서 탄생한 연극이었지만, 그 안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가치가 들어있었다. 어색함과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각색되는 과정에서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들어가 즐거웠다.

 

대표적으로, 부잣집 ‘무서운 엄마’인 ‘아르강뜨’ 부인이 지르는 괴성은 관객에게 아주 익숙한 소리였다. 이는 바로, 실제 한국에서 갑질 논란 당시 공개되었던 재벌가 녹취 파일의 편집본이다. 음성파일에 몸짓을 입혀 ‘아르강뜨’의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현실 풍자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어리바리한 하인 ‘실베스트르'에게 ‘스카팽’이 무서운 소리를 해보라고 하자, “후쿠시마 수산물 안심하고 먹어요.”라며 현재 논란이 되는 사건을 코미디로 승화하였다. 이에 관객들은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고, 동시에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스카팽>은 ‘몰리에르’가 마지막에 등장해 “막장은 시대를 관통하는 드라마의 법칙”이라며 인정할 정도로 막장 이야기였다.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여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으로 연극이 막을 내렸고, 어찌 됐든 끝까지 즐거운 <스카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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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인 ‘스카팽’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막장 연극은 통쾌하고 사랑스러웠다. 코로나19 때문에 환호도 못 하고 노래도 따라 부를 수 없었지만, <스카팽> 덕분에 웃음으로 그간의 스트레스를 전부 해소할 수 있었다. 110분 동안 웃음 치료를 받은 기분이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연극 <스카팽>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였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어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무거운 마음들은 전부 지워내고 올 수 있었다. 머릿속엔 아직도 연극 속 멜로디와 유행어가 맴돈다. 막이 내린 후에도 <스카팽>은 계속해 웃음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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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은 웃음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특효약이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스카팽> 속 인물들의 매력에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상쾌하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우연처럼 닥쳐오는 불행으로 우울해하고 있다면, <스카팽>을 보고 마음껏 웃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을 향해 외쳐보자. 무대 위 직접 등장한 극작가 몰리에르처럼!

 

우울한 일들이 겹쳐오더라도, 일단 “연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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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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