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화려하게 짜 맞춘 완벽한 아수라장 -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영화]

글 입력 2020.10.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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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유 없이 마음 속으로 넘버원으로 꼽는 영화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내게 그런 작품은 <반지의 제왕>부터 <빌리 엘리어트>, <헤드윅> 등 거의 이견 없이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예외도 있다.

 

그건 대체로 코미디 류의 작품들인데, 예를 들자면 오늘 이야기할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이하 록스탁)>도 그런 부류에 들어간다.

 

예외라고 해서 졸작 취급받는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만점을 줄만한 영화는 아니긴 하다. 어떤 심오한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다거나, 천문학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거나, 심금을 울리는 류의 영화도 아니고 영화사적으로 기념해야 할 작품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갱스터와 코미디라는 글자의 조합 또한 꽤나 매니악하게 들린다. 마치 명절 시즌을 겨냥해 저예산으로 개봉한 국산 저급 코미디 영화를 연상케 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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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탁>은 고평가받을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가이 리치 감독의 특징 중 하나인,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이 한꺼번에 어떤 사건에 개입하면서 의도치 않게 꼬이고 꼬이는 시나리오다. 후속작인 <스내치> 등의 작품들에서도 드러나는 특징이지만 감독이 데뷔작인 본 작에서 이 정신 나간 상황 직조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다.

 

에디를 위시한 주인공 일당은 뒷골목의 큰손인 해리가 주최한 도박판에 뛰어들지만 커다란 빚만을 지게 되고, 에디 아버지 소유의 바마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우연히 들은 옆집 깡패들의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잔학한 폭력배인 도그를 중심으로 한 옆집 일당은 대마초를 재배하는 약골 청년들을 급습하기로 하고, 주인공 일당은 바로 그 옆집 일당을 급습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제목의 ‘Lock’은 마약을, ‘Stock’은 돈을 뜻한다.

 

남은 건 ‘Two smoking barrels’. 이는 주인공 일당이 범죄행각을 위해 장물아비인 닉에게 구입한 산탄총으로, 그들은 이 총을 미심쩍어하며 하찮게 생각하지만 사실 해리가 그토록 간절히 찾는 고가의 총이 바로 그들이 보유한 산탄총이다. 이를 전혀 모르는 주인공 일당과, 총을 찾기 위해 하수인들을 보내는 해리, 대마초쪽 일당까지 모두가 얽혀버린 판은 정말 개판의 끝을 달리지만 귀신같이 아귀가 척척 맞아들어가며 쾌감을 선사한다.

 

<록 스탁>이 가장 매력적인 점은 바로 이런 기가막힌 상황들 간의 티키타카(?) 라고 말할 수 있는데, 단순히 빠르고 현란한 편집과 꼬아놓은 플롯만으로 모두가 구현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특히 동료의 죽음에 분노하며 해리에게 총을 난사하던 루카스가 배리에게 손도끼를 맞고, 둘이 마주보며 ‘당신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냐’며 탄식하는 장면은 가히 박수가 절로 나오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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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점은 철저히 영국적인 작품이라는 것인데, 탁 트인 장소에서 총격전을 펼치는 미국이나 마피아의 본거지인 이탈리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우선 거대한 세력을 보유한 갱스터 집단 같은 것이 아닌, 총기 반입이 금지된 런던 뒷골목 갱들의 이야기인만큼 어딘가 우중충하고 초라하다는 점에서 코믹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런던 배경으로도 충분히 분위기 있는 느와르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어딘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조명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시종 누리끼리한 흑백 톤의 색감 역시 이 영화 특유의 어딘지 모를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고, 센스 있는 편집과도 잘 어울린다.

 

대체로 코믹, 액션과 같은 장르는 이미 많이 생산되고 소비된 바 있어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가이 리치의 데뷔작 <록 스탁>은 이전에 없던 참신한 액션 무비였고, 2020년인 지금 봐도 여전히 그렇다. 이 정도면 당당히 영화사에 한 축을 세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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