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아씨 조의 아이들 - 도서 '조의 아이들'

작은 아씨였던 조가 또다른 작은 아씨들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이야기
글 입력 2020.10.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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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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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얼마전까지는 작은 아씨들의 스토리를 어렸을 적 책으로 접한 것이 다였기에 이 사랑스러운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물가물 했었다. 그저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 준 것은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이었다.

 

이전에는 작은 아씨들에 대해 그저 막연히 따듯한 난로가 근처에서 뜨개질을 하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매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나는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작지만 강인한 아씨들에게 매료되었다.


이 네 자매는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생활방식도, 사고 방식도 달랐지만, 그러한 각자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서로의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의 강인함은 그러한 의사소통과정에 있었다.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이와 가까이 더불어 살아가며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좁히고 해결하기 위한 조율 과정을 거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속 조와 에이미의 싸움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더없이 다정한 자매이기도 했지만, 사소한 일로 시작된 싸움을 통해 에이미는 조의 보물과도 같은 글을 태워 버리고, 조는 후에 스케이트를 타고 위험한 빙판 길로 따라오는 에이미를 못본척 방치해버린다.


그들은 싸움과 갈등의 과정을 거치며 단단해지고 성숙해졌다. 더 이상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로 인해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기 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조는 에이미와 로리가 결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줄 수 있었다. 영화에 담긴 3부 이전의 내용에서 자매들은 어린 시절 동안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렇게 차이를 인정하고 슬기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배움과 동시에, 각자의 사랑스러운 색과 개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독립을 한 후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의 삶을 꾸리게 된다.


<조의 아이들>도서를 읽고 나니 우리가 익히 읽고 듣고 보아 알고 있는 이 유명한 줄거리는 이어지는 3,4부의 밑바탕이 되어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시간적 구성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 측면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들이 작은 아씨이던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배운 삶의 방식과 교훈은 3,4부에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시점에서 더욱 부각되어 나타난다. 특히 네 자매 중 조는 플럼필드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보살핌으로써 3,4부의 중심적 인물로서 아이들에게, 나아가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에게 올바르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찬찬히 알려준다.

 

 


농작물 기르기 혹은 그림 그리기와 같은 인생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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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이야기 속에서 조는 내게 마치 아픈 손가락 같았다. 나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녀의 씩씩함 속에 감추어진 약한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에게는 확실히 그런 매력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능력이 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든 이루어내고 밀고나가는 모습이 반짝 반짝 빛나는 것 같은 사람. 그래서 그녀가 에이미와 로리의 결혼 소식 이후 끝없이 절망하기 보다 그 절망을 재료삼아 글을 써내려 갈 때 나는 그런 그녀의 동경했다.


<조의 아이들>은 익히 알던 줄거리에서 이어지는 3,4부의 내용을 담았는데, 이름부터 ‘조의 아이들’인 만큼 자매들 중 조가 단연 중심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 이야기 속의 조는 영화를 보며 내가 동경했던 조보다 훨씬 성숙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플럼필드라는 학교를 세우고, 정착할 곳이 없어 자신이 가진 개성과 가능성의 빛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조의 모습은 마치 평범하고 칙칙한 광물 원료 속에서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것이 빛나는 모습을 보이도록 깎아내고 다듬는 보석 세공가 같았다.


자신의 자매들과 자신이 그랬듯, 각자 너무나 다른 색과 개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영화 속의 어머니처럼 조는 성숙하고 인내심 있는 모습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플럼필드의 아이들은 그리하여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기 급급하기 보다 조와 그의 남편인 바에르 교수는 토요일에는 평일에 지켜왔던 규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탈을 느껴볼 수 있게끔 하고, 일요일에는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지식’보다는 ‘세상’을 배우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개성과 색을 녹여낼 수 있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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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이 아이들에게 밭에 각자 한 작물씩 맡아 기르도록 하고, 농작을 하며 마음속 농작물에도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그것을 수확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였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인내심, 배려심 등의 마음속 농작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마치 밭에서 농작물이 자라듯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아이였던 시절 배워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마치 흰 도화지와 같은 상태의 내면을 지녔다. 그것을 어떤 색으로, 어떤 모양으로 채워갈지는 어린 시절 교육에 달렸다. 조와 바에르 교수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의 도화지를 어떻게 채워 나가야할지를 가르쳐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1000장이 넘어가는, 1부와 2부를 합친다면 어쩌면 더 긴 대하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더더욱 조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유년 시절 자매들과의 생활을 통해 더불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깨우쳤고, 수많은 역경과 고민들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치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연료 삼아 더욱더 빛나게 글을 썼다. 그런 그녀가 ‘작가’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자로서 자신이 인생을 살면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플럼필드의 아이들에게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선순환은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견고히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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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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