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저절로 나온 문장을 믿지 마세요. - 짧게 잘 쓰는 법

글 입력 2020.10.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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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저절로 나온 문장을 믿지 마세요.

짧게 잘 쓰는 법


 

"단지 저절로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저절로 나온 문장을 영감의 결과로 착각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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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

저자 : 벌린 클링켄보그

출판 : 교유서가

발매 : 2020.08.20.

 

 

 

저절로 나온 문장을 의심하자.



'짧게 써라.'라는 말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입시 논술을 준비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전까지는 문장의 길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단문으로 효율 높은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려웠다. 시간은 촉박하고, 최대한 내가 아는 대로 모든 것을 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했던 빠르게 생각을 적는 연습은 대학에 와서 서술형 답안지를 채우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어쩌다 보면 문장이 통제할 수도 없이 점점 길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어쩌면 나는 본 책에 나와있던 대로 영감이 채우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명료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비유가 들어갔으며 본능적으로 쓰인 문장이라고 말이다.

 

본 책은 '짧게 잘 쓰는 법'이라는 제목처럼 챕터를 나눠 잘 쓰는 법에 대해 가르쳐줄 것 같지만 그러한 형식은 아니다. 짧게 쓰인 문장들로 하나같이 말하고 있다. 진짜 네 문장을 의심해보지 않느냐고, 수정을 통해 그 문장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고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를 보여주기보다, 100페이지 동안 관념을 부수는 중이었다. 영감을 받아서 갑자기 써 내려간 문장을 우리는 영감받은 문장이라는 이유로 쉽게 수정하지 않는다. 이는 나에게 너무나도 해당되는 말이어서 기존에 써온 글들을 돌아보게 했다.

 

모든 문장들은 각자 의미를 갖고 배치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영감받은 문장이라고 하면 뭔가 함부로 수정할 수 없는 문장이 된다.


 

"단지 저절로 나왔기 때문에 저절로 나온 문장을 영감의 결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이는 오히려 영감이라는 관념을 버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감이라는 관념으로 인해 저절로 쓰이는 문장을 고쳐 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수정만이 간직할 만한 문장인지 아닌지를 알려줍니다."


책 <짧게 잘 쓰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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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쉽게 글을 써왔는지 다시금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즉흥적으로 머릿속에 큰 얼개만 가지고 글을 쓰는 나는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수정하지 않고 저절로 쓰인 문장들에 의존했던 것일까.

 

그리고 저자는 퇴고의 과정을 쓰는 과정에서 하라고 말한다. 퇴고의 과정이 문장을 쓰는 과정 속에 들어간다면, 하나의 문장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아직 짧게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점점 문장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문장을 쓸 때, 고민하고 쓰인 문장은 그 가치를 증명할 근거가 생긴다. 이 문장을 왜 썼는지, 이 문장이 다른 문장과 어떤 호응을 이루는지, 어떤 리듬감을 갖고 있는지, 필요를 증명한 문장은 간직할 만한 문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쉽게 방법을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서 체득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문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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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이라는 것은 문장에 알짜배기만 남아있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잘라내어 꼭 필요한 것만 남은 문장, 그 문장을 잘 쓴 문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글 쓰는 방법에 정답은 없겠지만, 짧게 잘 쓴 문장은 효율적이다. 글이란, 자고로 읽은 이가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효율적으로 의미 전달이 쉬운 문장은 좋은 문장이다. (모든 글쓰기의 가치를 효율로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의미는 있는 정의다.)

 

저자는 130페이지 가량을 관념을 부수는데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실전 연습을 보여준다. 산문을 읽고 어느 부분이 좋고 나쁜지, 한 문장들을 보고 이 문장에서 어떠한 부분이 수정되어야 하는지, 불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저자는 코멘트를 달아 앞서 자신이 말한 짧게 잘 쓰는 법이 이러한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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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가 영어인 만큼, 저자는 영어로 서술하는 지점에 있어서 기준을 잡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한국어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수식을 두 번 넣거나, 수동과 능동이 정확하지 않거나, 조사에 오류가 생기는 것과 같이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을 말하지만 그 디테일한 부분이 문장을 좌우함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앞으로 문장을 씀에 있어서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보며, 이 문장의 필요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하여 습관처럼 체득하면 복잡하고, 모호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야 하는 문장은 지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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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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